첫 번째 좌절과 도전: '적성'이라는 허상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사학과 멘토 김수연입니다. 저의 학창시절은 좌절과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소위 '공부 좀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늘 전교 상위 등수에 어렵지 않게 들었고, 제게 공부란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만만하게 보던 공부로부터 한 차례의 좌절을 겪게 됩니다. 고등학교 공부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갖은 지역에서 진학해 온 과학 중점반 학생들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미리 고등학교 과정을 전부 예습해온 아이들과,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던 저의 차이는 상당했습니다. 한 번도 빼앗겨보지 않았던 한자리 대 전교 등수는 어느새 두 자릿수 후반대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공부는 더 이상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앎의 기쁨이었던 공부는 제 성적과 함께 추락하여, 제게 패배감을 안겨주는 고통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좌절을 맛본 아이들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적성이 아니었다'고 핑계를 대는 일입니다.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부가 너무 싫어졌습니다. 성적이 떨어지고 공부가 싫어진 원인을 스스로한테 찾는 대신, 외부의 이유를 찾아 헤맸습니다. 공부는 제 적성이 아니었다고 믿고 싶었습니다. 다른 곳에 적성이 있어서, 다른 잘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교과공부가 아닌 예체능은 그 어떤 분야도 잘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체육을 잘 하지도, 노래를 잘 부르지도, 악기를 잘 다루지도,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잘 하는 게 없나?' 하는 비참한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애시당초 적성을 찾아 헤매는 것 자체가 허상이었습니다. 어떤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도전하든, 적성이나 재능을 먼저 알 수는 없습니다. 그 분야에 특출난 천재가 아닌 이상, 적성과 재능은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제 적성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보니, 중학생때까지 가장 많이 해왔던 것은 다름 아닌 공부였습니다. 저는 결국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포기하기엔 과거 누적해온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저는 그래서 재능이니 적성이니 핑계를 대는 일을 그만두고,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수학: 정답보다는 논리적 접근을 통한 풀이 위주의 공부


 기존에 수학을 공부할 때는 정답을 고르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고 정작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답만 맞추면 장땡'이라는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니, 정작 중요한 응용문제를 풀 수가 없었습니다. 문제를 똑바로 이해할 생각이 없으니, 4~5등급 정도의 성적밖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응용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똑같은 공식을 다른 방식으로 적용하는 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문제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지껏 문제를 똑바로 이해하는 훈련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법 자체를 통째로 뒤엎고, 기초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공부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오답노트를 작성했습니다. 단, 답에 관심이 있는 오답노트가 아니라 풀이과정이 중심이 되는 오답노트였습니다. 풀이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한 눈에 풀이가 들어오게 했습니다. 풀이가 한 눈에 들어오면 어떤 공식을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야가 생깁니다. 가령 이차함수의 판별식은 근의 개수를 알 수 있는 공식입니다. 판별식이 0보다 크면 실근이 2개, 0이면 중근(하나의 실근), 0보다 작으면 서로 다른 두 허근을 가지는 형태입니다. 함수에서 근이란, 함수를 평면좌표상에 그래프로 그렸을 때 x축과 만나는 지점입니다. 즉 근의 개수란 함수의 그래프가 평면좌표상의 x축과 만나는 점의 개수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이차함수가 x축 아래에 있는 부분이 있을 때는, 그래프의 모양만 보고도 판별식이 0보다 크다고 설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내용은 이차함수의 기본 개념에 해당합니다. 다만 학교 수업만을 들을때는 판별식에 관한 내용 따로, 그래프에 관한 내용을 따로 배웁니다.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피상적으로만 훑고 넘어가면 여러 개념이 혼합된 문제를 풀어낼 수 없습니다. 결국은 혼동 없이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각종 개념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이해와 다른 적용이 필요합니다. 다만 이런 내용들은 교과서나 학교 수업에서 따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연습을 통해 깨닫는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오답노트에 정리를 할 때, 비슷한 개념이 사용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응용해야 하는 문제들을 세세하게 유형을 나누었습니다. 수학 문제는 고난이도로 갈수록 수학적 정의를 비롯한 각종 개념들이 뒤얽혀서 응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답을 찾아내는 데에 마음이 급해 문제 하나에 몇 개의 개념이 어떤 형태로 응용되었는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문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모르니, 조금만 고난도 문제와 마주쳐도 풀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공부법으로 문제의 풀이를 따라가는 연습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다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 새로운 형태의 문제를 보더라도 기존에 공부했던 유형이 정리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기반으로 문제에 접근할 논리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수학은 논리적인 접근이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정답은 사실 부산물에 불과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많은 '수포자'들은 이 단순한 사실을 간과합니다.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지도할 때는 오답노트를 작성해보면서 풀이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 스스로 문제에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을 목표합니다.

