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부모님들께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를 절대로 믿지 않습니다. 제 눈으로 보고 확인하기 전에는 믿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으면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아이를 못 믿는데 어떻게 교육을 하고 아이를 바꾸어놓겠다고 호언장담할 수 있냐고. 심지어 어떤 어머님은 이 말을 듣고는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저희 또한 아이를 믿고 싶은 것은 사실입니다. 멘토와 학생의 관계가 아니라, 어른과 아이의 관계라면 아이를 믿고, 또 최대한으로 존중합니다. 그렇지만 학생이 책임을 다해야 할 ‘공부’가 학생과 멘토 사이에 중간에 자리하고 있고, 그것을 다 하게 할 ‘멘토’로서의 책임이 저희에게 있는 한, 저희는 아이를 믿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은 원래 게으르고, 원래 편한 것만을 좇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습니다. 이건 학생들의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원래 사람은 게으르고 편한 것만을 좇습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어른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 힘겨운 몸을 이끌고 회사로 나가며 책임을 다하는 것, 사실은 그 쪽이 오히려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학생이 공부라는 본분이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여러 불편함들이 있습니다. 우선 공부를 방해하는 많은 요소들로부터 멀어져야 합니다. 그것들은 대개 게임, 축구, 아이돌, 유튜브 등,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있어야 하고, 강의를 들어야 하고,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공부는 참 만악의 근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것도 서러운데, 거기다 불편하고 재미없는 일까지 해내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만악의 근원을 자꾸만 강제하는 부모님, 선생님, 멘토들이 미울 수밖에 없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빼앗아가고 싫어하는 것을 강제하는데 기분이 좋은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학생들은 그래서 부모님, 선생님, 멘토들과 마찰을 빚곤 합니다. 크고 작은 마찰 끝에, 아이들은 말합니다.

 

 

“이번만 믿어주세요, 제가 혼자 알아서 공부할게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부모님들은 마찰을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자식으로부터 미움받고 싶은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식이 믿어달라는데, 부모된 마음으로 어떻게 ‘아니, 나는 너를 못 믿는다’하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번만 믿어볼게. 엄마는(아빠는) 네가 알아서 공부할 수 있다고 믿어.”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 믿음은 처음부터 유지될 수 없는 믿음입니다. 이루어지더라도 공부의 재미를 알고 있는, 아주 소수의 선택받은 학생들과 그 부모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적인 믿음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반납하고, 싫어하는 것을 기꺼이 할 수 있는, 이 ‘부자연스러움’을 행할 수 있는, 극소수의 학생들의 가정에서만 유지될 수 있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자면 부모님들은 아이를 ‘믿는’것이 아닙니다. ‘믿을 수밖에 없는’것입니다. 왜냐하면, 믿는 것 말고는 뭘 어떻게 해야 아이가 바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여러 선택지 가운데 아이를 믿는 게 아니라, ‘믿는다’는 선택지 하나 밖에는 주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공부를 했으면 좋겠고, 자기의 책임을 다 할 줄 아는 어른이 되어가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 방법을 모르겠어서 ‘믿음’으로 스스로를 던집니다. 이는 어쩌면 종교와도 매우 흡사한 것 같습니다.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있지만 뭘 어떻게 할지 모르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교회나 절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종교의 영역으로 이끄는 다양한 삶의 문제들과는 달리, 아이를 공부하게끔 하는 것은 비교적 해결책이 명확합니다. 늘 강조하듯이, 학생을 공부하게끔 하려면 어떻게든 게임, 유튜브 등과 멀어지게 하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게끔 환경을 조성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휴대폰을 빼앗고, 컴퓨터를 못 쓰게 하고, 공부를 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그 과정은 다소 강압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감수해야 합니다. 모든 변화에는 감정적, 재정적, 시간적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공부를 하게끔 하면, 아이는 점차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로 그럴까 하는 의문을 던질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듣는 우려들은 아래와 같은 것들입니다.

 

 

“여전히 우리 아이는 공부하기 싫어하던데요?”

”강제로 공부를 시키면 그게 오래 갈까요? 다시 풀어주면 원래대로 늘어지지 않을까요?’”

 

다 맞는 말입니다. 뭐든 강제로 시키면 사람은 싫어합니다. 공부할 수밖에 없게끔 강제된 제약이 사라지면, 그 마음은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마음이 아닙니다. 아이한테 공부를 시키면 아이가 저절로 공부를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변화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성적에서 먼저 일어납니다.

