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교육을 주제로 한 담론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서초구의 한 젊은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주는 파장이 교육 문제에까지 미치는 까닭입니다. 기실 한국의 교육 문제가 대두된 것은 근래의 일이 아닙니다. 학교 폭력, 과열된 사교육 시장, 추락한 교권, 이른바 '진상' 학부모와 학생 등등. 이러한 문제들은 오래 전부터 학교의 안팎에서 산재해 있었을진대, 서초구 교사의 죽음이 이 문제들을 새삼스레 수면 위로 떠올렸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마치 교육의 문제란 원래 없었던 것일랑 사회 전체가 떠들썩하며 이렇게 묻는 것입니다. "누가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 민감한 주제로 글을 쓰는 입장이 편안하지만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직 종결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섣불리 사건의 책임을 묻기에 앞서,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실로, 어떤 대상의 정체성을 묻는 일은 위기 상황에서 부각됩니다. 사회 정의가 위태로울 때 사람들은 "정의란 무엇인가" 묻기 시작했고, 사이비 종교가 창궐할 때 사람들은 "종교란 무엇인가" 물었습니다. 지금 교육의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 한 것이 교육의 '위기'라고 한다면, 우리는 다시금 "교육이란 무엇인가"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간단하게 답하기란 어렵습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정의가 무엇이라고 콕 집어서 말하지 않듯, 교육이란 무엇인지의 물음에도 간단히 답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교육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답을 한다면, 그 태도는 다소 조심스러워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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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생각하는 교육이란, 근본적으로 학생과의 상호작용입니다. 선생이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쏟아내는 것도, 학생이 선생에게 일방적으로 불만을 쏟아내는 것도 교육이 아닙니다. 선생은 학생에게 부족한 점, 필요한 점이 무엇인가를 면밀히 살펴야 하고, 학생은 그러한 선생에게 협조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학생은 선생에게 뭔가 요구하되, 선생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를 먼저 숙고해야 합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교육이란, 근본적으로 공부에 관한 것입니다. '공부'라는 말로 가리키는 대상이 입시 공부든 무엇이든, 선생과 학생의 상호작용은 배움이라는 체험을 동반하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배움의 종류는 '공부'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할지라도, 선생은 학생에게 더 나은 삶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은 이전의 삶 보다 더 나아진 자기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교육이란, 근본적으로 학생을 위한 것입니다. 배우는 자가 없다면 가르치는 자도 있을 수 없으며, 배우려는 자가 없다면 가르치려는 자도 있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학생이 없다면 선생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학생을 위한다는 것이 곧 학생이 바라는 모든 것에 선생이 맞추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교육은 공부를 위한 상호작용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학생이 공부를 거부한다면 엄하게 지도해야 할 때도 있고, 공부를 하고 싶지만 여건이 어려운 학생에게 다정하게 다가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교육이란, 근본적으로 상호간의 자립(自立)을 전제하는 것입니다. 일정한 기간과 수준에 이르면 학생과 선생은 서로 이별하게 되고, 그 둘은 각각 하나의 주체로서 세상에 서게 됩니다. 그러므로 선생은 학생이 세상에 존립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게끔 교육에 임하는 동안 보살펴야 하고, 학생은 선생과 언젠가는 이별을 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존중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것을 생각하면 효심이 생겨나듯, 선생과 이별을 할 것을 생각하면 존중의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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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상론과도 같은 교육은 어디까지나 선생이 선생이고 학생이 학생일 때에만 가능합니다. 우리 모두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듯, 선생도 완벽한 선생일 수 없으며 학생도 완벽한 학생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록 완벽하지 못한 선생이라도 선생은 선생인 한, 학생의 공부를 위해 학생과 상호작용해야 하고, 학생이 한 주체로서 자립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완벽하지 못한 학생일지라도 학생이 학생인 한, 선생으로부터 뭔가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선생을 공경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른바 교육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작금의 상황, 학생은 학생이기를 포기하고 선생은 선생이기를 포기하며 학부모는 학부모이기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애도를 표하는 이도, 누군가를 비난하는 이도,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 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 아비규환의 와중, 교육이란 무엇인가 되물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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