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해승 멘토입니다. 상산고 졸업 후 재수, 한의대 합격후 반수, 총 세번의 수능을 통해 최종적으로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학생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역량 중 하나는, 자신이 어떻게 공부를 해왔는지 파악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고3 6월 모의고사 전까지는 무작정 학원에 떠밀려 시간에 쫓기는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6월 모의고사를 기점으로, 저는 이러한 제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그동안은 대부분 모의고사에 1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첫 평가원 기출 시험에서 국어 77점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이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솔직히, 평소에 내심 낮잡아 보던 친구보다도 성적이 안 좋았어서, 지금껏 내가 오만에 빠져 있었구나, 공부를 안 하는 것과 다름 없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공부의 완결- '나'로부터의 시작>

 

 가장 나쁜 공부법은 외부에 의존하는 공부법입니다. 억지로 다니는 학원의 과제에 떠밀려, 진도를 똑바로 따라가지도 못한 채 얕고 넓게 공부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공부는 단 1분을 하더라도 내가 소화하는 것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제대로 이해도 안 된 수업의 숙제를 떠맡고 억지로 풀어내는 것을 스스로 공부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또 다른 하나는 누구를 보여줄 것처럼 플래너를 작성해놓고 그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플래너 작성은 다들 강조하는 것이지만, 작성해놓고 이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플래너를 쓰는 데 시간을 빼앗긴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니다.
저는 고3 6월 모의고사를 보고 나서 제가 이런 나쁜 습관이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첫째, 공부가 완결되었을 때는, 단순히 개념 공부와 문제풀이를 끝낸 뒤가 아닌, 그 이후에 스스로 잘 이해가 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을 때입니다. 국어성적에서의 하락을 겪지 않았다면 저는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 했을 것 입니다. 그저 학원에 떠밀려 스스로의 매뉴얼 없이 쏟아지는 양을 ‘처리’하기 바빴고, 그에 따라 조금만 난이도가 올라가더라도, 점수가 바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인강, 독학, 학원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개념, 문제풀이 이후 스스로를 돌아보며 '앞으로 이 관련 어떠한 문제가 나오더라도 같은 풀이방법을 이행할 수 있을 것인가'를 반문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혔을 때 그 것이 문제 자체가 어려워서 막히는 것인지, 내가 공부한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여 막히는 것은 아닌지, 이 질문에 대한 확답이 ‘완결’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래너 작성, 발상의 전환>

 

 둘째, 공부는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3 때의 저는 그저 플래너를 예쁘게 작성해놓고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혼자 더 많은 양을 하루에 끝낼 수 있을 것처럼 과시하고, 여기에서 만족감과 뿌듯함을 얻었습니다. 플래너는 과시를 위해 작성하는 허영 가득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자신의 범위 내에서 통제하고 감독하는 수단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플래너 작성 방법은 여타 다른 학생들의 방법과 다릅니다. 나아가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플래너는 처음 며칠동안만 공부를 하기 전 구체적으로, 문제 수까지 계획을 세워놓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해봅니다. 그리고 실제 공부량이 계획과 비교해서 얼마나 많거나 적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를 통해 과목별로 이 정도 양이면 자신한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처음 며칠이 지난 이후부터는 과목별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대략적인 얼개만 적어 놓은 뒤, 공부를 모두 마치고 얼마나 이행하였는지 적었습니다. 요컨대, 플래너를 작성하는 초창기를 통해  스스로의 집중도와 이행 정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안 뒤부터는 공부량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할 수 있을 만큼 하고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자기의 역량을 알고 있는데, 스스로를 제한된 양에 가두는 것보다는 공부 양의 극대화를 위해 제한을 두지 않고 쭉 나의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목별 공부법과 요령>


