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의 이점을 최대로 살리는 공부

 

 서울대 의과대학 멘토 김정현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일반고를 다니면서 철저하게 내신을 준비했던 요령을 직접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공부 습관의 중요성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후술한 공부법은 꾸준히 시간을 쏟는 공부 습관과 함께 실천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실천과 연계된다면,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일반고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일반고가 특목고, 자사고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비록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대학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변 학생이나 수업에서나 특목고,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질적으로 우수합니다. 그러나 흔히들 예상하듯, 일반고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내신 대비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제가 자사고에 갔다면 상대적으로 내신 준비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일반고에서 의대를 진학하기 위해서는 이 이점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내신 평균 등급을 거의 1.0에 근접할 정도로 면밀히 준비해야 합니다. 이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한편 일반고라고 해서 수시 지원을 위한 각종 비교과 활동의 질이 절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종 자사고나 특목고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뒤쳐질 수도 있겠으나, 비교과 활동의 질은 절대적으로 학생 본인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질 좋은 활동이 제공되어도, 학생이 참여하지 않거나 건성으로 참여한다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내신 대비와 더불어 흥미로운 비교과 활동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가령 제가 다닌 수지고는 일반고 가운데 과학 중점 학교이기에 과학 관련 대회나 동아리 지원이 많았습니다. 저는 화학 동아리 활동을 3년간 했을뿐더러 틈틈이 프로젝트성 동아리를 1학년, 2학년 때 각 1년씩 했기에 타 일반고에서보다 수시 지원에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아무리 좋은 활동들이 교내에 많더라도 기본적인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상위권 대학 진학, 더 나아가 의대 입학은 요원해진다는 점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의대 입학을 위한 내신 공부법-절대로 교과서를 무시하지 마라

 

 먼저 과목별 내신 대비 공부법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소위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은 교과서를 간과하기 쉽습니다. 중요한 대목을 강사가 하나씩 짚어주는 사교육을 많이 받아온 학생도 그러합니다. 교과서 ‘따위’ 야 지루한 내용이 적혀 있는 무거운 책 정도로 생각하기 부지기수입니다. 그런 학생들을 제법 많이 봐온 터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오만방자한 생각입니다. 교과서야말로 내신에 있어서 가장 높은 출제 비중을 가진 참고 자료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수업은 주로 교과서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참고서를 보거나 기출문제를 푸는 등,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기술적인 요령도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교과서를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을 첫째로 목표하셔야 합니다.

 

의대 입학을 위한 국어 내신 공부법-교과서 질문의 모범 답안을 파악해라!

 

 국어 교과서를 펼쳐 보면, 목차 다음으로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학습 목표’와 ‘학습 활동’입니다. 사실 국어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교과서가 이러한 구성으로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똑바로 읽어본 경험이 있습니까? 아마 없을 것입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학습목표와 학습활동을 반드시 읽어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름 그대로, 이 항목들은 해당 단원에서 학생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알게 되어야 하는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말해 학습목표와 학습활동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은 내신 시험에서 일순위로 출제된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내신 시험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초점을 맞출 것은,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범적인 학습활동을 숙지하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컨대 학습활동에 ‘이 소설의 주제는?’이라는 질문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최소한 국어 시험 전날까지는 이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이 머릿속에 완벽하게 들어있어야 합니다. 그 답은 학교 선생님께서 수업 중에 하신 말씀에서 나올 수도 있고, 참고서에서 찾을 수도 있고, 혹은 문제집의 어느 보기에서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그 답을 찾았다면 이는 반드시 기억해두고 숙지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많은 문제가 학습 목표를 위시하여 출제되며, 특히 서술형 문제의 출제가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교과서, 수업 내용 필기, 참고서, 문제집 등을 번갈아 보며 서술형으로 출제되리라고 예상되는 이들 답안을 모두 통째로 외웠습니다. 한편 시험 범위에 들어가는 교과서 지문의 전반적 내용이나 그 주제, 형식적 특징들도 어느 정도 암기해둘 것을 추천합니다.

 

의대 입학을 위한 수학 내신 공부법- 수능과 같은 대비, 꼼꼼한 오답 정리

 

 이른바 ‘수포자’들이 흔한 세상이지만, 사실 수학 내신 공부법은 의외로 부담이 덜합니다. 수학은 내신이든 수능이든 대비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신 공부를 하는 것이 곧 수능 준비가 되며, 반대로 수능 공부를 하는 것이 곧 내신 준비가 됩니다. 이는 학업상의 부담을 줄여줄 뿐 아니라, 내신 수학 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동기가 됩니다.

전 교과목에서, 특히 내신 대비와 관련해 교과서가 지니는 중요성은 이미 강조한 바 있습니다. 당연히 수학도 교과서가 중요합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내신에서조차 교과서에 수록된 문제가 시험에 그대로 출제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교과서에만 충실하게 공부한다 하더라도 범위 내에서 출제된 모든 문제를 풀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고득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수학 성적을 받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내신 시험에는 시간제한도 빠듯한 편입니다. 따라서 수학 공부에는 문제를 많이 풀며 훈련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교과서를 다 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이는 수험생의 기본입니다) 문제집을 여러번 반복해서 풀어보기를 권합니다. 문제를 풀고 채점한 뒤 곧바로 틀렸거나 풀지 못한 문제들을 다시 검토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에 덧붙여 한동안 다른 문제들을 많이 푼 뒤에, 못 풀었던 문제들을 다시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난 후에 복습을 하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복습법을 취해야 하는 까닭은, 문제의 풀이를 잊어버리기 위함입니다. ‘엥? 복습은 안 잊어버리기 위해 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잊어버린 후에 다시 기억을 덧씌웠을 때, 풀이가 조금 더 자기 것이 됩니다. 애초에, 잊어버리지 않으면 복습을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참고:뇌 과학으로 알아보는 공부법 http://www.mentor.or.kr/board_MmLQ62/10152)

