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학과 멘토 이동건입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제게서 배우는 것과 별개로 수학 학원도 다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물론론 학원을 다닌다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도움이 되는 면이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간혹 제가 걱정하게 되는 사안은 일부 학원에서 숙제를 과하게 많이 내줘서 학생들로 하여금 반강제로 지나친 ‘양치기’를 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이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양치기’란 특히 수학 교과에서 굉장히 많은 수의

문제들을 푸는 공부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학 문제를 많이 풀면 수학 실력이 더 느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싶으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맞는 말인데, 이것이 맞는 말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전제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무작정 수학 문제를 많이 풀기만 하는 일은 최악의 경우 시간 낭비에 불과합니다.

 

예컨대 제가 지도한 A 학생의 경우, 단적으로 말해 수학 학원을 아예 다니지 않는 편이 수학 학원을 계속 다니는 것보다 더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학생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를 계속 억지로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기준에서, 수학 문제를 푼다는 것은 자신이 앞서 학습한 개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연습하고, 또 실제 시험에서는 어떤 문제가 나올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온전히 개념을 숙지하지 못한 학생이 문제에 달려든다면 문제를 제대로 풀 수도 없고, 설령 어찌저찌 답은 맞힌다 하더라도 그것은 한때의 요행일 뿐입니다. 실력은 키우지 못하면서 시간만 쓴 꼴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더군다나 개념 학습이 부족한 단계의 학생에게 실전에 익숙해지는 일이 얼마나 유의미한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에 더해 제가 관찰한 문제가 한 가지 또 있었습니다.

때때로 어떤 학원들에서는 심하게 어려운 문제들을 숙제로 내주곤 합니다.

여기에서 심하게 어렵다는 말은 학생의 수준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

개념 학습을 충실히 마친 학생에게도 풀기가 상당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일반에게 불필요한 수준의 문제를 대량으로 풀도록 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문제집을 예시로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쎈이 실려 있는 모든 문제에서 자신이 어떤 개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실제로 그 문제들을 풀 수 있다면, 해당 수험생은 사실상 수능 수학에서 어떤 문제가 나오든 얼마든지 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다수의 수험생들은 쎈에 수록된 문제들마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블랙라벨의 어려운 문제들을 모아서 학생들에게 풀도록 하는 일이 과연 소용이 있을까요?

양도 양이지만, 블랙라벨의 문제들은 대체로 각각에 손대기만 하려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궁극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렇습니다.

‘양치기’를 시키는 학원에 다닌다면, 많은 학생들은 자기 수준과 무관히 학원 숙제에만 쫓겨 자신에게 부합하는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학원 숙제도 제대로 못 끝내고, 학교 수업마저 못 따라가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그러니 수험생 분들께서는 숙제가 많은 학원에 다니면 수학 공부를 잘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재고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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