 국어: 일관된 독해법, 객관적인 텍스트의 이해
 먼저, 국어 과목입니다. 현재 국어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영역은 누가 뭐라 해도 비문학 영역입니다. 따라서 시험을 볼 때는 비문학 영역을 넘겨서 마지막에 풀고, 앞선 영역에서 시간단축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은 전략입니다. 비문학 영역에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뒤, 복잡한 텍스트를 머릿속에서 마인드맵을 그리듯이 정리하여, 일관된 풀이 형식에 맞추어서 푸는 것이 핵심입니다. 
 비문학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글 읽기 능력입니다. 어디에는 밑줄, 어디에는 동그라미, 어디에는 세모 표시, 이러한 부분에서 스스로의 매뉴얼이 고정되어 있어야 짧은 글내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분류, 정리가 가능합니다. 가령 제 경우에는, 키워드에 박스, 단락 별 주제문에 밑줄, 역접 접속사에 세모, 두 가지의 비교, 대조가 이루어지는 경우 A, B 표시 등 저만의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든 비문학 문제에 일관되게 사용하며, 글을 정확하게 저만의 방법으로 정리하였습니다. 글의 내용물은 다를지언정 그것을 읽는 저의 방식은 동일하니, 새로운 유형이나 고난이도의 지문을 접했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국어 성적에서의 침체기를 겪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문학 영역에서 대한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문학' 이라는 이름 때문에, 작가의 생각이나 느껴지는 정서, 태도를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습니다. 우리는 문학 연구를 하고자 문학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의 의도나 작품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솔직히 말하자면 문제 풀이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해당 문학 작품을 재료로, 수능이라는 시간이 제한된 시험에서 ‘풀이’하는 것입니다. 작품에서 나오는 특정 단어의 사용은 기계적으로 특정 개념과 연결됩니다. 시험에서는 오직 객관적으로 주어진 텍스트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의아할 것입니다만, 진정한 의미에서, 국어 과목에서의 2등급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텍스트의 파악과, 개념의 타당한 적용에 성공한다면 1등급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3등급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2등급을 맞았을 때 의아하거나 확신이 잘 들지 않았던 문제들을 운 좋게 맞추었다면, 그 시기가 가장 위험합니다. 마치 모래 위에 성을 쌓은 것과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텍스트의 객관적인 이해와 올바른 개념 공부로, 국어의 튼튼한 기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수학: 최고효율 풀이법의 매뉴얼화

 다음은, 제가 가장 자신있는 수학 과목입니다. 수학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수많은 풀이법 가운데 최고효율의 풀이 형식을 찾고 그것을 매뉴얼화하라는 것입니다. 가령, 기하 문제를 푼다고 하면, 여러 가지 풀이법이 있을 것입니다. 도형의 성질을 이용하여도 되고, 좌표평면을 대입시켜 점의 좌표화를 통해 길이를 얻어도 되고, 평면 벡터의 도입을 통해 수식으로 이를 계산하여도 됩니다. 최고효율의 풀이법을 찾는 과정은 이렇게 풀이법이 다양할 때 필요합니다. 먼저, 세 가지의 풀이방식으로 각각 문제를 풀어봅니다. 그리고 세가지 방식 중 이러한 유형의 문제에는 어느 풀이 방식이 가장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실수가 덜 한 방식인지 파악합니다. 유형별로 가장 효과적인 풀이 방식을 찾았다면, 이제 새로운 문제를 시간을 제한해 놓고 풀 때, 그 방식을그대로 적용하여 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시험에서 시간 단축이 가능합니다. 또한, 만약  정한 방식으로 풀리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도 역시 이해하고 있기에 문제풀이의 어려움 또한 줄일 수 있습니다.

 

멘토링의 방향성

 

 3번의 수능을 보며, 점차 이러한 매뉴얼이 구체화되는 것을 스스로 느꼈습니다. 이 글에서는 특정한 루틴을 설명했지만, 사실은 제게는 수험생활을 거치면서 숨쉬듯 가능해졌습니다. 아마도 제가 누군가의 방식을 억지로 따라하려고 했더라면 이처럼 매뉴얼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것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멘토로서 학생들과 대면했을 때,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풀이방식이 저와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멘토링 과정을 통해 제가 해야 할 일은 저의 방식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닌, 본인만의 방식을 발전시키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 방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러했듯, 다들 범하고 있는 오답은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여러 번의 수능을 거치며 그러한 ‘오답’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실패들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근사한 '과정'이 됩니다. 그러한 과정을 학생과 공유하며, 학생을 정답에 다가갈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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