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특히나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 중하위권에 머무는, 그러나 성적을 올리고 싶은 학생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공부를 잘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실제로 공부의 방법, 즉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 엄청나게 많은 공부법들 가운데, 학생이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게다가 공부법 얘기를 할 때마다 꼭 따라오는 말이 있습니다.

‘나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야 한다’

‘효율적인 공부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학생들은 더 오리무중에 빠집니다. ‘무슨 공부법이 나한테 맞지?’ ‘혹시 지금 내가 비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생각합니다. 효과적인 공부법만 찾는다면 자기 성적도 언젠가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이런 걱정을 하는 것과는 대조되게, 실제 학생들은 애시당초 공부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사실입니다. 소위 ‘효율적인 공부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려는 심산인 것입니다. ‘효율적인 공부법’만 찾는다면, ‘나에게 맞는 공부법’만 찾는다면, 하루에 한두시간 정도의 투자만 들이고도 전교권에 진입할 수 있다, 내지는 좋은 입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가지 조언하자면, ‘효율적인’ 공부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비효율적으로 공부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효율적인 공부란, 좋은 공부 방법과 관계 없이 일단 책상에 앉아서 책을 펴는 것입니다. 아무리 공부하기 싫고, 공부가 잘 되지 않는 날에도 1시간이라도 좋으니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냥” 공부하라는 것입니다.

‘책상에는 어차피 맨날 앉아있는데요!’ 이렇게 반론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시간에 정말 ‘공부’를 했을까요? 책상에 멍하니 앉아서 시간만 죽이지는 않았나요? 문제집을 펴놓고 공책에다 적당히 글씨만 끄적거리다가 집에 돌아오지는 않았나요? 학교 수업이든 학원 수업이든 수업에는 집중하지도 않은 채, 머릿속에 안개가 낀 채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았나요?

성적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학습의 누적치’이다

대다수 학생들이 크게 착각하는 것과는 달리, 소위 ‘공부 잘하는 애’들, 하물며 전교 1등조차도 특별히 좋은 머리를 타고났거나, 말도안되는 시간투자로 노력을 하고 있거나, 공부하는 게 너무 신나고 즐겁다거나, 엄청나게 좋은 공부 비법 같은걸 갖고 있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껏 공부했던 시간들과 그간의 공부 경험이 엄청나게 누적되어있다는 점, 바로 이것이 이 아이들과 대다수 아이들의 격차를 만드는 요인입니다.

그렇습니다. 공부는 방법이나 효율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양이 누적되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 효율적인 공부법을 통해 하루에 한두시간만 공부해서 고득점을 받겠다는 말은 그야말로 꿈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성적을 결정하는 것은 중학교~고등학교 6년간 누적된 공부량입니다. 효율적인 공부법을 강조하는 멘토 선생님들도, 그 방법으로써 전체 공부 시간을 단축했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효율적으로 공부한 덕분에 더 많은 양의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비효율적인 공부란 곧 습관적인 공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공부 누적치의 사이즈를 키울 수 있을까요? 그냥 공부를 꾸준히, 많이, 열심히만 하면 공부의 누적량은 알아서 키워져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다만, 이 ‘꾸준히, 많이, 열심히’ 하는 게 실제로는 어려운 일이기에 이는 골치아픈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많이들 떠올리는 방법은, 소위 ‘동기부여’를 하는 길입니다. 주변에서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식으로 자극을 주고, 공부를 열심히 함으로써 기대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그다지 지속적이지 않습니다. 순간의 의욕에 불타는 건 일시적입니다. 이 정도의 일시성이라면, 우리가 목표하는 꾸준한 공부의 누적량에는 충분히 도달하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그게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 뭔가에 미쳐있거나, 둘, 강제로 하거나, 셋, 습관적으로 하거나. 학생들에게 지금 당장 ‘공부에 미쳐라!’ 이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공부가 너무 좋아요! 당장 공부해야 할 문제집을 제게 주세요!’ 하고 변할 아이들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강제로 공부시키는 방법은 어떨까요? 아이의 미움을 사게 될 뿐만 아니라 어줍잖게 강제했다가는 아이가 공부에 아예 학을 뗄 수도 있습니다. 결국, 꾸준하게 공부하기 위해서는 공부 자체가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습관! 그 말부터가 비효율적입니다. 이 글에서 비효율적인 공부를 권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비효율적인 공부란, 곧 공부의 습관화와 동치되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간밤의 피지를 닦아내야지!’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습관적으로 세수할 뿐입니다. 식사 후 양치를 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치아 사이의 이물질을 제거해야지!’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냥 습관적으로 양치할 뿐입니다. 세수도 양치도, 하기 귀찮은 까닭에 때로는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수를 하지 않는 시간이 누적되면 피부에는 트러블이 올라올 것이고, 양치를 하지 않는 시간이 누적되면 충치로 고생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세수 혹은 양치는 무익한 습관은 아닙니다.

습관적인 공부가 주는, 매일매일의 성취감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 또한 기대되는 이점들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공부라는 행위 자체는 습관적으로 할 것을 권합니다. 아침에 세수하기가 싫더라도 매일 아침 습관적으로 세수하는 것처럼. 양치하기 귀찮더라도 매번 양치질을 하는 것처럼.

그러니 공부할 의지가 있다면,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효율적인 공부법 같은 것을 찾지 말고 일단 책상에 앉아서 ‘그냥’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좀 공부하기 싫은 날도 있을 것입니다. 하기 귀찮은 날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귀찮고 번거로운 시간들을 거치면서, 점차 공부의 양은 누적되어 갈 것이고, 그 결과 성적의 상승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공부라는 습관은 성적의 측면에서 유익한 습관인 한편, 그 행동 자체에서 오는 어떤 성취감이 있습니다. 매일매일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냈다는 뿌듯함, 해야 하는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뿌듯함, 이런 기세로 뭐든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당장에 성적이 오르지 않더라도, 이러한 뿌듯한 감정 등이 곧 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비효율적으로 공부하십시오, 습관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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