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으로 알아보는 공부법

 

I.      익숙함과 앎을 혼동하는 우리의 뇌

 

‘복습이 중요하다’ 아마 전국 각지의 모든 선생님들과 공부 깨나 한다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대관절 복습이 무엇일까요? 내용이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공부하는 것을 말할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반쪽짜리 정답입니다.

 

‘익숙함’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과 아는 것을 혼동하곤 합니다. 모두들 영어단어를 외워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보통은 영어단어를 외울 때, 일단 단어장을 펼치고, 단어에 밑줄을 그어가며 단어와 뜻을 외웁니다. 그리고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들 무렵에, ‘이 단어는 아는 단어구나’ 하고 비로소 책을 덮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입니다. 그렇게 안다고 생각했던 단어가, 막상 시험지 위의 지문에서 보면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아 분명 외웠는데, 아는 단어인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지만, 그 생각만 맴돌 뿐 정작 단어의 뜻은 기억이 안 난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비단 영단어 암기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과목들에서도 이런 경험 없으셨습니까? 아마도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든, 그렇지 않은 학생이든 모두 공감할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는 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과 아는 것을 혼동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익숙할 뿐인 지식을 안다고 착각하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II.    인출 연습, 착각을 넘어 앎으로 가는 첫 단추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많은 학생들이 분명 나름대로 공부를 했음에도 성적이 안 나오는 이유는, 그 학습이 수동적 학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수동적 학습은 자꾸만 뇌에게 익숙한 감각을 쥐여주고,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늘립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아는 것으로 바꾸는 연습, 즉 능동적 학습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능동적 학습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첫째로 인출 연습이 있겠습니다. ‘인출’이라는 말 그대로, 머릿속에서 지식을 꺼내 보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시험 보기’가 있겠습니다. 한 연구에서, 4회 공부 후 4회 시험, 6회 공부 후 2회 시험, 8회 공부 후 0회 시험을 비교군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여러 번 익숙해질 때까지 보는 방법이 올바른 공부법이라면, 세 번째 비교군의 성취도가 가장 높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결과에서는 학습 성과는 시험을 본 횟수와 비례했습니다. 공부한 내용을 머릿속에서 꺼내 보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는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단서입니다.

 

II-1. 백지 공부법

 우리는 ‘시험’이라고 하면 지레 겁을 먹기 마련입니다. 수능 시험, 중간고사, 기말고사, 하물며 학원에서 내는 퀴즈까지도, 공포의 대상입니다. 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멘토도 시험은 여전히 꺼림직 합니다. 그러니 타의에 의해 시험을 보는 대신, 스스로에게 시험을 내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배운 지식을 제대로 소화했는지, 스스로 확인해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방식에 관해 멘토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는 바로 ‘백지 공부법’ 입니다.

 많은 명문대 출신 멘토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이 학창시절 공부했던 방법 등에 대해 들을 기회가 많습니다. 많은 학생들은 명문대생이라고 하면 뭔가 초능력이라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그들의 공부법은 별 게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열 명의 멘토를 붙잡고 물어보면 여덟 명은 활용했다고 말하는 공부법이 바로 백지 공부법입니다. 백지 공부법은 배운 내용을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에다 적어보는 것이 전부인, 간단한 공부법입니다. 그리고 또 성적이 안 나온다는 학생은 십중팔구 하고 있지 않은 공부법이기도 합니다. 그저 배운 내용을 백지에다가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내가 뭘 알고 있고 뭘 모르고 있는지를 구분하게 됩니다. 아는 것은 적어낼 수 있을 것이고, 모르는 것은 적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좀 더 폼 나는 용어로 말하자면, 아는 것은 인출할 수 있고,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출할 수 없습니다. 인출 연습의 핵심은 내가 무엇을 아느냐는 곧 내가 무엇을 인출할 수 있느냐와 같다는 것입니다.

 

II-2. 다른 사람 가르치기(교수자 되어보기)

학교에서 주어지는 자습 시간, 공부 잘하는 아이에게 모르는 문제를 들고 가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자기 공부하기도 바쁘다며 신경질을 내며, 재수없게 구는 아이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 1등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1등인 아이는 주변에서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받아주고, 질문한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끔 노력했을 것입니다. ‘인성이 좋은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한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사실 그 ‘친절한 1등’ 아이는,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해주면서 자기 공부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자기 공부를 도와주는 다른 아이들에게 친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멘토가 수업에서 학생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너는 지금 네가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공부는 내가 하고 있는 거야. 왜냐하면 가르치는 일이 제일 공부가 되는 일이거든.’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인출하는 것 이상의 학습 효과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용을 아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 내용을 논리적으로 다시 구조화할 수 있어야 효과적으로 남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또, 설명의 과정을 통해 자기가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스스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즉, 단순히 지식을 인출하는 것을 넘어서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출하는 법을 스스로 배우게 됩니다.

