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멘토 김지성입니다.

 

더 넓은 비전으로 자기주도학습을 유도하는 멘토

 

제가 멘토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학생이 저로부터 더 큰 비전을 갖게 되는 순간을 볼 때입니다. 다들 그렇겠지만 학생 때는 보이지 않던 사실들이 졸업 이후에는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도 대학에서 학회를 통해 만난 개발자나 사업가들을 만나면서 시야가 한 단계 올라가는 경험을 합니다. 또 과거 학원에서 중학생들을 상대로 논술 수업을 하거나 과외를 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곤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당장 공부와는 별로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인생에 있어 여러 기회의 창을 엿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학생들에게 새로운 넓은 시야와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제가 가진 중요한 책무입니다.

특히, 저는 반수 경험을 통해서 넓은 비전의 체험을 하곤 했습니다. 이전에 다니던 학교와 지금 고려대학교에서는, 만나는 사람들이나 얻은 기회들에 있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제 주변 학우들만 봐도 더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경험이 이런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공부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 고등학교에서의 공부는 빈틈없는 논리 구조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견고한 논리의 탑을 쌓는 일은 어떤 일을 하든 필수적입니다. 제가 학생을 지도하면서도 항상 강조했던 것이 바로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학생이 문제를 풀고, 답이 나왔다면 왜 그런 답이 나왔는지를 계속 추적합니다. 설령 정답이라고 할지라도 논리 구조에 구멍이 있다면, 그것을 메워주는 것이 바로 제 역할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학생이 확신을 갖고 답을 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생각을 처음부터 확신했던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학생을 지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공부라면 학을 떼던 아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공부법을 알려주고 숙제를 체계적으로 내줘도, 본인이 실천하지 않았습니다. 이 학생은 애초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고 있었습니다. 학생으로 하여금 공부의 의욕을 느끼게 하는 것, 그리고 공부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멘토로서의 직업윤리임을 느꼈습니다. 기존의 과외, 기존의 교습 형태로는 이 직업윤리를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학생은 심드렁하게 앉아있는데 옆에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 귀에 경 읽기입니다. 따라서 과외의 한계를 넘어서는 멘토링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학생 바로 옆에 밀착해서 학습 메이트가 되어주면서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저는 단순히 시간만 보내다 집에 가는 선생이 아니라, 진심으로 학생이 공부를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멘토의 공부법 : 문학, 비문학 독해 전략

 

제가 입시를 통해 겪은 공부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자신 있었던 과목인 국어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는 이과를 졸업했는데, 특이하게도 수학은 잘 못하는 반면 국어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3년과 반수 기간 내내 국어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바탕은 이 국어 공부법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인터넷 강의나 학원을 다니지 않았음에도 좋은 성적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비문학 독해 전략은, 지문을 두 번 읽는 것이었습니다. 또 그럼으로써 지문을 구조화했습니다. 처음에 가볍게 내용을 훑으면서 키워드들을 적당히 파악하고, 바로 문제에 등장하는 키워드들과 대조합니다. 그렇게 문제와 본문에 나오는 키워드들의 인덱스를 머릿속에 만들어 정리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읽으면서, 그 키워드들이 글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들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문제를 두 번째 볼 때에는, 선지가 설명하고 있는 키워드의 역할과 본문에서의 키워드의 역할이 일치하는지를 대조하면서 문제를 풉니다. 이렇게 풀면, 생소한 과학 지문이나 경제 지문이 나오더라도 키워드의 인과적인 역할은 알고 있는 셈이 되니, 어떤 주제의 지문을 마주쳐도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습니다. 이 공부법은 제게 가장 잘 맞았던 방법이고, 학창시절 국어 성적을 보장해준 공부법인 만큼 학생에게는 반드시 소개하는 공부법입니다. 특히 이 공부법은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중학생~고1 학생들에게 적합합니다. 이런 학생들은 배경 지식이 부족한 편이니, 글 내부에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어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문학은 비문학과 접근법이 조금 다릅니다. 비문학은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글 안에서의 정보만 가지고도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반면, 문학은 일정 부분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가령 ‘원근법’이니 ‘감각의 전이’니 하는 표현들은 문학 시험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나오는데, 이런 개념을 알지 못하면 지문을 똑바로 이해했더라도 문제를 풀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또, 문학은 수능 시험에 출제되는 형태의 문제들을 많이 풀어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문학 문제의 특성상 오지선다의 다섯 선지를 모두 동등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섯 개 선지중에서 두세 개는 쉽게 지워지는데, 나머지 두 개 중에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 중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가려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 EBS 연계나 기존 기출 문제들을 많이 풀면서 문학작품 자체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 둘, 평가원의 기준에 따라 각 선지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는 감각을 기르는 것. 어느 쪽이든 수능 기출문제 형태의 문제들을 많이 풀어보는 것은 문학 실력을 기르는 데 있어서 필수적입니다.

