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라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청산별곡”은 중요한 텍스트로 다루어집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주니까,  중요하다니까, 선생님이 필기해주는 내용을 그저 받아 적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들 ‘중요하다’, ‘중요하다’ 반복하기만 할 뿐, 정작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왜요?’ ‘왜 중요해요?’ 같은 질문입니다. 

한편 “청산별곡”의 전체 텍스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쳥산(靑山)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ᄃᆞ래랑 먹고 쳥산(靑山)애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로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ᄒᆞ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바므란 ᄯᅩ 엇디 호리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ᄅᆞ래 살어리랏다
ᄂᆞᄆᆞ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ᄅᆞ래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사ᄉᆞ미 지ᇝ대예 올아셔 ᄒᆡ금(奚琴)을 혀거를 드로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다니 ᄇᆡ브른 도긔 설진 강수를 비조라
조롱곳 누로기 ᄆᆡ와 잡ᄉᆞ와니 내 엇디 ᄒᆞ리잇고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 작품의 주제는 그야말로 교과서적으로 틀에 박혀있을 만큼, 단순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청산”과 “바다”(바ᄅᆞ래)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지요. 흔히들 본 작품에 대한 주제는 “현실과 세속을 피하는 공간으로서 자연으로 귀의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텍스트의 내용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이 주제가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자연에서 놀고먹고 싶다는 내용이 무슨 교육적인 가치가 있을까요? 우리가 “청산별곡”을 ‘중요한 작품으로서’ 이해하고자 하는 한, “청산별곡” 공부에 있어 위 물음은 필수불가결합니다. 

 

 

둘, 문학의 아이러니를 의심하라

 

 흔히들 말하듯, 문학은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삶 자체가 아이러니하기에, 문학은 삶을 표현하는 예술의 형태라고도 합니다. 아이러니를 뭐라고 딱 잘라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일정한 가치평가를 받아오던 일이 실은 그 일 때문에 가치평가가 역전되는 일”의 일종입니다. 지혜를 쌓으면 쌓을수록 외로워지는 지식인. 삶의 허무를 깨닫지만 근심 걱정도 허무히 사라질 것임을 알고 안도하는 노인.

  어쨌든, 문학은 아이러니를 담기에 더없이 좋은 장치입니다. 그렇기에 문학 작품 속에 마냥 좋거나 나쁘게 그려지는 뭔가가 있다면, ‘그게 과연 좋기만 할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아이러니를 의심해보는 것입니다. 문학에는 일정한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고 전제하고 작품에 접근하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조금 더 잘 포착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청산별곡”에서 “청산”과 “바다”는 화자가 살고자 하는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요? 마냥 자연 속에서 놀고 먹고 싶어서? 문학이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고 본다면, 마냥 놀고먹기 위해 자연을 지향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마냥 좋지만은 않을거야” 하는 의심을 품어봅시다. 그러면 아래와 같은 연은 주목할 만합니다.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로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 두 연에서 화자는 울고 있습니다. 2연에서의 “나”는 “시름”을 앓고 있다고 말하고, 자고 일어나 운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5연의 “나”는 돌을 맞아 울고 있습니다. 그러면 시의 주제를 다음과 같이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청산”과 “바다”로 위시되는 자연에서의 삶을 지향하지만, 이는 완전히 자발적인 것은 아니다. “시름”이나 “돌”과 같은 것을 피하려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

 

 이렇게 재구성해놓고 보면, “청산별곡”이 그저 자연에서 놀고먹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그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현실에서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 내지는 회피 방식으로서 자연 속의 삶을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셋, 문학의 형식을 음미하라

 

 문학을 포함한 모든 예술, 글, 그림, 조각품 등, 하물며 간단한 대화마저도, 모든 인간 행동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합니다. 하나, “내용”으로서의 의미. 둘, “형식”으로서의 의미. 앞선 단락과 마찬가지로 문학을 분석하는 시도는 문학의 “내용”을 파악하려는 시도입니다. 문학의 내용이 일정한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것이라면, 문학의 형식은 일종의 음악성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청산별곡”에서 강조되는 것은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라는 독특한 후렴구입니다. 한국 문학에서 이처럼 대놓고 후렴구가 반복되는 작품은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라는, 이른바 “AABA”구조 또한 읽거나 말할 때에 일정한 음악성이 부여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특정 시어나 표현들에 밑줄을 그어가며 문학을 가르칩니다. 그런 방식에 단지 고개를 끄덕이며 공부를 하는 방식으로는, 문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배우기 힘듭니다. 따라서 문학을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작품을 음미하는 일입니다. 특히 “청산별곡” 같은 형태의, 노래나 시는 그 음악성이 살아 있기에, 음악성을 음미하며 읽어야 비로소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청산별곡”을 통해, 문학 공부법을 함께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대부분 학생들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지 않습니다. 학생들 스스로가 문학은 재미없는 것, 지루한 것으로 못박아두고 “왜 그럴까?” 하는 물음부터도 던지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청산별곡”과 같은 작품들이 왜 중요하고, 왜 이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지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이 두 문제들이 합쳐져, 학생들이 문학을 제대로 음미하고 공부하기란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렇지만 앞서 함께 살펴본 것처럼, 텍스트의 주제를 파악하고, 나아가 형식을 아우르는 일은 실제 수능 시험이나 학교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는 요령과도 상통합니다. 이른바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배양하고자 하는 문학적 역량은, 결국 위와 같은 방식으로 문학을 음미할 줄 아는 인간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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