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들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영어 공부는 잘하고 있니?'

'수학 공부만 한다고 한국사 등에는 소홀하지 않니?'

'숙제는 다 했니?'

사춘기 남자아이들 중 많은 아이들은 위와 같은 질문을 들었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할 때가 있습니다.

 '아, 알아서 할게요!'

 그러고는 방문을 쾅 닫고 틀어박히곤 합니다.  천진난만하던 유소년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나'에 대한 관념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사춘기의 특성상, 아이와 부모님의 갈등 상황은 거의 필연적입니다. 그렇기에 부모님들도 '내가 알아서 할게요' 하는 말을 들으면 '쟤가 또 저러네' 하고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마찰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아이에게나 부모님에게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친구 문제, 연애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어떨지 몰라도, 공부 문제에 있어서는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이 나왔을 때 이를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단지 겉보기에 공부를 안 하는 것 이면에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로 '알아서 하는' 아이들은 부모님과 마찰을 겪을 일이 애초에 별로 없습니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말하는 '알아서 할게요'와 대다수 학생들이 말하는 '알아서 할게요'는 그 함의가 다릅니다. '알아서 한다'라는 말이 결국은 간섭에 대한 반대라고 한다면, 최상위권과 대다수 학생들의 차이는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와 간섭을 원치 않는 아이의 차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이상적으로는" 부모님이 아이 공부에 관해 간섭할 필요가 없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이는 그저 이상론일 뿐입니다. 사람은 응당 자기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 하여야 하고, 그 책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더 상위의 권위를 지닌 이와 대화와 협의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직장에서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면 담당 관리자와 대화를 통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듯이 말이지요. 아이가 그 무렵 나이에 다해야 할 책무가 공부라면, 공부를 못 하고 있다면 더 높은 권위를 가진 누군가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 누군가의 역할은 부모님, 학교 선생님, 과외 선생님 등이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방문을 쾅 닫으며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한다면, 이는 기실 자기 책무에 대한 소통의 창을 닫겠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사실상 '알아서 (공부를) 할게요' 가 아닌, '알아서 (나 하고 싶은걸) 할게요' 하는 선언인 셈입니다. '알아서 할게요' 가 아닌, '잔소리하지 마세요' 하는 선언입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알아서 할게요'는 단지 사춘기 남자애들의 말버릇이 아니라, 인격 형성에 있어 더 심각한 문제에 대한 빙산의 일각일 수 있습니다. 자기 책무를 완연히 수행하고자 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그것을 문제시하지 않는 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징후가 보이는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우선은 학습 관리자의 권위가 바로 서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해야 하는 일에 문제가 생겼다면 상위의 권위자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문을 쾅 닫고 이러한 소통의 창을 닫는 것은 부모를 위시한 학습 관리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여실히 내비치고 있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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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관해, 근본적으로는 부모님의 권위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은 훈육 전문가인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님이 반복적으로 역설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부모님과 자녀 간의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그 골이 깊어질수록, 아이들은 부모님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하며 아이가 닫는 것은 문뿐만 아니라 아이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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