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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들뿐만이 아니라 국어 강사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입장이 갈리는 사안이 하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문학 문제를 풀 때, 지문부터 읽을지, 아니면 문제부터 볼지입니다.

워낙 양자의 대립이 첨예하다 보니 오히려 명확하게 무엇부터 봐야 하는지 말하기가 더 쉽지 않은 면이 없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절대 다수의 수험생들에게는 국어 모의고사나 수능을 대할 때 지문보다 문제를 먼저 보는 것이 훨씬 쉽고 유리한 길이라고 말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모의고사 및 수능의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을 한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다음의 말을 꼭 숙고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모의고사와 수능은 객관식 시험이지 서술형 시험이 아니고, 이는 국어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객관식 시험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객관식 문제에서는 정해진 개수의 선지들 중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는 제가 묻고 싶은 사안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형식이 어떠한 특성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앞서 제가 언급한 형식은 학생이 지문을 해석하는 방식을 상당 부분 제약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런 까닭에서 한국의 대입 제도를 비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우선은 객관식 문제가 학생의 해석을 제약한다는 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겠습니다.

 

위에서는 제약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달리 말해 모의고사와 수능이 문학 작품을 대할 때 어떠한 내적 도식을 통해 접근하면 되는지를 제공하는 시험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험생은 각각의 선지가 이 도식 및 지문에 부합하는지, 부합하지 않는지만을 판단하면 될 뿐입니다.

즉, 비록 여러 문제에 비평적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어 모의고사나 수능 모의고사를 푸는 학생은 출제된 문학 작품들을 직접 비평할 필요가 하등 없습니다.

 

만일 국어 모의고사 및 수능의 요구사항이 수험생들로 하여금 문학 작품을 비평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면 우선 출제된 문학 작품을 천천히, 또 꼼꼼히 살피며 읽어보라 하는 일도 유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실제 모의고사와 수능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우리는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반복하지만, 주어진 도식에 따라 각 선지의 적절성 여부를 판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국어 모의고사와 수능입니다.

 

그렇다면 수능과 모의고사에서 문학 문제를 잘 맞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름이 아니라 문제에서 제공하고 또한 따르기를 요구하는 특정 도식을 잘 수용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이런 까닭에서 저는 항상 지문보다 문제를 먼저 보는 일을 권해 드립니다.

지문부터 읽는다면 어차피 지문을 다 읽은 후에도 다시 문제에서 주어진 도식에 따라 그것을 재해석해야 할 텐데, 대다수의 학생에게는 이런 식으로 국어 모의고사나 수능을 풀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지문부터 보기를 권하는 분들은 대부분 실제 문제풀이가 아닌 일상적인 국어 실력 키우기를 염두에 두고 있거나, 아니면 원래부터 국어 영역에 뛰어나고 국어 시험에서 시간 부족을 크게 느끼지 않는 분들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한 학생들이라면 지문부터 읽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유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이 있는데 자신이 할 수 있다고 해서 굳이 다른 방식을 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물며 그렇게 할 수 없는 수험생들이라면 더더욱 문학 영역에서 문제부터 봐야 하겠지요.

홍강인 멘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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