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소위 '좀 노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는데, 정말 전형적인 공부 안 하는 남자아이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내신은 7등급이었고, 모의고사는 100점 만점에 40~50점을 오가고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2년 후, 제게 문자를 남겨옵니다.

 

'선생님, 고려대 합격했습니다. 선생님 방법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이제부터 할 이야기들은 실제 이 학생의 변화를 촉진했던 지도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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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수학은 어려운 과목입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분석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분석적으로 사고한다는 건 수학 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개념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추론하는 일을 말합니다. 이는 실제 대학 수준의 수학 공부에도 적용되는 것인 만큼, 하루아침에 간단히 습득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수학적 사고를 위해서는 분석적 사고를 위한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학입시를 위한 수학은 이런 깊이 있는 수학적 사고를 요구한다기보다는, 타임어택의 성격이 더 강합니다. 즉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들을 정해진 시간 내에 풀어내는 기량이 요구된다는 점이지요. 그리고 수학은 과목 특성상 하나의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매우 많습니다. 같은 문제여도 어떤 공식을 쓰는지, 어떤 접근법을 취하는지, 수들의 단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양의 계산을 해야 하는 문제로 돌변할 수도, 간단한 암산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입시 수학은 타임어택이므로 가능하면 간단한 계산을 요구하는 풀이법을 찾아내는 일이 좋겠지요. 그러므로 수학의 풀이법을 찾는 일은 중요한 이슈로 떠오릅니다.

 

좋은 풀이법을 찾기 위해, 아이들은 학원과 과외 수업을 들으며 수학의 노하우를 전수받고자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풀어주는 문제 풀이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려고 시도하다, 실패하기 쉽습니다. 선생님들의 풀이에는 그들이 쌓아온 경험과 지식이 녹아 있는 한편,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수학 공부를 해본 경험과 지금껏 학생들을 가르쳐왔던 경험에서 미루어 봤을 때, 학생 본인만의 노하우를 찾아야 합니다.

 

풀이 방법은 학생마다 천차만별이고 그것을 일일이 알려주는 일은 불가할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 방법론적인 지도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의 실마리들을 다 풀어헤친 후에, 어떤 실마리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갈지를 훈련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노트 한 권을 준비합니다. 그 노트에 문제를 풀기 위해 학생이 생각되는 모든 접근법을 적게끔 합니다. 문제가 요구하는 개념들을 보이는 대로 다 써보게 하는데, 문제 풀이에 필수적인 개념들을 빼놓고 노트를 작성한다면 옆에서 힌트를 주는 식으로 지도를 하는 것입니다. 이는 고난도 문제에 포함된 복잡한 개념들을 일차적으로 풀어헤쳐내어 포착하는 일입니다. 고난도 문제, 이를테면 4점짜리 문제들을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이유는, 문제를 하나의 얽혀 있는 덩어리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가장 단순한 수학적 개념을 노트에 정리하고 어떤 실마리를 따라 문제를 풀어나갈지 생각해야 합니다. 복잡한 사고 과정에서, 단순한 사고과정으로의 해부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문제를 풀다보면, 처음에는 당연히 속도가 더디고, 협소한 유형의 문제들만 풀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비슷한 형태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푸는 훈련을 통해 한 유형을 거의 완전 정복할 수 있고, 이후에 따로 수리논술 준비를 하지 않아도 자연히 논술 시험에서도 고득점이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상기한 내용을 통해 수학적 논리를 전개해나가는 일이 수리 논술 시험에서 점수를 주는 기준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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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밝힌 학생은 위와 같은 방식의 공부를 통해 2년만에 성적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켰고, 남부럽지 않은 대학인 고려대에 진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일단 너무 공부를 하기 싫어했고,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이 잔소리를 하다 지쳐 떨어져 나갈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도 학창 시절 공부를 하기 싫어하다가, 고3때 정신을 차렸고 재수를 통해 대학에 진학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들의 입장에 설 수 있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공부하기 싫어하는 남자아이들은 대개 꿈이 없고, 공부는 싫어합니다. 꿈이 없는데 공부는 해서 뭐에 써먹고 대학은 가서 뭘 하냐는 태도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이에게 이야기했던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꿈이 없기에, 오히려 대학에 가야 합니다. 아직은 지루한 학교 공부, 재미 없는 입시,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형식적인 공부들은, 아직 흥미로운 공부의 체험이나 뭔가에 관심과 흥미가 탄생하는 체험을 해보지 않았기에, 재미 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더 넓은 배움의 장인 대학에 가야 하고, 거기서 흥미로운 것, 관심이 향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소위 SKY 대학에서도 아직 꿈이 없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고등학생인데도 세상 만사가 재미가 없고, 흥미로운 게 없는 건, 늦은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새로운 흥미와 관심사를 갖고 삶을 윤택하게 누리기 위해, 대학 진학을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꿈이 없는 학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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