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아닌지, 또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희가 전에 한 번 다뤘듯이, 아이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신호들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참고: “아이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지 않다는 5가지 신호”: https://blog.naver.com/consultant21/223078606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들이 의외로 놓치기 쉬운 학습의 시그널들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학생들을 지도/관리하면서 빈번히 관찰되지만 흔히들 놓치는 공부의 시그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특징들만 가지고 곧바로 아이가 소위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영악한 아이들을 많이 봐 왔습니다. ‘학원 갔다 올게’ 말해놓고, 근처 PC방으로 새거나 친구들과 노느라 시간을 버리고 있는 것을 봐 왔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아래의 특징들을 보이고 있다면 조금 더 신경을 써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알아서 공부한다’는 명목 하에 공부랑은 거리가 멀어져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학습 지도는 크게 “언제까지, 무엇무엇을 해와라” 하는 지시와, 그것이 제대로 완료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간단히 말해 숙제와 그 확인이 학습 지도의 골자입니다.

학생에 따라, 숙제를 내 줬는데 다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혹은 수업 진행을 위해 학원/학교에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의 반응은 아이의 학습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일 수 있습니다.

‘왜 숙제 안해왔니?’ ‘왜 못 나왔니?’ 하는 질문에 아이가 ‘시간이 없어서요’ ‘다른 공부할 게 많아서요’ ‘아파서요’ 같이 이런저런 핑계들만을 대고 있다면, 아이가 공부 외에 다른 일들에 골몰하고 있을 공산이 있습니다. 뭔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시작한다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아이의 행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둘, 학교/학원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제대로 된 학습 지도를 하는 학교 선생님, 내지는 학원은,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어떻게든 하게끔 만들고, 다른 데로 새려 하면 집요하고 끈질기게 잡아오니, 아이들이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가지 없습니다. 그 중 하나는, 부모님이 직접 나서서 학원이나 과외를 그만두게 만드는 일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부모님에게 ‘여기 학원이 좀 이상해’ 같은 평가를 내리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학원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릴 때는, 실제로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러한 평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는 보통 자기를 간섭하는 공간이 싫어서일 때가 많습니다. 아이가 자기를 둘러싼 교육 환경에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합니다.

셋, 지나치게(?) 해맑다

많은 멘토 선생님들이 지적하듯, 성적이 상위권에 들면 들수록, 고질적인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실제로 멘토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면서, ‘중고등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자기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하고 말하면, 적지 않은 수의 멘토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대학입시의 과정, 고등학교 공부의 과정이란 사실상 불안과 싸우는 것이 정상입니다. 모든 시험 결과는 어떤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단순히 공부한 만큼 성적이 바로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니,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일정 수준의 불안감을 갖는 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그러나 간혹 어떤 아이들은 그야말로 천하태평합니다.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별 감흥이 없습니다. 시험을 치르고 찍어서 맞춘 문제를, 요행으로 얻은 점수를 진심으로 기뻐합니다. 이렇게 대책없이 해맑아서는 도대체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공부는 본질적으로 뭔가를 갈망할 때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갈망하는 이는 막연히 해맑을 수 없습니다. 갈망의 대상이 대학 합격증이든, 직장이든, 학문적인 성과든, 갈망하는 사람은 어느정도 여유가 없고, 어느정도 절박합니다. 그 절박함에서 오는 에너지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위와 같이, 많은 부모님들이 놓치기 쉬운 아이의 공부에 관한 신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미 이야기했듯이, 저런 신호들이 보인다고 해서 곧바로 아이가 똑바로 공부를 안 하고 있다거나 옆길로 새고 있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전에 이야기한 다섯가지 신호들, 그리고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 부모님과 아이 사이의 잦은 갈등들과 함께 위와 같은 시그널이 보인다면, 좀 더 물샐 틈 없는 관리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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