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에게 보내는 편지>

[멘티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나 입시할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 시기는 아마 불안하고도 예민한 시기일 것 같다. 공부를 똑바로 열심히 했다는 전제 하에, 딱히 시중에서 풀 만한 문제집도 없고 사실상 무한 반복의 단계일테니까. 그리고 반복을 하다 보면 자꾸 내 부족한 부분들을 알게 되고,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가령 나는 3년 내내 국어를 못 했던 적이 없는데, 10월이 되니까 그 전의 성적이 거짓말이라도 했던 것처럼 국어 문제가 잘 안 풀리고, 시험 문제를 푸는 게 두렵더라. 원래는 30분이면 45문제를 다 풀었는데 점점 50분, 60분..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게 불안하고 또 예민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수능에서도 80분을 다 쓰고서도 만점을 받지는 못했으니, 내 우려가 어느 정도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너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것 같구나.

 사실 시험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은 어느 때나 늘 있는 것 같다. 나도 지금껏 숱한 시험을 봤지만 여전히 시험장에 들어가면 손을 떨어서 글씨가 엉망이 된다. 앞으로도 이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란 극히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실제 실력보다 성적이 더 잘 안 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도 생각한다. 애시당초 실전에서 의연하게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임에도, 자꾸만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실패하고 좌절하기를 거듭하는 것도 같다.

 내가 이른바 슬럼프를 극복한 방법은, 시험에서 안 떠는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시험에서 떨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실력을 쌓는 것이었다. 솔직히 시험을 대비하는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옵션이 그것 밖에는 없다. 그러므로 야속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시험에 불안함을 느낀다면 그만큼 더 실력을 키우면 그만이다. 작금에 와서 그 실력이란 실수하지 않고 아는 문제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 정도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밖에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길 바란다.

 

 나는 네가 수험생활을 어떤 각오로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각오로 임했고 또 어떤 결과를 내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의 제목으로 붙인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는 정호승 시인의 <부치지 않은 편지>의 첫 구절이다. 김광석의 유작이 된 동명의 노래 가사이기도 하다. 수험생활을 요약하자면 쓰러짐과 꽃 피움인 것 같다. 그러나 꽃 피우는 것은 쉬워도 아름답긴 어렵다는 말처럼, 단지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성적을 받는 것보다도, 그 과정을 아름답게 갈무리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꽃의 아름다움은 피어남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쓰러짐에도 하늘을 봄에 있다. 나는 너의 수험생활이 어떤 꽃으로 피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보되,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쩌면 너희 학원의 바람이나 너희 부모님의 바람보다 내 바람이 더 어려운 바람일지도 모른다.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울 테니까.

 

 요컨대 후회 없는 수험 생활을 했으면 한다. 또 그럼으로써 정신과 지성이 성숙해질 수 있는 시기를 보냈으면 한다. 나는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음에도 미숙한 인격의 선, 후배들을 숱하게 만나왔다. 무엇이 그들을 아름답지 못한 꽃만 틔우게 만들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질 때도 있다. 정신과 지성이 미숙함에서 말미암은 소산이다.

 나는 한편으로 수험 생활을 거치면서 정신과 지성이 성숙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삶의 지평이란 끝없이 넓어서, 내가 어떤 감투를 쓰고 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따름이다. 현미경으로 세상을 보다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보기 시작하면, 내가 보던 렌즈의 상은 실상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과 매한가지다.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티끌만도 못한 인간이지만, 그 삶을 소중히 하는 것은 우리가 그 가치를 스스로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치부여의 근본적인 자원은 정신과 지성에서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은 인간이고, 끊임없이 쓰러지는  인간이다. 그러나 내가 수험생활을 거치면서 배운 건, 쓰러져도 하늘을 볼 수 있는 풀잎의 정신이라고 믿는다. 항상 성과를 내고 좋은 성적을 받는 것보다도, 어떤 정신을 갖고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한 일 같다. 길다면 긴 수험생활을 잘 갈무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남은 시간을 값지게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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