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수포자’의 수학 극복기

 


장수지쌤.jpg

 

 

     수학을 포기한 사람(者)이라는 ‘수포자’. 특히 문과학생으로 대학진학에서 수학과목을 제외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중에는 이 ‘수포자’가 많습니다. 부끄럽지만,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 수학의 높은 벽을 체감한 ‘수포자’였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자마자 확 올라가버리는 난이도에 수학 점수는 바닥을 찍기 시작했고, 저는 처음 나온 수학점수에 무척 당황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해낼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중에 나온 문제집과 EBS 교재 등을 사서 풀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체계적인 공부를 하지 않아도 수업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었기에, 무방비상태로 고등학교에 올라간 저는 스스로가 어느 부분이 취약한 지, 또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초짜 중의 초짜였습니다. 기본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수학과목의 특징임에도 당시 저는 체계도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문제집만 풀었습니다. 당연히 성적은 변하지 않았고 수학공부의 방향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결국 1년을 허비하고 수학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쯤, 한 멘토 선생님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멘토 선생님께서는 수학은 기본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개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미 다른 친구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한 바퀴를 기본으로 마친 상황에서, ‘기본기’ ‘처음으로 돌아간다’ 라는 말들은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보아 오시고 저를 위해 진정으로 조언해주시는 멘토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스스로를 다잡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수학의 1과부터 다시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당장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과거를 후회하며 뒤를 돌아보거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최종목표인 대입까지의 저만의 공부계획과 단기별 목표를 세웠습니다. 1년이나 시간을 허비했고, 지금까지 수포자였던 저를 바꿀 시간은 2년여 밖에 남지 않았기에,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울하거나 회의감이 들 때마다 ‘내가 만든 페이스대로 움직이자’, ‘남들이 어떻든 나는 나의 일을 한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짜 승자다.’ 등 긍정적인 생각과 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나 깨달음의 순간이 옵니다

 

    한 과 한 과 이해하고 끝내는 것은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학교진도보다 뒤쳐진 과정이었기에 당장 결과가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지루한 시간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시험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렇게 꾸준하게 1년 반을 붙들고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점수는 조금씩 상승하여, 고등학교 3학년 2학기가 되자,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수학 문제를 거의 다 풀 수 있게 되었고, 점수 역시 수직 상승하였습니다. 무엇보다 1학년 1과부터 찬찬히, 그러나 정확히 공부하자, 고등학교 수학과정 전반을 조망할 수 있게 되었고, 배운 내용을 다른 문제와 결합하여 응용이 되는 전체적인 흐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다른 친구들은 쩔쩔매는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 느낌을 잊지 못합니다. 성취감도 성취감이었지만, 수학이라는 과목이 가지는 오묘함과 아름다움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배움의 이유를 몰라서 무작정 피하기만 했던 과목에서 성과를 맛보고, 마침내 내가 해냈다는 기쁨을 얻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이 생기는 계기와 시점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눈앞에 있는 목표들을 해결해 나가다보면, 누구에게나 그 순간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과목이라고 하더라도 생경할 때는 힘들고 자신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확실히 내 것이 되는 과정은 많은 인내력과 사고력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한 번 할 수 있게 되면 다른 과목도, 더 어려운 과정도 할 수 있는 내공이 차츰 쌓이고, 이것이 점점 더 고차원의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저는 수학을 정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멘토 선생님의 조언을 얻고 많은 공부방법들과 힘을 얻었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멘토 선생님은 좋은 안식처이자 저를 다잡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든든히 해주셨습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힘들어하거나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때, 그들에게 멘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많은 고민들과 멘토 선생님에게 받았던 지혜와 든든함을, 이제 제가 멘토가 되어 학생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기본서도 잘 읽고, 개념 정리도 열심히 했다, 난 정말 성실하게 잘 했는데 억울하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노트정리하고 오랫동안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왜 안 될까?

-

 

민영이(중2, 가명)가 딱 이런 유형이었습니다. 민영이도 교과서를 기본으로 공부하고 노트정리도 깔끔하게 잘 했습니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 열심히 노트정리했으니 공부 다 했다, 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노트정리는 기본서를 보면서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판단하면서 핵심 사항을 추출한 다음, 두 번 세 번 들여다보며 머릿속에 정리할 때에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본서나 교과서를 보면서 노트에 정리했다 하더라도, 반복해서 이를 보아 차후에는 공부한 내용을 안 보고도 내가 정리했던 내용을 백지에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만 합니다. 예쁘게 정리한 정리노트는 공부의 최종목표가 아니라, 개념숙달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노트정리 그 자체에 만족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정리된 내용이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건너뜁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으니 거기에 만족하고 마는 것입니다.

 

놀거 다 놀고도 공부 잘 한다?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확인하는 공부 습관 덕분

 

종종 “쟤는 놀거 다 놀고도 공부 잘해요” 라며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타고난 머리가 좋아서 그런걸까요? 운이 좋아서 점수가 잘 나오는 걸까요? 아닙니다. 이런 친구들은 들이는 시간 대비 머릿속에 새기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런 습관을 기를 수 있었을까요?

 

먼저,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중에 공부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혼자 공부할 때에는 그 시간이 배가 들어갑니다. 수업시간에는 수업내용을 모두 소화한다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면, 자연스레 1차적으로 머리에 정리가 되게 됩니다. 이후에 혼자 공부할 때, 1시간 공부했으면 책을 덮고, 노트를 덮고 공부한 만큼을 되짚어봅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교재와 노트를 펼쳐서 빠뜨린 부분이 무엇인지 대조해보고 머릿속에 정리된 것과 빠뜨린 것을 빠르게 점검합니다. 공부한 내용에 대한 확인 작업을 철저하게하기 때문에 교과서를 읽고 노트정리를 할 때에도 정리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머릿속에 새기면서 정리하는 것이 습관적으로 되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노트가, 문제집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입력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연세대 사학 졸업

연세대 사학 석사

 

제목
설은수 수학 멘토 /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졸업 File
태그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