 

어떻게든 “제대로” 공부를 하게끔 해야 합니다. 그러면 ‘공부 하기 싫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도, 성적이 먼저 변합니다. 성적이 먼저 오르면서 학생은 점차 상위권, 나아가 최상위권의 시선을 갖게 됩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학생에 대한 케어의 정도와 수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하위권 학생에게 전교 1등이라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수는 없듯이, 최상위권 학생에게 중하위권 학생들처럼 케어를 할 수는 없습니다. 성적과 여건이 바뀌었으면, 그에 따라 저희와 부모님이 나누는 대화의 수준과 눈높이 또한 달라지게 됩니다.

 

아이를 ‘정말로’ 믿는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려서 하는 선택이 아닙니다. 다소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아이를 채근해가며 자기가 맡은 바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어른’으로 만들어 놓고 나서 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자기의 책무인 공부를 위해, 기꺼이 좋아하는 것과 멀어지고 싫어하는 것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그런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아이를 ‘믿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의 변화를 위해 믿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끝나고 나서야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희가 항상 고민해왔고, 항상 입이 마르도록 말하는 것은, 공부의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 스스로가 직접 공부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멘토 선생님과 함께하는 공부습관 멘토링은 이를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입니다. 일반적인 과외, 학습 컨설팅과 달리 공부습관 멘토링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생님이 학생에게 많이 개입하지 않습니다. 학생이 혼자 공부하는 동안, 학생이 제대로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지, 올바른 공부법으로 공부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점검합니다. 공부는 실상 학생 본인이 하는 것이지, 멘토를 비롯한 선생님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부습관 멘토링을 통해서 학생은 좋든 싫든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꾸준히 옆에서 개입하고 관리함으로써, 자습 도중에 집중하여 공부하는 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학생에게 혼자 공부해보라고 지도하면 사실상 책상 앞에서 멍하니 앉아있을 뿐일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메이커 역할의 멘토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아이는 집중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습니다. 이처럼 학생이 혼자 공부하면 놓치게 되는 디테일들, 낭비하게 되는 시간을 공부습관 멘토링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한 학생들 중에서도 처음에는 여느 학생들처럼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처음 공부습관 멘토를 붙였을 때, 아이는 완고히 반발했었습니다. 선생님들과 부모님 서로가 고생해가며 아이를 공부하게끔 시키고, 시간이 흘렀을 때 아이는 변해있었습니다. 학생마다 편차가 있었지만 성적은 이미 올라 있었습니다.

 

공부습관 멘토링의 성과를 성적으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실은 성적은 그렇게 본질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변한 것은 아이의 습관과 태도입니다. 성적이 많이 오른 아이도, 적게 오른 아이도 있었지만, 부모님들이 입을 모아 동의하고 인정하는 것은, 아이가 어느정도 혼자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아이 스스로도 '공부를 해야겠다'고 느끼고 있고, 그로부터 어느정도의 재미까지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습관 멘토링의 성과는 근거 없는, 일부의 사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뇌과학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입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정서와 함께 일정 주기로 특정한 중성적인 반응을 반복하면, 해당 중성적 반응을 긍정적인 반응으로 전환한다고 말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재미 없거나 지루한 행동이더라도 그 행동을 통해 긍정적 반응이 수반될 때, 행동 자체에 긍정적인 의미부여를 한다는 것입니다. 소위 '파블로프의 개' 실험의 응용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공부습관 멘토 선생님과 함께 하루하루 공부를 해내고, 그 학습과 과정과 결과를 칭찬하고 피드백하면서 아이에게 공부를 위한 동기를 꾸준히 만들어내면서, 공부 자체에 재미를 붙이고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가 공부를 대하는 태도와 습관을 바꾸어 나가고, 이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성적 상승으로도 이어집니다.

 

저희와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 아이의 어머님께서 저희에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상상도 못한 변화가 일어났어요. 요즘 덕분에 아이랑 대화도 많이 하고, 너무 행복해요”

“제 태도가 바뀌니까 아이가 바뀌기 시작하네요, 정말 신기하고 또 감사합니다.”

저희는 학생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생에게 선생님도 붙이고, 학생이 알아서 공부하게 내버려 두기보다는, 학생의 집중 상태를 관리할 수 있게끔 합니다. 그럼으로써 앞서 이야기했듯 학생은 비로소 '제대로' 공부하게 됩니다.이렇게 하루하루 차곡차곡 공부의 경험이 쌓이면 아이의 습관이 바뀝니다. 아이의 습관과 태도가 바뀐 것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이는 '믿음직한' 어른이 되어간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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