 

사회: 종합적 이해를 통한 암기와의 병행


 사회 과목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말하는 것이 바로 '이해와 암기의 병행'입니다. 사실 이 말은 소위 '암기 과목'을 공부하는 법에 관해서는 거의 빠짐없이 언급되는 말입니다. 이는 분명 타당한 말입니다. 이해 없이 암기만 하자니,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도무지 외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반대로 암기 없이 이해만 하자니,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서 문제를 풀어낼 수가 없습니다. 결국은 좋든 싫은 암기와 이해는 병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와 암기를 병행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해와 암기를 병행한다는 게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일까요? 이해와 암기의 병행이란, 과목별로 유사하거나 겹치는 내용들에 관해 연결고리를 만들어, 종합적으로 이해하려 시도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가령 사회 과목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로크나 루소, 칸트 같은 사상가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만큼 영향력 있던 철학자이자 사상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회 교과목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는 학자들입니다. 윤리, 역사, 고전 교과서에서 교과목의 주제에 맞게 나뉘어 소개됩니다. 흔히들 간과하는 것이지만, 사상가의 생각은 주제별로 나뉘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한 사람의 생각이라는 점입니다. 예컨대 루소는 윤리 교과목에서는 사회 계약론으로 등장하고, 역사 교과목에서는 시민 혁명으로 등장하고, 고전 교과서에서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 같은 고전 저서로서 등장합니다. 과목이 세 개니까 그에 맞춰서 세 번을 따로 외울 게 아니라, 장 자크 루소라는 사람 한 명을 놓고 이 사람을 이해하려 시도할 수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를 보면 혁명기의 시대상이 드러나고, 시민 혁명론이 나타난 시대적인 배경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윤리 교과서를 보면 그러한 시대적 배경이 루소의 사상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가 드러납니다. 그가 어떤 인간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고전 교과서에서 다루어진 저서 내용에서 드러납니다. 세 개의 교과목에서 공통적으로 다루어지는 한 명의 사상가를, 나름대로 연결 고리를 찾아서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큰 윤곽에서 파악이 되었다면, 다시 윤리 교과서로 돌아와 비슷한 시기의 다른 학자와 비교하고 대조해볼 수 있습니다. 지식의 연결고리를 하나 더 거는 것입니다. 


암기에 있어 이해를 병행한다는 것은, 비슷하거나 구별되는 내용들을 머릿속에서 연결짓는 것을 말합니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연결지어서 서로 동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식들을 하나의 망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이해와 암기를 서로 보완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해가 선제되어 지식의 망이 만들어져있으므로, 중간 연결 고리를 잊어서 하나쯤 빠트리더라도 큰 맥락으로 말미암아 다시 추론해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고전의 난해한 구절들과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에 관해서는, 기존에 외워둔 몇 가지 키워드들만으로도 맥락을 되짚을 수 있습니다. 암기에 이해를 접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학생이 포기하지 않고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면,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좌절과 도전: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


 첫 번째 좌절을 겪고 나서 공부법을 바꾸고, 확실히 저의 성적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내신 성적이 평균 1등급대로 올라가면서, 제 대학 입시도 정상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게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평균 1등급대를 만들어 놓았지만, 어디까지나 내신이었습니다. 내신과 수능은 확실히 방향성이 달라, 수능 대비도 철저히 했어야 했습니다. 솔직히 내신 위주의 공부라는 핑계를 대고 수능 공부를 게을리한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수능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한 차례 입시에 실패합니다. 처음에는 지난 고등학교 3년을 돌아보며, 그 시간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생각하며 무기력하게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 주를 멍하니 보내다가, 그냥 포기하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가 어찌되었건, 제가 보낸 고교생활이 헛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날의 과정이 있었기에 당장의 좌절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다시 제 성적을 의미 있게 써보고자, 수시 재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재수를 통해 배운 것은, 공부의 핵심은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점입니다. 현역 학생들에게는 학원, 과외 등의 교습이 있습니다. 재수생들에게는 재수종합학원, 기숙학원이 잘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독학재수를 선택했습니다. 특별히 교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보다 주어진 시간을 자기 주도적으로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공부란 어느 정도까지는 외부의 압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서부터는 온전히 혼자의 영역입니다. 이 때부터는 무엇보다 공부습관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습관: 규칙적인 학습, 성취도 중심의 계획


 공부 습관이란 외부의 강제와 무관하게, 규칙적인 일정을 꾸준히 실천하는 내면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수 생활동안 반복적으로 규칙적인 시간에 기상해서, 규칙적인 시간에 모의고사를 풀고, 규칙적인 시간에 잠에 드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이 과정이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단순히 의지가 부족한 것만이 어려운 점은 아닙니다. 습관은 일정 수준 자리를 잡으면 의지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일 잠들기 전 양치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이, 매일 하는 양치를 하는 데 큰 의지가 필요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규칙적인 습관을 유지하는 데 의외로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날마다 다른 성취도 때문이었습니다. 성취도가 좋은 날에는 규칙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취도가 좋지 못한 날은 그 이유를 찾느라 시간을 빼앗겨 할당량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니, 제 계획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태껏 저는 항상 정량적으로 공부를 해왔습니다. 수학문제 몇 문제 풀기, 영어문제 몇 문제 풀기 등, '양'에 초점이 맞추어진 계획을 세워 왔습니다. 그러나 문제집마다, 단원마다, 과목마다 난이도가 다 다르고, 또 날마다 제 컨디션도 같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매일 성취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저의 이해도와 컨디션, 공부 분량,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계획을 꾸준히 실천한 결과, 매일 적절한 성취도를 유지해가며 할당된 공부량을 채워나가는 습관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은 각자 자기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학교의 일괄적인 계획은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지루하고,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따라가기에 벅찹니다. 기본적으로 학교의 시스템은 진도 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생 스스로도 자기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인지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끄덕이고 다음 진도로 넘어가기 태반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무리 진도를 맞춰서 나가도, 제대로 공부가 되었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학습 계획은 성취도를 중심으로 짜여야 합니다. 자기주도성은 규칙적인 공부의 누적으로 말미암아 자라납니다. 제가 겪은 규칙적인 습관의 힘을 믿습니다. 학생이 스스로 성취도 중심의 학습 계획을 세우고, 균등한 성취감을 달성하여 올바른 공부습관이 자리잡을 때까지 학생 곁에서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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