 

III.     시간 간격의 활용, 복습의 필승법!

 우리의 뇌는 처음과 끝을 잘 기억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고등학생이라면, 중학생 때를 기억해 보십시오. 1학년 입학식 때와 3학년 졸업식 때가 가장 기억에 남지 않나요? 아니면 차를 타고 먼 거리를 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출발하고 직후와 도착하기 직전의 길이 제일 선명하게 기억에 남지 않나요? 반장 선거 때를 기억해 보십시오. 처음 연설한 후보와 마지막에 연설한 후보의 연설이 제일 기억에 남지 않나요? 이렇게 우리의 뇌가 처음과 끝을 잘 기억하는 현상을, ‘초두 효과’ 그리고 ‘최신 효과’라고 합니다. 우리는 이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를 공부법에 있어서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III-1. 포모도로 기법, 잦은 쉬는 시간 갖기

공부는 사실 집중한 상태로 보낸 시간의 절대치가 관건입니다. 그런데, 더 오래 집중하는 법 같은 건 없습니다. 애당초 인간의 뇌가 하나에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게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40분 정도입니다. 초등학교의 수업 시간이 40분인 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절대적으로 집중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적어도, 새로운 일을 착수하고부터 5~10분, 그 일을 마무리하기까지의 5~10분 정도는 또렷하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5분 정도 집중하고 5분을 쉬기를 반복한다면, 우리는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이런 공부법을 포모도로 기법이라고 합니다. 25분 집중, 5분 휴식을 4번 반복하면 총 100분을 집중한 셈입니다. 반면 처음부터 두 시간을 온전히 집중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실질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40분 남짓일 것입니다. 똑 같은 두 시간을 보냈지만 중간에 휴식 시간을 끼워준 것만으로도 집중한 시간의 총량은 두 배 넘게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하는 아이들의 차이는, 아주 사소한 시간들이 누적되어서 벌어집니다.

 

 III-2. 간격 두고 복습하기

이제 다 왔습니다. 처음에 복습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도대체 복습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복습은 익숙한 것을 공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복습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는 것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며,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복습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뭘 해야 할까요? 예습을 해야 할까요? 내용을 계속 상기해야 할까요?

 복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망각을 해야 합니다. 망각하지 않으면 복습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멘토가 시간 간격을 두고 복습하기를 권장하는 까닭은, 복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잊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이라는 그래프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공부한지 20분이 지나면 대략 40%를 망각하고, 한 시간이 지나면 60%, 하루가 지나면 70~80%를 망각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점차 90%, 더 나아가 새카맣게 잊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복습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우리의 뇌는 새로 들어온 지식을 망각하게끔 설계되어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이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분이 지나면 망각이 시작되니 30분 후부터 첫 번째 복습을 합니다. 그리고 두 시간 뒤에 두 번째 복습을, 하루 뒤에 세 번째 복습을, 일주일 뒤에 네 번째 복습을, 마지막으로 한 달 뒤에 네 번째 복습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시간 간격을 점점 늘려가면서 복습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 몇 번에는 간격이 짧으니 귀찮을 수 있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간격이 길어져서 점차 다른 과목에 대한 복습과도 병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것에 더 흥미를 느끼고 몰입합니다. 반대로 익숙한 것들에는 쉽게 지루해지고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우리의 뇌는 익숙한 것과 아는 것을 혼동한다고 이야기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간격을 두고 내용을 잊을 때마다 인출하는 연습을 통해, 같은 내용을 자주 보면서 동시에 익숙함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망각한 지식을 인출하려고 하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이 들었을 때 우리의 뇌는 이 학습 내용이 단지 ‘익숙한’ 것이 아닌, 의미 있고 기억해야 하는 것으로 인지합니다.

 

IV.  공부는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공부를 잘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멘토들을 만나지만, 다들 하나같이 ‘나는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그런 말들은 단지 겸양을 떨기 위한 겉치레가 아닙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머리가 좋은 사람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기 위해 더더욱 노력합니다. 멘토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입니다.

노력에 좌절당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번 시험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하는 생각과, ‘나는 노력해도 이 정도구나’ 하는 생각이 교차합니다. 그럴 때마다 멘토는 아이들에게 묻습니다. ‘정말 그게 최선이었어?’ 이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아이들은 드뭅니다. 하지만 때로는, 정말 최선의 최선을 다했는데도 성취가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스스로 노력하기를 포기하곤 합니다. ‘나는 적성이 안 맞나 봐’ ‘나는 안 될 놈이었어’ 하고 낙담합니다.

그럴 땐 노력의 방향이 올바른 방향이었는지를 점검합니다. 책상에 열 시간이 넘도록 앉아서 공부를 했지만, 계속해서 익숙한 것과 아는 것을 착각해오진 않았는지를 점검합니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제대로 인출할 수 있는지 점검합니다. 망각하지 않은 지식을 복습하느라 매너리즘에 빠지진 않았는지 점검합니다. 책을 뚫어져라 쳐다본 시간 중 실제로 집중한 시간은 몇 시간이었는지 점검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방향만 잡아주면 이미 날아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잘 하는 학생은 없습니다. 그래서 멘토가 있습니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포기하지 않는 한 멘토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학교 성적, 공부는 삶에서 아주 작은 부분입니다. 그 작은 부분 때문에, 일찌감찌 많은 것을 포기하고 무기력증에 빠진 아이들을 너무 많이 봐 왔습니다. 멘토는 고작 공부 때문에 무기력해지는 아이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공부 뿐만이 아닙니다. 아이가 올바른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어, 이루고자 한 바를 성취했을 때의 얼굴을 보기 위해, 멘토들은 밤낮으로 정성을 다합니다.

 

 

[참고영상]

https://youtu.be/Hq8wPiPiO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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