덧붙여, 국어 시험을 보다 보면 선지 중에 헷갈리는 것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제 경험을 토대로 조언하자면, 가장 확률적으로 정답일 가능성이 높은 선지를 고르는 것입니다. 무슨 당연한 말을 새삼스럽게 말하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냥 ‘읽고 풀어라’는 식의 조언은 아닙니다. 문제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헷갈리는 두 선지가 있을 때, 어느 쪽이 그나마 더 넓은 범위의 의미를 포괄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당연히 더 넓은 의미를 포괄하고 있는 선지가 정답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스스로 선지의 좁은 의미를 자의적으로 부풀려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문제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해보는 습관은, 비단 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나 한국사, 사회탐구 과목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공부법입니다.

 

학생들을 위한 당부의 말1 : 자기주도학습 시간의 확보

 

아마 많은 학생들이 지금 자신의 성적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본인이 중위권에 있든 상위권에 있든 마찬가지입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결국 성취도를 좌우하는 변수는, 얼마나 좋은 학원에서 얼마나 좋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했느냐가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혼자 공부하고, 스스로와 씨름하면서 보냈느냐에 따라 입시의 성패가 갈립니다. 학원에 있는 시간이 자기 공부 시간이 아니라고 말하면, 꼭 인터넷 강의 보는 시간은 공부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인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강이든 학원이든, 강의를 듣는 시간에 너무 시간을 쏟으면 안 됩니다. 특히 인터넷 강의의 경우, 강의 선생님을 열심히 고르면서 이리저리 오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권장하지 않습니다. 뭐가 됐든 그 선생님들은 이미 검증된 사람들이고, 계속 바꾸어봐야 시간만 낭비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교육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확부하는 학생만이 성적을 효과적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당부의 말2 : 입시의 성패는 수학의 완성도에 달려있다

 

이 글에서 수학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대학 입시에서 가장 핵심 과목은 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공부했던 시간을 100이라고 한다면, 그 중 80은 수학 공부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학은 한 문제당 지체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간이 부족하기 쉬운 과목입니다. 그래서 저 또한 가장 많은 시간을 수학 공부에 투자했음에도 성적 향상이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특히 반수 때 문과로 전향한 만큼, 수학에서의 부담은 상당히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국어, 영어, 사회탐구 등 다른 과목들을 공부할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만약 고등학교 때 수학을 정복했더라면 더 쉽고 편하게 대학 입시를 치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학도 마찬가지로 논리적인 접근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간이 부족하고 문제가 복잡하다고 해서, 이른바 꼼수를 쓰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돌이켜 생각건대 제 수학 실력이 늘지 않았던 것도 꼼수를 즐겨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로피탈 정리 등을 특정 문제에 사용하면 쉽게 풀 수 있는데, 이래서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이를 모르고 고등학교 3년 내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던 셈입니다. 오히려 문과로 전향하고 나서, 시간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고 나서야 문제들의 원리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실력이 빠르게 늘었던 것 같습니다. 즉, 수학은 시간에 대한 압박이 있는 만큼 꼼수의 유혹에 빠지기도 쉽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논리적 접근을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에게 확신을 주는 멘토

 

“문제를 풀었는데 찜찜한 기분이 든다면, 그것은 풀어낸 게 아니라 찍은 것이나 다름없다.”

제가 학생들에게 종종 하는 이야기입니다. 학생들이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문제를 풀고 찜찜한 기분이 남아있는데도, 그것이 정답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까닭이 꼭 공부의 의욕이 없어서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기가 어떤 부분이 찜찜한지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가령 똑같은 문제를 똑같이 틀려서 질문하더라도, 어떤 학생들은 그냥 모르겠다고만 일관하는 반면 어떤 학생은 정확히 어떤 부분이 질문거리고 자기가 판단한 근거를 설명합니다. 두 학생이 있다고 한다면, 실제로 후자의 학생은 단기간에 성적을 폭발적으로 올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논리 구조를 천천히 되짚어가며,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부분을 조금만 고쳐 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생은 후자보다는 전자에 해당할 때가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이 많은 학생들을 적극 환영합니다. 엉뚱한 질문이어도 좋습니다. 학생이 질문하지 않으면 제가 질문합니다. 문답을 통해 자기가 모르는 게 어떤 부분인지 조금씩 윤곽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화석을 발굴하는 것처럼, 학생이 어떤 부분을 모르고 있는지 조목조목 되짚습니다. 그리고 그 찜찜함의 원인을 밝혀냈다면, 함께 해결해나갑니다. 그럼으로써 학생에게 문제를 풀 때의 확신을 줍니다. 이 확신은 단지 문제를 풀 때만의 확신이 아닙니다. 문제 풀이에서의 작은 확신들이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생을 확신케하는 멘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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