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고 1을 위하여: 자사고, 꼭 진학해야 할까?

 

많은 특목고, 자사고 출신 선생님들은 모교의 장점을 꼽으며 학습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저도 학습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 자체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저 또한 자사고인 이대부고를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 가지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이 현재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예비 고 1 학생들에게 고교 입시를 준비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던지고자 하는 물음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습환경이 중요하긴 하나, 그게 꼭 자사고(특목고)여야 하는가?’

오히려 제 생각에는 학습 환경 조성에 있어 학교보다 중요한 건 자습 환경인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일반고이든 자사고 영재고 특목고이든, 중요한 건 자기 자습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일반고에 비하면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들이 자습 환경 조성이 더 유리하겠지만, 달리 말하면 자습 환경 조성만 잘 되면 굳이 자사고에 진학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후술하겠지만, 오히려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는 자사고나 특목고의 학습 환경이 대학 입시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도 중학생 때는 어느 정도 공부를 하면 성적이 나오는 편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특목고, 자사고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민사고를 지원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지역 단위 자사고인 이대부고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대부고의 내신 공부법, 자사고에서 공부하며 느낀 점,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공부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대부고 내신 공부법: 학년별 내신 공부법

이대부고는 자사고이긴 하지만 다른 학교들에 비해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화여대 사범대 부속 고등학교다 보니, 여학생은 경쟁률이 있지만 남학생은 처음에 경쟁률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과학고 영재고, 전국 단위 자사고에 탈락한 남학생들이 지원하면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형태입니다. 적어도 제가 준비했을 당시에는 이대부고에 남학생이 입학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내신을 잘 받는 데에는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졸업 때를 기준으로 생각해도 평균 1.5등급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다른 자사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구열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사고임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내신 등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그 정도 성적을 받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전략이 잘 먹힌 덕분이었습니다.

이대부고의 내신은 1,2학년 때의 준비와 3학년 때의 준비 전략을 달리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부법도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1,2학년 때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직접 책을 만드시고 그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의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책 내용을 완전히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수능 대비를 따로 했다기보다는 선생님들이 주신 내신 자료만을 반복적으로 외우다시피 공부했습니다. 어차피 시험 문제들도 그 안에서 사소한 개념, 숫자, 단어 정도만 변형해서 나오는 까닭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칙은 없었습니다. 하물며 수학 시험의 경우에도 선생님이 주신 자료의 문제와 풀이를 전부 외우면 그 안에서 숫자만 변형되어 나오는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마저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시험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그 범위를 완벽하게 숙지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게 이대부고 1,2학년 내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3학년 때에 가서는 문제의 출제 경향과 선생님들의 수업의 기조가 달라집니다. 여느 고3이 그렇겠지만, 아무래도 수험생이다 보니 학교에서도 정시와 수시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1, 2학년 때는 내신 교재에서 선생님 수업 내용만 잘 듣고 정리하면 어렵지 않게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데, 3학년 때부터는 수능에 가까운 문제들이 출제됩니다. 수능에 가까운 문제들이란 곧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들을 말합니다. 이때 기존의 공부법과 차이가 있어 당황하기도 하고, 성적이 조금 떨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이러한 기조에 적응하고 나서부터는 원래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자세한 사안은 글에서 적는 것보다 학생과 직접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지도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이대부고 학생들, 혹은 이대부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신과 관한 전략을 세우고 조언을 하는 방식으로 멘토링을 진행합니다.

 

일반고 vs 자사고 : 성공을 위한 전략적 선택

자사고를 졸업해 대학을 간 입장에서 말하기 조금 민감한 문제이지만 제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면, 제가 중학교 3학년으로 돌아간다면 저는 자사고로 진학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내신 성적 취득의 용이성 때문입니다.

아무리 이대부고가 상대적으로 학구열이 높지 않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들, 자사고는 자사고입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일반고에 비해서 내신 대비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현 시점에 메디컬 진학을 위해 몇 차례의 반수를 하였는데, 만약 제가 일반고에서 최상위권 내신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진학에 훨씬 수월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역 단위 자사고는 전국 단위 자사고나 특목고와 달리 수시에서도 크게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수시 전형에서 떨어지면 불가피하게 정시로 진학을 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정시 전형은 소위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문이 좁은 편입니다. 특히나 의대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차라리 일반고에 진학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수시 입시를 통해 의대 진학을 선택하는 것이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에 따른 선택과 집중: 고득점을 위한 필수적 역량

앞서 ‘꼭 자사고를 진학해야 하느냐?’ 하는 회의감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절대로 자사고를 가지 마라’는 언명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집중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아도 될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집중해야 하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는 제가 다년간의 학습 경험, 그리고 학생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라는 영역 자체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이기도 합니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학생을 가르는 것은, 우선순위가 어디에 놓여 있느냐에 따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학업을 최우선순위로 놓고, 그에 자기의 생활을 맞춥니다. 그래서 과거에 공부를 잘해본 아이들은 성적이 한 번 떨어져도 회복이 쉬운 편입니다. 어쨌든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는, 학업을 최우선순위에 놓고, 그에 맞게 자기주도학습을 매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이 너무 강조되는 까닭에, 오히려 그 중요성이 퇴색되곤 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을 말할 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학생이 자기의 공부를 이끌어나갈 의지와 역량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예컨대 저는 중학생 때까지는 학원을 아예 다니지 않았고, 고등학생 때에도 필요한 과목에 대해서만 학원을 다녔습니다. 이처럼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고, 그리고 그 일에만 집중하는 역량은 상위권, 나아가 최상위권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역량입니다.

한편 쉬는 시간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원래 하루 6시간씩 공부하던 학생이 갑자기 12시간을 공부한다고 한들, 성과가 2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차츰 공부 시간을 늘려가고, 늘어난 공부 시간에 적응할 필요는 있겠지만, 많은 시간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쉬는 시간입니다. 저 또한 축구를 좋아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끝나면 시간을 정해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면서 보냈습니다. 노는 시간이 정확하게 정해져있으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공부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학생을 지도할 때에도,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쉴 때는 쉬는, 효과적인 시간 운용을 통해 학생의 학습 부담을 조절해가며 학생들이 꾸준히 집중하여 공부할 수 있게끔 지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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