문제를 많이 풀면 점차 스스로 특정 영역의 문제 유형들을 나눌 수 있게 되는데, 이 단계에 이르렀다면 자신이 어떤 유형에 취약한지 쉽사리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함으로써 학생은 점차 특별한 약점이라 할 것이 없는, 의대 지원에 적합한 수험생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끝으로, 쉬운 계산 문제를 반복해 푸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쉬운 계산 문제 등은 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상위권, 최상위권 학생일수록 더더욱 이 연습을 해야 합니다. 설령 수십 번씩 풀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쉬운 문제들을 두어 번씩은 풀어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최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한두 문제 사소한 실수가 등급을 가르고 입시의 당락을 가르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에 실린 문제들은 대체로 쉬운 편이지만, 저는 이 또한 무시하지 않고 모두 풀었습니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의대 입학을 위한 영어 내신 공부법- 유형별 예상 문제를 추려 정리하는 방법

 

 내신에서 가장 자신 없는 과목을 하나 꼽으라면 영어였습니다. 지문의 양도 방대하고, 읽을 땐 잘 읽히다가도 막상 시험에 나오면 헷갈렸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니 고3이 되어서야 적합한 공부법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늦게나마 내신 영어를 극복해냈던 공부법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선 형광펜을 2-3개 준비합니다. 그리고 형광펜의 색깔별로 각각 문법, 주제, 어휘 측면에서 모르거나 헷갈리는 부분을 체크합니다. 가령 노란색 형광펜으로는 구문 분석이나 해석이 어려운 문장을, 초록색 형광펜으로는 지문이나 문단에서의 주제 또는 핵심 문장을, 분홍색 형광펜으로는 모르는 단어를 표시합니다. 그러면 형광펜 색깔만 따라가도 문법 유형, 내용파악 유형, 어휘 유형에서 각각 어떤 문제가 나올지 윤곽이 잡힙니다. 방대한 지문을 뒤죽박죽 읽는 대신, 각각의 예상 문제를 따라가면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단 의대를 지망할 정도의 실력인 학생에게도 어렵다면, 문법 사항이 복잡하거나 내용적인 함축을 담고 있는 문장일 것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은 달리 말해 시험에 내기 좋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방법은 영어 실력이 오르면 오를수록 혼자 공부하면서도 족집게처럼 예상 문제를 유형별로 추려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영어 내신 고사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이라면 비단 상위권 학생이 아니라도 이 방법을 꼭 활용해보시길 바랍니다. 학생의 수준과 무관하게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형광펜으로 칠해진 대목을 전부 분석하고 외워보면, 형광펜으로 표시된 곳에서 문제들이 나온다는 것을 몸소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의대 임학을 위한 암기과목 공부법 – 교과서를 통째로 암기할 수 있었던 방법

 

 흔히들 내신 과학탐구/사회탐구는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사실 암기과목이 맞습니다. 결국 내신 과탐/사탐의 성적은 얼마나 완벽하게 외웠는지로 갈립니다. 모든 것을 암기하셔야 합니다. 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암기과목에 자신이 없다고 하더라도, 좌절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경험하며 느낀 효과적인 암기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내신 시험마다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모든 내용을 교과서 통째로 외우곤 했습니다.

 여타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암기과목들도 교과서가 공부의 중심이 됩니다. 내신 고사를 앞두고 저는 시험 범위에 들어가는 교과서 본문을 먼저 3번 정도 통독했습니다.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흐름을 이해합니다. 막연하게나마 본문이 이해가 됐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암기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교과서 구석에 있는 작은 문장까지도 천천히 읽습니다. 그 후에 백지를 꺼내 목차 순서대로 적기 시작했습니다. 예컨대 A4 용지 한 장을 꺼내 ‘1. 우리 주변의 원소’와 같은 대단원명을 적습니다. 그 밑으로 중단원, 소단원, 학습 목표와 학습 활동을 적습니다. 학습 목표에서부터 대단원까지, 교과서를 보지 않고 해당 범위에 관해 제가 아는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씁니다. 다 썼다면 교과서를 펼치고, 조금이라도 빠진 내용이 있다면 빨간색 펜으로 옮겨적습니다. 이제 빨간색으로 작성된 내용을 다시 외울 차례입니다. 다시 외우고, 백지에 그대로 쓰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또 못 외운 게 있다면 지금까지 한 것을 반복합니다. 이를 두어 번만 반복해도 어느새 교과서의 80% 이상을 외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암기법의 장점은, 우선 두꺼운 교과서의 내용을 압축해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껍고 무거운 교과서를 다 들고 다니기에는, 시험 범위는 대개 대단원 한 개~두 개 정도입니다. 게다가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한 삽화나 칼럼을 생략하고 핵심 내용만 정리하니 더더욱 경제적입니다.

 둘째로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교과서를 다 외운다고 하면 초능력자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목차를 함께 외우며 이 방법을 몇 번만 반복하면 해당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 일주일 안팎입니다. 이렇게 교과서를 외워 놓으면 나중에 수능을 대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정현 의대 로드맵 멘토 : http://www.mentor.or.kr/board_KzBv29/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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