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양희문입니다. 학원에서 근무한 경험을 비롯한 다수의 학생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바는, 학생이 진정 성장하고 공부하는 데 있어서는 단순히 특정 과목에 대해 문제를 풀어주고, 질문을 받아주는 것 이상의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 학습 경험과 학생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제 멘토링의 방향성과 학습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상산고 학생, 절대적 공부량의 중요성을 깨닫다.

저는 읍면단위의 작은 시골에서 중학교를 나온 관계로, 이른바 학습 분위기가 좋은 곳에서 처음부터 공부를 잘 했던 케이스는 아닙니다. 중학생 때 당시 실력을 반추하자면, 서울의 대치동에서는 그저 그런 실력의 학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때는 학교 시험 문제도 굉장히 쉽게 출제되었고, 그래서 달리 노력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1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중학교는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소위 명문고라고 할 수 있는 상산고에 진학했습니다. 당시 상산고 입학사정관님은 제게, 같이 입학하는 친구들과 수준 차이가 심할 텐데 그것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으면 들어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때는 막연히 겁주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 말이 사실일 줄은 머지않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상산고 아이들의 학업 수준은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도 높았습니다. 예컨대 문과 지망 학생인데도 1학년 때 이미 기하와 벡터 과목까지 선행학습을 끝내고 오는 아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한편 저는 선행학습은 커녕, 중학교 기초 교육과정만 배우고서 이런 아이들과 경쟁하니, 나름대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바닥을 기었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제 공부량은 중학생 때 비해 2배, 3배 이상으로 늘어있었지만, 사실 친구들의 절대적인 공부량에 비하면 턱없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절대적인 학습량을 몇 배는 늘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학습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학습 관리와 계획은 필수다

그러나 ‘오늘부터 열심히 해야지!’ 한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학습량이 비대해진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관성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만족할 만한 정도로 공부를 하면 더이상 공부하지 않는 습관이 자리잡혀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고2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학습 플래너라는 것을 쓰게 됩니다. 제가 목표하는 성적에 달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공부해야 하는 것들의 청사진을 그려보고, 그에 맞춰 과목별로 공부해야 하는 양과 시간을 분배했습니다. 말하자면, 스스로 학습 관리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컨대 저는 수학이 가장 약점이었으므로 매일 수학은 8시간씩 꼬박꼬박 할애해 공부했고, 남은 시간에 국어나 과학탐구를 공부하는 등, 제 약점을 스스로 분석하고 가장 약한 과목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다 수능 100일 정도 전부터는 수능 시험 시간에 맞게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순으로 시간을 재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요컨대 직면한 학습 과제에 대해 능동적으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이행한 것입니다.

이 [과제-계획-이행] 관리의 측면에서 가장 용이했던 것은 다름 아닌 학습 플래너였습니다. 학습 플래너를 통해, 기간별로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고 그에 맞춘 나름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계획을 이행하고 나서 그 이행률은 어땠는지, 만족도는 어땠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피드백했습니다. 이런 과정의 학습 관리가, 저로 하여금 성공적인 입시 성과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꼼수”란 없다, 빨리 오르기보다는 높이 올라야 한다

한편 대학 진학 이후 학생들을 가르칠 경험이 제법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수학을 많이 가르쳐 왔는데, 그때마다 강조하는 공부법이 있습니다. 바로 꼼수란 없다는 것입니다.

학생들 가운데서는 머릿속으로 풀이 과정을 몇 단계씩 건너뛰어서 문제를 풀려고 한다든지, 정석적인 풀이가 아닌 꼼수를 활용해 문제를 풀려고 한다든지 하는 버릇을 가진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일일이 풀이를 손으로 적어가면서 풀자니, 지루하고 손도 아프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중구난방으로 문제 풀이를 하다 보면, 문제를 틀렸을 때 어디서 틀렸는지를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다시 문제를 풀어도 똑같은 방식으로 또 틀리게 됩니다. 이래서는 아무리 문제를 많이 풀어도 발전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 풀이를 천천히 단계별로 다 적어보고 문제 풀이를 하게끔 합니다. 특히 반반 수학노트는 이런 식의 정리를 하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저는 아직도 평소에 생각을 정리하거나 대학 공부를 할 때나 글을 쓸 때도 이 반반노트에 정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 합니다. 특히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중하위권이나 하위권 학생이었기에,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은 “못한다”입니다. 자기가 생각해도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놓은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단기적으로 빠르게 성적을 올리는 ‘꼼수’ 같은 방법이 잘 통하지 않을 것임은 명약관화합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조금 시간을 주고 위와 같은 공부법에 따라올 수 있게끔 도와야 합니다.

여기서 ‘시간을 준다’고 함은, 아이를 방기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장기적으로 지속 관찰하면서 아이도 ‘나도 하면 된다’ 하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처음부터 너무 많은 숙제나 과제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뜩이나 ‘나는 안 돼’ 하는 생각에 빠져버린 아이에게, 제대로 이행이 불가능한 양의 숙제를 던져주면 더 자포자기할 공산이 큽니다. 대신, 오히려 낮은 난이도와 적은 양의 숙제를 내주고 수행하게 함으로써 이른바 자기 효능감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의 지도 방침은 사실 부모님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더 많은 숙제를 단기간에 해내기를 바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즉 부모님 입장에서는 더 빨리 오르는 길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공부에 보상을 거는 등, 어떻게든 단기간의 변화를 촉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바라보는 것은, 빨리 오르는 길이 아닌 더 높이 오르는 길입니다. 제 성향상 애초에 보상을 바라고 공부를 하지도 않았거니와, 학생의 자기 본분인 공부를 보상과 동등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조금은 느려 보이고 우회로로 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학생이 자기 학습 역량에 자신감을 갖고, 더 튼튼하고 높은 공부의 탑을 쌓아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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