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가 끝난 너에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중학교에서의 모든 시험이 끝이 났구나. 어떤 기분이니? 내 기억을 되짚어 생각해보자면, 한편은 후련한 기분과, 또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공존했던 것 같구나. 특히 네가 특목고나 자사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면 아마도 불안한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중학교 3학년을 건강하게 헤쳐 나간 것만으로도 기특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구나. 공부가 어떻고 성적이 어떻고를 떠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니까 말이다.

 

나름의 불안함과 후련함을 안고 있는 너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고등학교 입학까지 남아 있는 공백기를 나름대로 유익하게 활용하길 바란다.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 거의 4개월  가까이의 공백기를 마주칠텐데, 그 시기를 잘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그렇다고 수능을 앞둔 수험생처럼 공부에 매진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당장에 직면한 시험이 남아 있지 않은 지금은 그 여유를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는 생각을 한다.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러 다녀도 좋고, 한 번씩 노래방에서 노래라도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다. 아니면 너의 중학교 생활을 누구보다도 열렬히 지지한 부모님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여가라고 할 수 있겠구나. 누가 뭐래도 중학교 생활을 열심히 보낸 너에게 줄 수 있는 휴식을 스스로 줄 수 있으면 좋겠구나.

 

그러나 모든 휴식이 그렇듯, 휴식은 본래 해야 하는 일을 위한 쉬어가는 단계이다. 그래서 지금 휴식과 여가로 시간을 보내더라도 그 균형은 항상 중요하다. 그런데 흔히들 사람들은 휴식이 길어지면 다시 본래 하던 일로 돌아오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특히 학생들일수록, 게임이나 가십거리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나도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가던 시절, 게임에 빠져서 허송세월을 하다가 부모님께 혼이 난 기억이 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때 부모님의 마음을 약간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도 같다.

 

한편, 내가 네 또래 때 하기를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름 아닌 독서다. 아마도 너의 부모님과 학교, 학원의 선생님이 독서를 많이 강조한 탓에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구나. 나도 뻔한 이야기처럼 들릴 것 같아서 조금 주저스럽긴 하구나. 그러나 책을 읽고 텍스트를 접하는 경험은 공부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를 걸쳐 정말 값진 일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구나. 이는 네가 소위 문과를 희망하든 이과를 희망하든 마찬가지다. 논어에 이르길, 군자는 글로써 벗을 모은다고 한다. 풍부한 독서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또 동시에 책의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경험을 해 보기를 바란다. 좋은 문장을 음미하고 구사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 큰 기쁨임을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생 이야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독서의 경험치를 풍부하게 쌓음은 너의 고등학교 공부에도 작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80분 안에 16페이지에 달하는 45개의 국어 시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런 시험 형식은 실제로 너의 입시의 최종장을 장식할 수능과 똑같은 형식이다. 그리고 모든 시험 문제는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라고 말한다. 요컨대 국어 시험은,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는 시험이다. 그런데 글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국어 시험을 잘 볼 가능성은 만무하다.

 

책은 뭐 그렇게 어렵거나 심각한 주제의 책을 고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그런 책을 먼저 읽기 시작하면 독서에 흥미를 잃게 된다. 가벼운 소설이나 백과사전이라도 좋으니, 책을 읽는 것에 흥미를 붙이기를 바란다. 이렇게 활자와 친해지는 경험은, 시험을 비롯한 너의 인생 전반에 걸친 지적 활동에 있어서 꽤나 가치 있는 자원이 될 것이다.

 

 

 

독서와 더불어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꾸준한 운동과 섭생으로 건강을 유지하길 바란다. 당연하게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특히나 지금은 성장기인 만큼, 괜히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식사를 거르거나 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나도 네 나이 무렵, 괜히 살을 빼겠다고 끼니를 거르면서 부모님을 걱정시켰던 기억이 있구나. 또 한편으로 그때 좋은 음식을 잘 먹었다면 조금이나마 키가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어쨌든, 운동과 섭생은 건강의 필수 요소다. 그리고 네가 앞으로 고등학교 공부, 더 나아가 꾸준한 지적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는 중학생 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운동하러 다니기 바빴는데, 결과적으로 그 때의 체력이 자원이 되어 고등학교 때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친구들이 모두들 피곤에 절어 졸던 때에도, 꾸준한 운동으로 말미암은 체력 덕분에 더 멀쩡한 정신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컨대 마음과 몸을 살찌우길 바란다. 마음은 독서로써 살찌우고, 몸은 좋은 음식과 운동으로써 살찌우길 바란다. 마음과 몸의 기초체력은 앞으로서의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잘 보내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소한 공부의 요령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이후 너에게 계속해서 잔소리하겠지만, 그 모든 것들은 건강한 마음과 몸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12년짜리 대한민국 입시 마라톤의 마지막 30%를 남기고 있는 지금, 본격적으로 달리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꼭 명심하고, 학교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실천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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