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기간, 학생들에게 주어진 시험 범위는 교과서와 프린트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보통 시험 전후로 본 모의고사의 기출 문제들 또한 시험 범위에 포함되게 됩니다. 이런 식의 추가 시험범위를 비롯해서, 부교재의 적극적인 활용은 이른바 강남 8학군 학교들의 시험범위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입니다. 이 글에서는 부교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를 위해, 이번 6월에 치루어졌던 고2 6월 모의고사의 작품 「북새곡」, 「귀산음」, 「엿장수 생각」을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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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작품들의 테마를 파악하라

 

이 세 작품이 시험 범위에 추가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우리가 실상 공부해야 하는 것은, 이 세 작품에 대한 심층 분석과는 거리가 멉니다. 예컨대 「북새곡」에서 "누더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곡식 바다"가 무엇인지, 그 시어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묻는 문제는 웬만해서는 출제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논쟁의 여지가 많거니와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근본적으로 예술이고, 예술은 항상 해석자에게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작품의 테마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테마'라 함은, 작품이 작품 안에서 어떤 성격의 메시지를 노래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대상을 예찬할 수도 있고, 어떤 대상을 비판할 수도 있고, 뭔가를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그 테마가 무엇인지 한 번씩 생각해 보는 것이 문학 부교재를 받아들었을 때 해야 할 일의 첫 번째입니다. 그러려면 전에도 말했다시피 "전체로서의 독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이 테마를 파악하는 것이 처음부터 아주 구체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구체적일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일 수 없습니다. 작품 바깥의 상황이나 해설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고유의 '읽기'능력으로써 텍스트 안에서 핵심 메시지를 끌어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consultant21/223069470031)

 

예컨대 「북새곡」의 테마는, '여러 해 흉년들어 살길이 없는 중에' '못 바치면 매 맞으니 매 맞고 더욱 살까' '백성 없는 곡식 바다 그 무엇에 쓰려하노'와 같은 표현들로 미루어, "흉년 와중에 농민들에게 부담되는 과도한 조세에 대한 반대"가 주된 테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귀산음」은 "강산아 나 왓노라 백구(白鷗)야 반갑고야" 등의 표현으로 화자는 "고향"으로 위시되는 자연 속에 노출되어 있는 한편, "아마다 세간존몰(世間存沒) 을 못내 슬허(슬퍼) 하노라" 같은 표현으로, 자연에 있게 된 원인이 이른바 속세의 문제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엿장수 생각」은 "엿장수"에 대한 묘사를 하고 나서,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그 옛날의 엿장수는 없다"라는 문장으로서, 사라진 엿장수에 대한 아쉬움, 나아가 엿장수를 사라지게 만든 근대화에 대한 비판의 정신이 드러납니다.

둘, 작품의 테마들이 어떻게 관계 맺는지 생각하라

 

이렇게 작품의 테마를 파악하고 나면, 이 테마들 간에는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이 유사성과 차이점을 파악함으로써, 비단 주어진 부교재 뿐만 아니라 시험에 나올 수 있는 가능한 외부 지문 또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우선, 「북새곡」과 「엿장수 생각」은 공통적으로 국가 차원에서의 경제적인 개입에 반대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입니다. 한편, 「북새곡」이 묘사하는 작품의 상황은 경제적인 궁핍인 반면, 「엿장수 생각」이 묘사하는 작품의 상황은 (비교적) 경제적인 풍요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귀산음」과 「엿장수 생각」에서는 공통적으로 향토적이고 자연적인 것에 대한 옹호가 드러납니다. 「엿장수 생각」에서 자연적인 것을 옹호하는 논리로서 근대화 논리를 비판하는 한편, 「귀산음」에서는 '인생'의 덧없음 자체로 인해 자연적인 것으로 귀의한다는 차이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새곡」, 「귀산음」, 「엿장수 생각」 모두 공통적으로 화자가 처해있는 환경에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셋, 테마 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추측하라

앞서 간략하게 「북새곡」, 「귀산음」, 「엿장수 생각」의 테마와, 각각의 테마가 어떻게 관계 맺는지 살펴본 바 있습니다. 만약 이 작품들이 시험 범위에 추가되었다면, 이 정도의 분석만으로도 작품을 이해하고, 출제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일지 예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른바 외부지문에서도 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습니다.

그럴 때는, 어떤 지문들이 나올 수 있을지 미리 생각해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컨대 「귀산음」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문제로 인해 도피하듯 자연으로 귀의한 작품들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청산별곡」입니다.

(참고: http://mentor.or.kr/board_MmLQ62/12237)

 

한편 현실의 문제랑은 별 관계 없이, 그저 자연이 좋아서 자연에 귀의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작품 이름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이런 가능성들을 고려하고, 이런 문제들과의 연계로서 문제가 출제될 수 있다는 것을 추측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엿장수 생각」의 근대화 논리의 비판의 다른 측면으로서, 한국의 소위 독재정권 시기의 작품들 또한 연계하여 출제할 수 있는 시들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파악한 작품들의 테마,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 그 관계들 사이에서의 변주와 변형, 답습 등을 토대로 우리는 일정한 테마군의 작품들을 시험에 출제될 수 있는 후보선상에 올릴 수 있습니다.

단지 부교재에 그쳐서는 부족하다

주어진 부교재, 추가 시험범위 등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사실 이마저도 똑바로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자기가 문학을 정복하고 싶고, 어떤 시험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완벽하게 대응해내기를 바란다면, 단지 부교재의 작품들을 내외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오히려 불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작품 하나를 붙잡고 궁리하기보다는, 이 작품들이 다른 작품들과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이 시험에 진짜로 출제되어 정답을 맞출 때의 쾌감.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명실상부 문학 공부를 잘 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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