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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대학가에 전설처럼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수백 개에 달하는 까다로운 수학 문제를 풀어내는 과제를 두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졌다.

주로 컴퓨터 공학 계열 학생들이 참여한 경쟁이었는데,

학생들은 열심히 문제 해결을 위한 알고리즘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기도 전 서울대 학생들이 모든 답을 제출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들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들까지 놀라게 한 속도였다.

어떻게 과제 해결을 그렇게 빨리 마쳤느냐고 묻자, 서울대 학생들이 말했다.

‘코드 짤 시간에 문제를 그냥 직접 풀었다.’

다시 말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알 수 없는 일화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화에 일말의 진실이 감춰져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알고리즘을 구상하던 연세대 및 고려대 학생들은 방법을 고민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서울대 학생들은 방법을 고민하는 데 거의 시간을 쏟지 않고 바로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물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결코 무의미하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특히 굉장히 까다롭거나 복잡한 과제가 아니라면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에 직접 부딪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빠르게 성과를 낳는 일이 왕왕 있다.

그리고 고등교육 이전의, 중고등학생이 수행해야 할 학업은

일반론적으로 말해 비교적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해결하라고 한 문제들조차

방법을 더 고민하는 대신 사람이 직접 달려들어 푸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면,

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수험생들의 공부는 대부분의 경우

이보다도 더 간단한 접근법이 효과적이라고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서울대 생명과학부 출신 이현종 멘토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좋은 공부법을 찾아보고, 그것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단언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는 그의 말을 더 들어보아야 한다.

“평생을 제대로 공부 한번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바로 엉덩이가 딱 붙어있겠습니까.

어렸을 적 버릇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초등학교 1등이 중학교 1등을 하고 중학교 1등이 고등학교 1등을 하는 건,

그 학생이 천부적으로 똑똑하게 태어나서가 아닙니다.

그 학생은 어렸을 적부터 엉덩이 싸움을 해왔고,

그렇게 계속 반복했기에 공부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입니다.”

이현종 멘토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공부법을 고민하는 것이 전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이는 때이른 고민이다.

오히려 지금 당장의 수준에서, 대다수 학생들은 공부하는 시간 자체를 늘려야 한다.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엉덩이 싸움”에서 버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양이 곧 질이다. 충분한 공부의 양이 누적된다면, 그것은 곧 높은 공부의 질로 전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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