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나 영재고에 비해,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의 접근성은 더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진학과 동시에 사실상 명문대 입학이 확정되는 과고, 영재고에 비해 외고의 대학 입시 성과는 학생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외고 진학을 결정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러므로 외고에 진학한/진학하려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에는, 외고 진학이 대입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외고에 진학하려는 예비 고1 학생들, 그리고 외고에 이미 진학한 외고생들을 대상으로, 수시 진학을 위한 세부 전략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I. 외고 내신에 대한 조언 : 수학, 과학 과목에 적극 투자하라

보통 외고를 진학하는 학생들은 수학, 과학에 별 관심이 없거나, 잘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다른 과목들에 비해 유달리 수학, 과학이 뒤쳐지기에, 도피성으로 외고에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저 또한 이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외고 진학을 결심하는 아이들이 많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수학 과학 과목을 잘 해야 외고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고 내에서 수학 과학으로 고득점을 받는 것이 비교적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기에, 수학 과학 과목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외고생들에게 권하는 수학 과학 공부법은, 소위 정석적인 방식으로 실력을 쌓아나가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애당초 그게 가능했으면 수학을 원래 못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신에 저는 시험에 나올 법한 문제들을 모조리 외워버리는 방식으로 공부할 것을 권합니다. 먼저 전년도 시험 문제를 분석하여 선생님이 시험을 출제하는 출처를 찾습니다. 주로 교과서, 기출문제, 부교재, 유인물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 교재들을 모두 10번 이상씩 풀면서, 거의 답이 외워질 때까지 반복할 것을 권합니다. 실제로 시험 문제 가운데서는 교재에 수록되어있는 문제에서 숫자만 약간 바꾸어 출제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문제를 외워두면 시험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방식의 공부는 이른바 암기식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류귀종이라는 말처럼, 수학 문제를 냅다 외워버리는 식으로 공부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어차피 최고난도 문제들을 제외하면 수학 문제들의 유형도 정형화되어 있고, 그 유형을 모두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으면, 그 유형들의 크고 작은 응용 문제들을 푸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 국어, 영어를 위시한 이른바 문과 과목들은 일반적인 외고생들이 그렇듯 꼼꼼한 암기를 중심으로 학습해야 합니다. 외고 재학생들 대부분 암기에 특화되어 있기에, 대부분 과목에서 교과서 귀퉁이의 지엽적인 내용까지 시험 문제로 출제되곤 합니다. 또, 외고 내신 시험은 절대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양은 많은데 반해 생활기록부 활동이나 대회 등으로 인해 공부해야 할 시간은 부족합니다. 이에 유념하여 효율적으로 시간을 분배하여 공부하되, 꼼꼼하게 교과서 내용을 암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II. 수시 입시의 꽃, 생활기록부 준비의 모든 것

II-1. 직책, 동아리, 대회의 "이름"보다는 "나의 활동"이 중요하다.

생활기록부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름'에 집착한다는 것입니다. 주요 직책, 동아리, 대회의 타이틀에 집착한 나머지, 활동들이 유명무실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로, 1학년 때 주요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해서 피튀기며 경쟁하고 좌절하는 경우 많이 보았고, 반장선거에 나가기 위해 거의 시험을 포기해 가며 '올인'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성취하게 되는 동아리, 대회 이름, 직책은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서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경우, 수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굉장히 무난하고 매력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저도 서울대에 진학했지만 반장을 한 번도 한 적은 없습니다. 유명 동아리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좋은 대학에 가려면 꼭 상을 타야한다는 말이 많았던 소논문 대회도 수상 내역이 없습니다. 그 대신 기존에 무의미하다고 간주된 부서 활동에 참여하고, 직접 재미있는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인기가 없었던 동아리에 들어가서 동아리장을 맡아 특이하고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였고, 큰 대회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독후감 대회에서 수상하며, 활동에서의 특수성을 어필했습니다. 또한 학교 오전 청소 봉사단에서 봉사 점수도 채우며 아침 청소의 장점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하거나 일화에 대한 칼럼을 쓰는 등, 다른 학생들에 비해 비교적 적은 에너지와 스트레스로 오히려 남다른 생기부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II-2. 복수의 전공 희망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수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하는 또다른 착각은, 희망 전공을 일관되게 유지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국제학부, 경영학과, 독어독문학과를 동시에 희망했던 사람이기에, 처음에는 이 모든 과목을 어떻게 하나의 생기부에 녹여야 할지 잘 감이 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관심사가 다양하고 마음이 바뀌는 것은 보편적이기에 이러한 다양한 전공 희망을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가령 체육 시간에 발표를 한다면, 희망하는 전공에 맞게 주제를 다채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독일의 건강 문화라는 주제가 독일과 미국의 피트니스 브랜드로 보는 한국 피트니스 브랜드 개선 방안으로 더 구체적이고 보다 심도있는 주제로 변할 수 있습니니다. 항상 주어진 과목이나 주제 내에서 벤다이어그램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여 다양한 분야의 교집합을 찾아냄으로써 더욱 더 다채로운 주제를 고안해낼 수 있습니다. 관심사나 탐구 분야는 서로 크고 작게 겹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II-3. 시간 투자와 생기부 퀄리티는 비례하지 않는다.

