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는 아이의 인생을 바꿉니다.

영재고 탈락 후, 일반고로 진학한 학생들을 위한 조언

 안녕하세요, 연세대 건축공학과 멘토 강상현입니다. 저는 다소 부끄럽지만 중학교 시절 영재고를 준비했다가, 입학에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거나, 이미 겪은 예비 고1 학생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영재고 준비와 탈락의 경험과, 그것을 극복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고자 합니다.
 흔히들 그렇듯, 중학생 때 공부 좀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만이 영재고를 준비합니다. 나름대로 공부에 의지와 실력이 없으면 준비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학생이 가져야 하는 공부법과 습관은 갖추어졌다는 전제 하에 영재고 입시를 준비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지만 영재고는 전국 단위로 입시를 치르게 되고, 운과 실력의 부족으로 안타깝게도 영재고 입시에는 탈락했습니다.
 문제는 ‘탈락’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공부 잘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긴 했지만, 그다지 큰 뜻을 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저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괜찮은 성적이 나온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영재고 준비를 하다가 일반고에 가니 주변 친구들의 학업 수준이 상대적으로 너무 차이가 났다는 것입니다. 영재고에 떨어지고, 거의 한 학기를 놀다시피 하고 지냈는데도 1학년 1학기 때 전교 2등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제 이후의 고등학교 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열심히 안 했는데도 좋은 성적이 나왔다면, 방심할 때가 아닙니다.

 설렁설렁 공부했는데도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이 나오니, 한 가지 오만한 생각이 스쳤습니다.

‘어? 이렇게만 하면 되네? 공부 별 거 없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철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1학년 1학기야 중학교 시절의 공부법으로 어떻게든 성적 유지가 된다고는 하지만, 2학기부터는 달랐습니다. 1학년 때 공부를 전혀 안한 저는 2학기에 그 후폭풍을 그대로 얻어맞게 됩니다. 성적은 추락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영재고나 자사고, 특목고를 준비하던 학생들도 일반고에 가면, 상대적으로 공부가 수월할지도 모릅니다. 이전까지 경쟁자로 여기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니 학교 내에서의 경쟁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에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고등학교에서의 수험 경쟁은 궁극적으로는 대학 입시를 위한 것인데, 대학 입시는 한 고등학교 안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단위의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내 경쟁자가 눈 앞에 없다고 해서 진짜로 없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전국에 있습니다. 그러니 긴장감을 갖고 3년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시험에서의 긴장과 실수를 극복하는 비결은 오직 반복과 체화입니다.

 제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부에 열중한 것은 2학년 때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시험장에서 실수와 긴장을 많이 하는 성향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연습할 때보다 실제 성적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외로 이런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런 학생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자기는 공부를 못하지 않는데 시험을 못 보는 것이라고. 그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입시에서 시험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기의 실력을 입증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유일한 대안은 교과 내용을 학습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시험을 치르는 법 자체를 훈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험에 대한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반수를 했는데, 반수 때 이 방법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루틴은 정말 사소한 요소까지 시험에 맞추어 통제하는 것입니다. 가령 저는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시고, 건강 관리를 위해 비타민을 먹었는데, 영양제와 커피를 먹는 시간까지 시험 스케줄에 맞추었습니다. 시험장에서는 각종 변수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습니다. 갑자기 점심에 먹은 음식이 체할 수도 있고, 갑자기 배가 아플 수도 있고, 주변에서 시험장의 집중력을 저해하는, 이른바 ‘빌런’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수에 말려들면 가뜩이나 긴장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시험 하나 하나가 대학의 결과와 직결되는 수험생활의 특성상, 통제되지 않은 변수에 결과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그래서 긴장과 실수를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많이들 말합니다. 시험을 볼 때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저는 달리 말합니다. 긴장은 어쩔 수 있습니다. 단지 그 연습을 하지 않을 뿐입니다. 제가 두 번의 수능을 치르고, 현재는 아이를 지도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과목별 세부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험을 치르는 연습’ 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라도, 시험지에 제대로 정답을 적을 수 없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수를 극복할 수 있었던 수학 공부법! 노트 필기와 글씨교정에서부터

 시험에서 실수를 극복한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저는 수학 과목을 들고 싶습니다. 의외라고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영재고 준비를 한 만큼, 중학생 때부터 수학은 열심히 했고 잘 했다는 인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저는 수학은 항상 열심히 했고, 어느정도 잘 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시험만 보면 긴장을 해서 실수를 굉장히 많이 하는 성향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전부 시도해 보았습니다.
 문제를 샤프로 풀다가 볼펜으로 풀어보기도 했고, 시험에서 방해받지 않기 위해 이어플러그를 사서 써보기도 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비타민이나 카페인 섭취도 이 해결책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정착시킨 루틴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제가 효과를 봤다고 생각하는 공부법은 이어플러그 활용과 또박또박 식을 적어내리는 노트 필기법입니다. 
 이어플러그의 이점은 평범하게 소리를 차단하는 정도니 간략하게 줄이고, 노트 필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할까 합니다. 저는 원래 심한 악필이었습니다. 숫자든 글자든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서술형이 있는 시험 때마다 괜시리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가 시험에서 하도 실수를 많이 하니, 풀이 과정을 상세히 적으며 문제를 풀어야겠다고 다짐하고, 글씨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풀이를 또박또박 적다 보니, 제 수식을 잘못 보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험에서의 실수도 줄어들었고, 현역 때의 수능과 반수 때의 수능에서도 수학에서만큼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학생을 지도할 때에도, 실수가 많은 학생들이라면 먼저 문제 풀이를 또박또박 노트에 적어서 필기해가며 공부하라고 지도합니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실수가 교정되고, 단기간에 성적이 오르는 경험을 통해, 학생 스스로도 노트 필기 공부법에 적응해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