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1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내일 영어 시험을 시작으로 다음주 수요일까지 계속될 텐데요, 주요 과목 중 국어와 수학은 다음주에 시험이 치러지므로 주말 동안 이 두 과목에 집중하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6월 동안 착실하게 내신 대비를 해온 학생이라면 오히려 지금 이 시점에서 막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착실하게 준비를 했는데 왜 막막하냐고요? 공부를 열심히 안 한 학생이라면 심지어 기말고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새로운 내용을 허겁지겁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겠지만, 역으로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은 시험 직전에 무엇이라도 더 봐야 할 것 같은데 정작 시험 전 범위를 성실하게 익힌 덕에 마지막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안 올 수 있으니까요.

 

오늘의 멘토 칼럼은 그런 휘문고 학생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칭이라고 할까요? 비유하자면, 운동선수들은 평소 굉장히 고단한 훈련에 매달리지만 그러한 훈련을 시합 직전에 하지는 않습니다. 시합 직전에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죠. 하지만 이 스트레칭이 가볍다고 그 중요성마저 가벼울까요? 절대로 가볍지 않습니다. 시합 직전 스트레칭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분명 경기의 결과에 큰 차이가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고생한 휘문고 학생들은 찬찬히 이 글을 읽으며 정신적 스트레칭을 해보도록 합시다. 기말고사 대비의 가벼운 마지막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 스트레칭을 통해 내신 성적에서 상당한 이득이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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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계해서 보고, 다르게 표현해 보기

 

위 이미지는 모두에게 너무나 익숙할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와 이육사의 「절정」입니다. 한국인이라면 거의 모두 아는 시이지만 올해 휘문고 1학년 학생들에게는 특히 익숙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따로 선생님께서 유인물로 나누어 주신, 1학기 기말고사 시험 범위에 포함된 작품들이니까요. ‘쉽게 씌어진 시’라는 말만 들어도 곧장 ‘갈래는 자유시, 서정시, 성격은 반성적, 주요 제재는 시대적 배경에 따른 부끄러움, 전개상 특징은 분열된 자아의 대립과 화해…’ 이런 식으로 줄줄 외울 수 있는 학생들도 있겠네요. 「절정」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잘 설명할 수 있을 테고요. 훌륭합니다.

 

그런데 이렇듯 개별적으로는 「쉽게 씌어진 시」와 「절정」에 관해 얼마든지 알고 있고, 또 관련 문제도 잘 풀 수 있는 학생들을 시험장에서 순간 당황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특히 모의고사와 내신을 불문하고 고등학교에서 국어 문제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고1 학생들은 이런 출제 방식에 당황할 확률이 더더욱 높아요. 다름 아닌, 두 작품을 연계한 문제를 출제하는 겁니다.

 

정말 단순무식한 단답형으로, ‘「쉽게 씌어진 시」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 강점기이다’라는 보기의 정오 여부를 묻는다면 최소한의 공부를 학생이라 하더라도 쉽게 맞힐 수 있을 거예요. (안타깝지만, 이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예시일 뿐, 시험이 아무리 쉽다 한들 이런 문제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작품에 관한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전달하고, 또 그것을 다른 작품에 관한 정보와 함께 제시한다면 학생들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쉽게 씌어진 시」와 「절정」 각각의 화자는 상이한 시대적 배경과 관련하여 동일한 자아 인식에 도달하고 있다.’ 이러한 선지가 당장 다음주 화요일 시험에 나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시험지에는 못해도 서른 개에 가까운 수의 객관식 문제에 더해 서술형 문제까지 있을 텐데, 한 문제에 이런 선지가 다섯 개씩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선지 하나를 판단하는데 시간을 얼마나 쏟을 수 있을까요?

 

찬찬히 생각해보면, 상기 선지는 틀린 보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쉽게 씌어진 시」와 「절정」 모두 일제 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바, 일제 강점기를 굳이 여러 시기로 구별하지 않는 이상 일반적으로는 두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상이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쉽게 씌어진 시」에 드러난 시적 화자의 자아는 내적 분열의 인식을 거쳐 화해의 모색을 향해 나아가는데, 「절정」의 경우에는 자신의 자아가 분열되어 있다는 인식이 드러나지도 않고, 그에 따른 화해의 필요성이나 시도도 없죠. 그러므로 이 선지는 틀렸습니다.

 

이렇게 풀어 설명해 보니 수업 중에, 혹은 스스로 공부하던 중에 웬만큼 접한 내용이라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방금 예시처럼 선지가 제시된다면 체감 난이도는 엄청나게 상승할 거예요. 그저 두 작품을 연계하고 표현을 조금 바꾸었을 뿐인데 말이죠.

 

정리하자면, 1학년 1학기 국어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휘문고 학생들에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어 시험 전 범위의 내용을 서로 연결해서 생각하는 연습, 배운 내용을 다르게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하세요. 다른 말로 표현해 보자면, 지금까지는 열심히 많은 정보를 흡수했으니 그 정보를 유연하게 이리저리 늘려보는 연습이라고 할까요? 이러한 차원에서 제가 위에서 정신적 스트레칭이라는 표현을 했던 겁니다.

 

구태여 이런 말을 쓰는 것이 기우일 것 같긴 합니다만, 이 글에서는 대표적으로 「쉽게 씌어진 시」와 「절정」이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 알려드렸을지라도 시험 범위의 다른 범위에서도 연계 문제가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두 작품보다는 연계 출제 가능성이 떨어지겠으나, 예컨대 이론적으로는 시험 범위에서 얼마든지 어휘 보조교재와 고전시가를 연계한 문제를 출제할 수도 있거든요. 도대체 양자를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지 감도 안 오신다고요? 자, 그럼 이제부터 생각해 보세요. 시합을 앞두고 스트레칭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휘문고 1학년 학생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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