수시 준비, 생기부 준비에는 필연적으로 긴 시간과 에너지가 투입되기 마련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내신 교과 대비, 수능 대비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효율적으로 과제와 대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칫 버려지기 쉬운 시간들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예컨대, 조별활동을 진행해야 한다면 수업 이후에 시간을 따로 내기 보다는, 점심시간을 활용하거나 수업 시간 내에 끝마치는것을 목표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중적으로 수행평가 중심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일주일 정도 잡아, 시험 기간이 되기 전에 수행평가 준비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수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목표하는 바는 높은 퀄리티의 활동을 하고, 그것을 생기부에 녹여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기부의 양을 무작정 늘리는 일, 긴 시간을 들이는 일은 실상 높은 퀄리티의 생기부를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같은 탐구활동을 하더라도 어떤 주제가 더 참신하고 흥미로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가뜩이나 내신 준비하랴, 수행평가 하랴, 각종 대회 참여하랴 시간이 모자란데,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해야 합니다.

II-4. 다양한 경로로 활동을 확장하라

대부분 학생들은 수시 대비 활동을 하고 나면, 기껏해야 보고서 작성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고서를 잘 쓰는 일도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보고서를 잘 쓰든 못 쓰든 "~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함" 정도의 문구로 생기부에 기록된다는 점이 아쉬운 점입니다. 따라서, 자기가 활동한 것을 다양한 경로로 확장할 것을 권합니다. 예컨대, 포스터를 제작해 캠페인을 진행할 수도 잇고, 전시회 형식으로 활동을 진행할 수도 있고, 책갈피, 문집 등의 '굿즈'를 발행할 수도 있꼬, 신문, 잡지 같은 형태로 활동을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활동을 다양하게 연계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생기부란 결국 '나는 괜찮은 학생이에요' 하는 주장을 설득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일관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고, 활동간의 연계는 이 일관성 확보의 일환입니다. 아무리 좋은 활동이 많아도 활동의 맥락 없이 나열되어 있고 주제가 뜬금 없으면 좋은 생기부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하나의 활동이 다른 활동의 시작이 되거나 영감을 주는 등 생기부가 한 사람의 성장과 사고 방식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컨대, 영어 수업때 미디어에 대한 지문을 읽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수행평가로, 이 주제에 대한 비판/동조/심화/대안제시를 목표로 하는 에세이를 작성하는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동아리에서 미디어에 관한 전시를 기획,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교과목과 비교과를 넘나들며 이들을 연계함으로써, 생기부 전체를 관통하는 일정한 타임라인 같은 것이 엿보이도록 활동들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II. 돌고 돌아 핵심은 "시간 관리"다.

이 글에서는 외고에서의 수시 진학 준비에 관한 요령을 담았습니다. 그렇기에 입시 공부의 다른 측면들을 상대적으로 덜 다룬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바는, 공부의 기본에 관한 것이므로 지금 이야기한 내용들을 관통합니다. 공부의 핵심, 특히 치열한 입시 공부의 핵심은 결국은 효율적인 시간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시간 관리'라고 함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들을 어떻게 쪼개서 활용할지를 정하고, 그것을 이행하고 피드백하는 것까지를 말합니다. 반복적으로 언급했듯, 내신부터 대회 준비, 나아가 수능 대비까지, 해야 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은 와중에 그것들을 높은 퀄리티로 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공부 시간과 효율적인 안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특히 제 경우가 그랬습니다. 중학교 2학년, 선행은 커녕 정규 커리큘럼 수업도 따라가기 힘든 상태였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배운 내용을 외우는 것에 천착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항상 독서실이 오픈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가서 마감 시간에 나왔고 점심, 저녁은 집에 들르지 않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집에서 밥을 먹으면 다시 나오기까지 의지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학교 가지 않는 날에는 12시간에서 17시간까지 공부 시간으로 확보했습니다. 학교에 가는 날에도 수업 시작 전, 쉬는 시간,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났을 때 남는 시간, 점심 시간, 저녁 시간 등을 최대한 확보해 8시간 이상 반드시 공부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사실 효율 좋은 공부를 해라, 집중되는 시간에 확실하게 하고 휴식을 충분히 취해라 하는 조언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들은 집중력을 포함한 모든 것이 너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거의 반에서 꼴지였던 중학교 때의 저는, 이렇게 절대적인 공부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시간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때에는 평균 시험 점수 98점으로 외고에 진학합니다.

 

이후에는 이 시간들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공부 구성과 계획을 짜고 또 실천하고 피드백하는 작업을 매주 했습니다. 사소한 일상 행위에도 공부를 포함시켜서 공부 시간을 매일 꾸준하게 늘려나갔습니다. 봉고차를 타고 학교 가는 길에는 학교 영어 지문을 소분해서 암기했고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약점인 국어 미니 모의고사를 풀이했습니다. 쉬는 시간이나 모든 자투리 시간, 점심 시간에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그리고 그 외 이동시간에는 전공어 지문을 암기하는 것이 아직도 기억날 만큼 저에게는 습관화되었습니다. 당시 친구들도 저만 보면 진짜 알차게 시간을 쓰는 것 같다며 놀라곤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말미에 남기는 이유는, 특출난 머리나 선행학습 없이도 소위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함입니다. 모든 수험생에게는 하루 24시간,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3년이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그러므로 머리가 빼어나게 좋지 않더라도, 자기에게 허여된 그 시간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냐에 따라 수험생활의 결과가 정해질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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