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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학적 직관이란, 곧바로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수학적 직관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수학적 직관이라는 말은 못 들어보셨다 해도,

수학이나 직관이라는 말을 각각 들어본 적 없으신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직관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직관을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학적 직관이란 무엇일까요?

예화를 통해 더 쉽게 설명해 보자면, 반마다 꼭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이 한두 명씩 있습니다.

가끔 이런 친구들은 수학 문제를 눈으로 쓱 훑더니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금방 떠올리거나 심지어는 보기 중 정답을 맞히기까지 합니다.

머릿속으로 수식을 전개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물론 오직 머릿속으로 수식을 전개해 수학 문제를 풀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대단하기는 합니다만,

위 예화의 학생들은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대로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수학 문제를 파악해버린 것이니 더더욱 대단합니다.

실상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문제를 접하더라도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문제 풀이를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러한 학생들은 앞 사례의 학생들과 달리 수학적 직관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수학적 직관을 타고나지 못했다고 수학을 잘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오늘은 이와 같은 수학적 직관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2. 수학적 직관, 타고나지 않아도 연마할 수 있습니다

직관이라는 말 때문인지, 수학적 직관이란 일종의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능력이라고 간주하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때로는 이런 능력이 어렸을 때부터 출중하게 발현되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수학적 직관이 반드시 타고나는 능력에 국한된다는 전제는 어불성설입니다.

어떠한 유형의 문제를 보았을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가 떠오른다고 합시다.

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은지를 사전에 검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러한 발상은 꼭 선천적인 능력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에 축적한 경험, 개인이 지니고 있는 내적 논리를 통해서도

별도의 판단이나 추리 따위 없이 불현듯 발상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부연하자면, 시중의 많은 수학 문제집들이 유형에 따라 문제들을 분류해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때, 예를 들어 「함수의 극한과 연속」 단원에서는

그래프나 수식 등을 제시하고 그것에 부합하는 함수 f(x)가 x=a일 때(a는 임의의 값)

연속이 되게 하는 조건을 찾게 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의 문제는 함수가 연속되기 위한 조건,

즉 f(a)와 lim x→a일 때 f(x)가 존재하며 두 값이 같아야 한다는 조건들을 활용해 풀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조건들을 차근차근 떠올리며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유형의 문제를 수십 개, 수십 개도 모자라다면 수백 개씩 푼다면 어떨까요?

나중에는 아무리 처음 보는 문제라 할지라도, 동일 유형에 해당하는 문제이기만 하다면

자신도 모르는 새 곧장 정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말해,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고 경험을 통해 얻어진 것이나 이 또한 수학적 직관입니다.

3. 오히려 타고나지 않은 수학적 직관이 시험에서는 빛을 발합니다

사족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본문을 읽으신 분들 가운데

허탈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는 태어났을 때부터 수학에 적합한 머리가 있는데,

자신은 그들에게 이미 있는 수학적 직관을 얻기 위해 그 많은

수학 문제들을 모두 풀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소리로 들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허탈해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볼까요?

타고난 직관만을 신뢰한다면, 그 직관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문제만이

시험에 출제될 것이라는 실날같은 희망에 의탁해야 합니다.

비록 지금까지는 그 직관이 아무리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더라도,

그다음에도 같은 성과를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반대로, 원래는 수학적 직관이 없었더라도,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 그것을 형성한 학생의 경우는 다릅니다.

설령 직관을 발휘할 수 없는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지금껏 우직하게 축적한 실력으로 돌파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서두에서 언급된 소위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도

실질적으로는 선천적인 수학적 직관에만 의지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남들보다 출발선상에서 유리할 수도 있긴 하겠으나,

이들도 결국에는 문제를 풀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강화하기 마련인 까닭입니다.

고로 다시 말씀드리지만, 타고난 수학 머리만으로

수학 성적이 갈린다는 인식은 착각에 불과합니다.

결국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수학적 직관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의 실체를 오해하거나 그 중요성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지는 말자는 점입니다.

타고난 머리가 없어도, 대입에 필요한 수준의 수학 문제 풀이 실력은 얼마든지 노력을 통해 갖출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자신에게 수학적 직관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수학 실력을 더 갈고 닦는 일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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