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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 특히 남학생 학부모들이 고민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자녀의 게임 문제입니다. 대개 고민이라고 불릴 정도면 자녀가 그저 게임을 한다는 정도의 상황이 아닙니다. 학교 공부, 나아가 생활에까지 악영향이 있을 정도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특히 심각한 수준의 청소년들은 때때로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자지 않으며 게임을 하곤 합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원인을 진단해야 합니다. 무엇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식사조차 잊고 게임을 하게 하는 것일까요? 재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신다면 반만 맞는 말입니다. 정작 게임이 왜 재밌는지, 어떤 방식으로 게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는지와 관련해서는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현재 중고생인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들 중 상당수는 다음과 같은 기억이 있으실 것입니다. 본인의 아버지가 밤늦은 시각까지 바둑 채널만 보고 계셨거나, 아니면 주말 내내 낚시를 하시느라 집에는 돌아오지 않았던 기억 말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왜 그렇게 바둑이나 낚시에 몰두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바둑이나 낚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지겨워 보이기만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바둑도 낚시도 재밌는 사람에게는 정말 재밌습니다. 과장 없이,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빠져드는 일이 없지 않을 만큼 재밌습니다. 왜냐면 성취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둑이나 낚시를 잘 모르는 분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묘수 한 번에 사활이 갈리고 단번에 대국이 뒤집히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한 사람은 이제 바둑을 끊기가 어렵습니다. 또 날씨에 따라, 포인트에 따라, 미끼에 따라, 타이밍에 따라 자신의 예상대로 고기가 잡히거나 안 잡히는 것을 경험한 사람도 낚시를 끊기가 어렵습니다.

 

다시 게임으로 돌아가 봅시다. 만일 게임을 하는데 방법도 잘 모르겠고, 게임이 자기 생각대로 되지도 않고, 맨날 게임에서 지기만 한다면 어떨까요? 게임이 재밌을 리 없습니다. 억지로 게임을 시켜도 그만둘 겁니다. 반대로 게임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명확히 이해가 되고, 결과적으로 게임이 자기 뜻대로 풀리고,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보이고, 또 궁극적으로는 실제로 이기는 경험을 거듭한다면 어떨까요? 바로 여기에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기에 청소년들이 게임에 열중하는 것입니다. 재차 말씀드립니다만, 성취감으로부터 얻어지는 재미가 없다면 게임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위 내용을 공부에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요? 문제적 상황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게임에 몰두하는 학생들은 보통 공부를 안 합니다. 왜 공부를 안 할까요? 공부가 재미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부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부라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공부가 자기 생각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성적이라는 결과가 만족스럽지도 않으니 재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 어떤 성취감도 느낄 수 없는 게 당연하고요.

 

이때, 자녀가 게임만 해서 걱정이라는 부모님들께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자녀가 게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며 절대로 좋은 말이 나오지 않으셨을 텐데요, 생각해보면 여러분의 자녀는 대단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자신이 하는 일을 응원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반대하고 질타하는데도,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에 열중할 의지력이 충만한 사람이거든요. 그러니 여러분의 자녀는 공부에서 재미를 느낄 수만 있다면, 여러분이 제발 그만 공부하고 잠을 좀 자든지 밥을 좀 먹든지 하라고 한들 공부에서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말이 쉽다고요? 물론 말은 쉽고, 그것을 실현하는 일은 어렵다는 점을 십분 인정합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불가능하지 않고, 또 그 일이 훌륭한 성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을 시도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자녀의 미래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매순간 일희일비하지 않는, 궁극적으로는 학생 스스로 열의를 발휘하며 공부의 재미를 찾도록 하는, 끈기 있는 멘토링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바로 이곳입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립니다만,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누군가 옆에서 알려주지 않는다면 학생 홀로 공부에 관심을 쏟게 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학생들은 공부라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부의 재미를 느낄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바둑을 두는 법을 배운 뒤 시간이 지나야 바둑의 재미를 깨우치고, 낚시를 하는 법을 배운 뒤 시간이 지나야 낚시의 재미를 깨우치듯, 공부도 그러합니다. 당장에는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학생이 자신의 입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조차 꺼내지 않고 묵묵히 공부에 매진하는 날이 옵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멘토들은 학생의 곁을 지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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