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들이 국어 과목에서 시 읽기를 어려워 합니다.

그런데, 시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을 함의할까요?

당장 시 지문에 딸린 문제 풀기에도 급급한 학생들로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다수 학생들은 이 겉보기에 단순한 질문의 답을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시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시작해 문제풀이와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시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단계별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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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를 읽는다는 것을 이해하기: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것처럼 시를 읽는다

다시 묻겠습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학생들의 공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부터 설명할 시 구조화 공부법의 목적과 필요성,

그리고 대전제를 학생들에게 공유하여 학생들의 공감을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시 구조화 공부법의 목적은 시의 주제와 각 시어의 의미를 암기하여 파편적으로

시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구조적이고 총제적인 접근 방법을 익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접근 방법의 필요성은,

그것이 처음 보는 시에 접근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발견됩니다.

만일 시에 옳은 해석이 있다면, 그것은 정합적인 해석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시를 구조적이고 총체적으로, 정합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첫째, 사람의 표정은 파편적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즉, 우리는 사람의 표정을 읽을 때 눈썹이나 입꼬리만 보지 않고 얼굴 전체를 봅니다.

전체를 보는 것이 더 단순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정답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입꼬리만 보고 사람의 표정을 읽는 사람은 위 <보기>의 표정을 긍정적인 표정이라 읽기 어려울 것입니다.

둘째, 사람의 표정은 일대일 대응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보기>의 표정은 기쁨, 희망, 환희, (종교적 의미의) 해탈의 감정 중

하나로만 해석되지 않고 네 감정 모두에 정합적입니다.

바로 이 정합적인 여러 해석이, 통상적으로 쓰이는 시에 정답이 없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하지만 <보기>의 표정은 엄연히 슬픔의 감정과는

정합적이지 않고, 따라서 슬픔은 가장 옳지 않은 해석이 됩니다.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주어진 지문으로 내신 시험에 대비할 때 흔히 학생들이 사용하는

파편적인 시어 암기 내지 일대일 대응 주제 암기 방법은 시 해석이라기보다는 분석에 가깝습니다.

말하자면 분석적이기에 파편적입니다.

이 방법은 마치 입꼬리만 보는 것처럼, 학생들이 처음 보는 시에

적용하기 어렵고, 비효율적이고, 정답에서 멀어지는 일을 초래합니다.

출제자가 학생들에게 확인하고 싶은 것은 궁극적으로 시를 감상하는 능력입니다.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난 사람의 표정을 어렵지 않게 읽어내듯,

처음 보는 시의 구조에 접근하여 이에 정합적인 해석과 그렇지 않은 해석을 구별하는 것,

그것이 출제자의 의도이자 시 구조화 공부법의 목적입니다.

2. 시 구조에 접근하기: 시를 구조화한다는 것은 대비를 찾는 것이다

이제 방법과 목적을 설명했으니, 시를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의 구조란 무엇인지 이해하고, 구조에 기초하여

시를 해석하는 방식을 경험하고 익숙해져야 할 차례입니다.

시의 구조란 말하자면 시어들의 관계망입니다.

그리고 시어들의 관계망을 파악하는 작업은 곧 한 시어가

다른 시어와 통하는지, 아니면 대비되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입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라는 시문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여기서 하늘과 구름은 그 색상으로 대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시문이 ‘그들이 보이지 않는 척박하고 황량한 도시’라면 어떨까요?

이 경우 전체 시의 구조는 흰색과 파란색의 대비가 아니라,

희고 파란 하늘과 척박하고 황량한 도시의 대비로 이해됩니다.

즉, ‘하늘’과 ‘구름’은 대비되는 시어라기보다는 서로 통하는 시어이며,

‘도시’는 이들과 대비되는 시어라는 것입니다.

이런 방법이 많은 학생들에게 낯설지라도 어려운 것은 절대 아닙니다.

어떤 학생들은 이를 ‘구조’라 개념화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읽어내기도 합니다.

해설지는 위 예시에서 ‘도시’의 의미가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 문명의 모습’이라고 풀이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어의 직독직해는 시 구조화 공부법이 목표하는 바가 아닙니다.

이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혼자서 시를 읽는 학생에게 불가능하기까지 합니다.

대신 학생들은 시 구조화 공부법을 통해 ‘도시’가

‘하늘’이나 ‘구름’으로 표현되는 자연과 대비되는 무언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선지에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 문명의 모습’이라는 구절이 나온다면

그때 자신의 해석과 선지가 정합적인지를 판단하면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시를 구조화해서 이해하는 방법부터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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