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에 충실함으로써, 힘겨운 입시의 경험을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저는 고3 때까지도 특별히 꿈이 있어서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반드시 의사가 되고 싶다던 주변 친구들처럼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지금 당장 해야 하니까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특별한 요령 없이 안되면 될 때까지 몸을 고생시키면서 공부를 하는 타입이어서, 매일 밤을 새는 것이 일상이 되도록 공부했습니다. 이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으면 최소한 괜찮은 대학은 가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공부했고, 이것이 큰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첫 수능을 완전히 망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원래 약했던 과목들은 평소처럼 못 봤고 자신 있었던 과목들도 난생처음 받아보는 형편없는 점수를 받아 당연히 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대학들조차도 꿈도 못 꾸는 성적을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특별하게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꿈이 없던 저로서는 이 첫 실패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시험을 망쳤다는 사실 자체보다 저를 힘들게 했던 것은, ‘노력이 나를 배신했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방황하는 시간들이 길어졌고, 고려해둔 다른 선택지가 없어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재수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텅 빈 상태로 재수학원에 앉아있으려니 공부한 내용이 머리에 하나도 들어오지도 않고 아무 의미 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는 날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주말에는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 체력을 핑계로 운동을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습니다. 나와도 할 건 없고 운동한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무작정 달렸습니다. 하루하루 운동을 하다 보니 저를 괴롭히던 잡생각들이 점점 사라지고, 해야 할 생각들만 남아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 깨닫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노력만큼 결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게 당연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 마음대로 그 생각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부에 대해서 제가 오해하고 있던 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과가 어찌 됐든 내가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어서 앉아있는 거니까, 내가 하겠다고 결정한 일이니까 과정에 충실하여 열심히 하자고 되뇌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부모님을 위해서 공부했다면 그때 처음으로 나를 위해서 공부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 공부를 해야하는가를 확실히 깨닫고 목표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딱히 뚜렷한 꿈이나 계획이 없어도, 나를 위해 공부한다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학에 다니고 있는 저도 아직 그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지만 적어도 제가 맡게 될 학생들은 자신을 위해서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습을 소화해내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비약적인 성적 향상을 이끌어 냅니다.

 

 현역 때와 재수 때의 가장 큰 차이는, 마음가짐의 차이보다도, 철저히 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역 때의 학교 이후 제 일과를 생각해보면 학원과 인강뿐이었습니다. 야간자율학습도 모두 빼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유명 학원들로 뛰어다니며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오면 친구들이 듣는다는 인강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때는 친구들이 듣는 강의 안에 성적이 오르는 필승 비법이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고, 그 수업을 듣지 않으면 나만 뒤쳐지는 것만 같아 불안했습니다.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시간들은 모두 수업을 들었을 뿐, 제 공부를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재수할 때는 오히려 시간이 많아져서 자연스레 수업을 듣는 시간 외에 제가 혼자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수업을 많이 듣는 것이 좋은 재료를 열심히 사 모으는 것이라면, 제가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은 그 재료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좋은 재료만 백날 모아봐야 성적이 오를 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한 얘기 같겠지만 학생 때, 특히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여있을 때는 불안감에 이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자기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의 중요성을 알려 주고, 그리고 그 습관이 생기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공부의 필승전략은 없습니다, 나에게 맞는 공부법이 있을 뿐.

 

 저는 공부에 있어서 필승전략은 딱히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성격도 상황도 다 다르기 에 각자에게 맞는 공부법이 다 다른 까닭입니다. 그래서 어디 좋은 대학을 간 누군가의 공부법만을 너무 맹신하고 무작정 따라 하기만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방법입니다. 나한테 가장 잘 맞는 공부법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공부를 하는 도중에는 그걸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공부를 철저히 혼자 하는 편이라, 저 또한 저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다 보니까 시행착오도 많이 겪는 데다가, 지금 하는 일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어디 물어볼 데가 없어서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이 받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와 같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공부에 있어서 반드시 옳은 하나의 공부법이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옳지 않은 공부습관은 분명 있습니다. 이 옳지 않은 습관만 걷어내더라도 자연스레 자기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기 마련입니다. 예컨대, 본인 실력에 맞지 않거나 너무 선행하여 공부를 하는 것이 옳지 않은 공부습관입니다.

 가령 저는 재수 초창기에 한창 개념의 중요성에 집착했었습니다. 물론 개념 공부가 중요한 건 맞습니다. 그러나 재수 때는 이미 어느 정도 공부가 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개념에만 너무 집중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습니다. 한 번 실패를 겪고 나서라 그런지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생겨,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던 것 같습니다. 문제풀이나, 제가 모르는 영역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겨울 내내 원래 알고 있던 것만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이미 아는 것은 과감하게 넘어가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제가 완전히 특정 공부 방식을 강요해서 끌어가지는 않겠지만, 이런 나쁜 공부습관을 걷어 내가면서 학생에게 맞는 공부습관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시험장에서 ‘머리’와 ‘손’ 둘 중 하나는 제 몫을 해야 합니다.

 

 두 번의 수능 시험을 통해 제가 배운 점은 시험장에서 ‘머리’와 ‘손’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제 몫을 해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머리로써 생각이 잘 돌아가거나, 손으로써 습관이 잘 발현되거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 다 되면 낼 수 있는 역량 이상으로 성적을 낼 수 있지만, 수능 시험장이라는 환경상, 긴장하여 생각이 무너지거나 습관이 무너지기 십상입니다.

 

 ‘머리’는 말 그대로 생각입니다. 제가 공부할 때 제일 중요시했던 것은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공부하고 있으니까 당연히 생각을 해야지’하고 의아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머릿속에서 누구랑 대화하듯이 생각을 하며 공부했습니다. 모든 개념, 문제풀이에 전부 “왜?”라는 질문이 뒤따랐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개념 공부를 할 때도 원리들 하나하나에 이유를 붙여가면서 공부하고 완전히 제 것으로 소화할 때까지 계속 사고의 흐름을 정리했습니다. 문제를 풀 때도 제가 쓰는 풀이 한 줄 한 줄마다 “왜?”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떠어떠할 것 같다’는 식의 추측성 생각이 아니라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라는 당위성을 생각하면서 공부했습니다. 공부할 때만큼은 모든 행동에 전부 근거를 찾고, 생각을 멈추지 않아야 실력이 늘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하기를, 멍하니 강의를 듣는 것에서 혼자 개념과 문제와 씨름하는 것이 실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도 혼자 궁리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이러한 접근을 꾸준히 시도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제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저도 처음 과탐 공부를 할 때 집에 와서 공부했던 것을 강의하듯이 계속 입으로 내뱉으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말로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된 후에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최종적으로는 풍부한 생각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손’은 흔히들 많은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는 ‘체화’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가 스스로가 체감하는 실력 상승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공부하면서도 의외로 실력이 느는 것과 성적이 오르는 것은 별개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이 ‘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능력은 많지만, 아직 그걸 100% 시험지 위에 보여줄 준비가 덜 되어 실력이 성적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잘 아는 것과 그것을 정해진 시간 안에 정확하게 보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손’에 익도록 준비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가령, 국어의 경우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훈련을 반복한다거나, 수학이나 과탐의 경우 같은 유형의 문제를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많은 문제를 푸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많이들 워낙 강조하시는 부분이다 보니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간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꾸준히’, ‘끊임없이’를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원래 재미없는 공부 중에서도 특히 더 재미없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옆에서 틀을 만들어주고 공부습관을 잡아주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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