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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공부를 너무 못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애가 공부를 잘은 못해요…”

학생이나 학부모와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학생이 스스로 공부를 못한다고 하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로 나뉘는데,

좋은 신호일 수도 있고 나쁜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좋은 신호일 경우 학생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인지했으니 현상황을 개선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반대로 나쁜 신호일 경우, ‘원래 나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니까 노력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우회적 선언입니다.

한편, 자녀가 공부를 못한다는 학부모의 발화는 많은 경우

그 뜻이 굉장히 막연해서, 따지고 보면 ‘내 기대에 자녀의 성적이 미치지 못한다’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공부를 못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어떠한 경우든, 학생이 공부를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L 멘토는 위와 같이 되묻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면 학생이나 학부모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L 멘토는 또 반문합니다.

“수학 성적이 7등급이라는 게 공부를 못하는 것과 무슨 상관일까요?”

“매일 축구만 하는 게 공부를 못하는 것과 같은가요?”

이렇듯 L 멘토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다소 할 말이 없어지게 하는

질문을 꺼낸 다음에야 자신의 본심을 천천히 털어놓고는 합니다.

도대체 왜 이처럼 선문답 같은 대화를 하는 것인지, L 멘토의 말을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학생이든 학부모든,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할 때는

‘공부를 못한다’는 말을 ‘성적이 나쁘다’라는 뜻으로 사용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게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게 하거든요.

‘요리를 못한다’고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이 짜다’라고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못한다는 게 뭘까요?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어떠한 일을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게 하거나, 그 일을 할 능력이 없다’고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공부를 못한다면 그 공부라는 행위를 하긴 하는데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거나,

아예 공부를 잘할 능력이 없다는 소리인데, 성적이 나쁜 건 그 결과일 뿐이에요.

요리를 못하니까 국이 짤 수는 있지만, 둘이 정말로 같은가요?

다르게 말하자면, 국이 짜거나 성적이 나쁜 건 당사자의 역량 부족이 표현되는 방식이라는 거예요.

이제 ‘공부를 못한다’와 ‘성적이 나쁘다’를 구별했으니까,

이런 구별을 전제로 해서 말을 계속해볼까요?

그냥 막연히 성적이 나쁜 일을 공부가 못한다는 말로 부르자는 게 아니라,

성적이 나쁜 학생 절대 다수는 정말로 공부를 못합니다.

공부라는 행위 자체를 잘 못한다고요. 성적은 나중 문제입니다.

공부를 엉덩이 싸움이라고 하잖아요?

성적 나쁜 친구들, 과연 1시간 동안 책상 앞에 앉아라도 있나요?

1시간은 어떻게든 억지로 버텼다 치는데, 2시간, 3시간 앉아 있기 쉬운가요?

또 앉아 있기는 했다고 치더라도,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정확히 했나요?

교과서를 펼쳐놓고 바라보고만 있었나요?

문제를 풀다가 막혀서 20분 동안 멍하니 있기만 하다가 졸았나요?

소위 공부를 했다는 시간 이후에 머릿속에 남은 내용을 스스로 풀어서 남에게 설명할 수 있나요?

결국 정말로 못 한 거든 안 한 거든, 하여간 공부라는 행위가 제대로 이루어진 건 아닌 경우가 태반이에요.

그런데 도대체 왜 성적부터 이야기를 해요? 공부도 못 했는데?”

L 멘토는 비록 차분한 말투였지만 굉장히 예리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L 멘토가 제시하는 대책은 무엇인지, 다시 그의 말을 듣기로 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우선 공부를 하는 법,

혹은 아예 공부를 잘하는 법부터 익혀야 해요.

배우는 게 아니라 익혀야 합니다.

익힌다는 건 그냥 배우는 거랑 달라요.

또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그대로 알려드릴게요.

익힌다는 건, ‘자주 경험하여 능숙하게 하다’입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특징이, 정작 공부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혹은 못 했으면서 딴에는 공부를 했다고 착각한다는 점인데요, 어떡하겠습니까.

공부라는 일을 자주 경험하게 해서 능숙하게 하는 수밖에 없죠.

그런데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를 자꾸 해서 공부에 능숙해지는 경지까지 오를 수 있을까요?

그게 됐으면 공부를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적이 나쁠 리가 없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그런 학생들이 저 같은 멘토들의 도움을 받는 거예요.

좀 뻔한 비유지만 공부도 운동 같아서, 공부 방법에 대한 설명을 천 번 듣느니

계속 직접 공부를 해보며 습관을 들이는 게 나아요.

하지만 혼자서 공부습관을 만들 수 없는, 즉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니까

누군가 옆에서 계속 지켜봐 주고, 거듭 개입도 하면서 학생이 공부습관을 들이도록 해야겠죠?

바로 이것이 공부습관 멘토링의 의의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L 멘토는 자신감 있는 웃음과 함께 공부습관 멘토링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그에게서 묻어나오는 자신감의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해,

굳이 공부습관 멘토링의 결과는 무엇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이에 L 멘토는 다시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공부를 못하던 학생이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성적이 오르죠.

공부습관 멘토링 시간이 길수록 성적이 빠르게 오르더라고요.

절대로 빈말이 아니라, 제 경험, 저와 함께한 학생들의 경험을 근거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인터뷰 시간을 내준 L 멘토에게 감사하며,

저희는 L 멘토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했습니다.

과연, 학생과 함께 공부습관 멘토링을 진행하러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도 자신감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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