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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6월 모의고사가 끝났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모의고사를 치른 뒤 점수와 예상 등급만을 확인하는 학생도 있을 테고, 또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것을 보완할 계획을 세우는 훌륭한 학생도 있을 겁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내신 기말고사가 더 급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당장 모의고사 결과를 신경쓰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번 6월 모의고사 결과를 토대로 여름방학 학습 계획을 세운다면 알찬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6월 고1 모의고사 영어 시험지의 한 문제에 관해 말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영어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 당장 영단어 하나를 외우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32번 문제의 지문을 보면, 사용된 단어들의 수준은 대체로 평이하거나 설령 그 뜻을 모르더라도 맥락을 통해 어느 정도 알아맞힐 수 있는 정도입니다. 물론 cortexhippocampus 같은 해부학 용어야 고등학생뿐 아니라 그 이상의 영어 실력을 갖춘 분들께도 특별히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었더라면 낯설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이들 단어의 경우 친절하게 한국어로 뜻을 풀이해줬고 말이죠. 그리고 문장의 구조도 그리 꼬여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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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말해, 32번 지문은 중학교 과정의 영어 공부를 착실히 해오며 어느 정도 어휘량을 쌓아왔다면 각 문장을 무리 없이 한국어로 해석할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다음과 같은 착각을 하고는 합니다. 각각의 어구를, 문장을 한국어로 옮길 수만 있다면 한 편의 글을 이해하고 또 문제를 맞힐 수 있다고 말입니다.

 

본문에서 등장한 여러 사례들은 이렇습니다. 청각적 인지에 따른 보상을 받는 동물들을 뇌의 청각 관련 부위가, 또 시각적 인지에 따른 보상을 받는 동물들은 시각 관련 부위가 큽니다.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정확하고 빠르게 현을 짚어야 하는 왼손과 관련된 대뇌 피질이 커지고, 택시 운전사의 경우 공간 기억과 관련된 부위가 크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무엇이 될까요?

 

32번 문제의 정답은 2번 보기였습니다. , 지문에서 빈칸이 있는 문장의 내용은 집중이 뇌의 모양을 재구성한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이때 다시 제가 위 문단에서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여러분은 이와 같은 형식으로 본문 내용의 요지를 정리할 수 있으셨나요?

 

만일 본문 전반의 내용을 파악하여 이를 스스로 요약할 수 있었다면 분명 32번 문제를 맞힐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의고사에서 영어 한 문제를 틀리고 말고는 상대적으로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정보를 접하기 마련입니다.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배우는 정보의 양은 정말이지 상당하지요. 이렇게 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체계화할 수 없다면, 공부는 어렵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노력 대비 결과도 시원찮을 수밖에 없습니다.

 

멘토들이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저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무작정 받아들이는 대신, 교육과정의 목표를 고려하며 각 정보를 체계화할 때 비로소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량의 기초는 글을 읽는 일로부터 출발합니다.

 

혹시 32번 문제에서 개별 문구나 문장을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답을 고르기는 망설여졌거나, 아니면 아예 32번 문제를 맞히지 못했다면, 많은 경우 그 학생은 단순히 영어 실력 자체가 떨어지는 상황이 아닐 공산이 큽니다. 오히려 학습 능력의 기초가 부족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싶은 것이 여러 멘토들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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