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입장에서, 아이가 노트 필기를 통해 깔끔하게 공부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합니다. 아무리 공부의 과정과 지식이란 무형의 것이라지만, 내심 아이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불안한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시험을 보고 돌아오는 아이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 불안한 마음은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성적은 안 나오고, 노트를 확인해 보면 필기는 엉망진창이고, 학교에서 나누어준 프린트는 제대로 정리도 안 되어 있는 아이의 책가방을 보며 부모님들은 생각합니다. '뭔가가 잘못됐어'하고. 그에 따라 아이에게 잔소리하곤 합니다. '노트 필기를 깔끔하게 해 봐라.' '글씨를 좀 예쁘게 써 봐라' '좀 손으로 써 가면서 공부를 해 봐라' 하고.

 

노트 필기가 훌륭한 공부 방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정돈된 형태로 풀이를 전개하는 것이 좋은 공부 방법이라는 데에도 이견이 없습니다. 정리된 노트를 보고 복습을 하는 것의 학습 효과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방법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좋은지에 대해 설명하는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고, 무용한 일입니다. 노트 필기의 중요성과 효용보다 더 중요한 화두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떻게 아이에게 노트 정리의 습관을 들일 것이냐.'

 

잔소리만으로는 노트필기 습관을 들일 수 없다.

아이들에게 노트 정리 습관을 들이는 일은, 단순한 잔소리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성적을 언급하면서 직접적으로 아이에게 지시, 명령하는 투로 대화에 접근하면 더욱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잘 공부하고 있나 싶어서 노트를 들춰봤다가, 중구난방의 필기를 보고서는 아연실색하여 아이에게 '너 필기가 이게 뭐야?' 하고 따지는 것은 권할 만하지 않습니다. '글씨를 좀 예쁘게 써 봐라' '필기를 잘 해봐라' 하는 잔소리는, 되레 아이의 마음을 닫게 만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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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학생의 한국사 필기 노트 : 척 봐도 좋은 필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잔소리를 통해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소통의 창을 닫게 만들면, 결국 '알아서 할게요' 하는 말이 튀어나오게 될지 모릅니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다시 마음을 열게 하기까지 더 고초를 겪을 수 있습니다.

('알아서 할게요' 말하는 아이의 심리는? : http://mentor.or.kr/board_MmLQ62/13034)

그러므로 아이가 올바른 노트 필기 습관을 들이게끔 하기 위해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잔소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간직하고 싶은 노트정리, 소장 가치가 있는 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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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필기를 보시길 바랍니다. 얼핏 봐도 필기가 일목요연하게 되어 있고, 글씨도 반듯하게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이 노트는 우리 멘토 선생님들 가운데 한 분의 실제 학창시절 필기를 스캔한 것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아이들은 노트 필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시험이 끝나면 책과 노트를 휙 버리는 바람에 다시 확인해볼 수조차 없는데 반해, 공부를 잘 했던 멘토 선생님은 몇 년이나 지났음에도 필기 노트를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차이는 바로, 노트정리가 간직할 만한지의 여부입니다.

 

예쁜 글씨로 정리된 노트는 소장 가치가 있습니다. 사람은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할 때 더 의욕이 돋는 법, 소장 가치가 있는 노트를 만들어나간다는 건 학생이 보다 즐겁게 노트필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일전에 필기가 게으른 학생들을 위해 키보드 타이핑으로 필기를 하게끔 하는 공부법의 본질과 공명합니다.

(필기가 게으른 학생들을 위한 처방- 키보드 필기 공부법 : http://mentor.or.kr/index.php?mid=story&page=2&document_srl=10546)

 

요컨대, 소장 가치가 높은 노트 정리를 하게끔 하는 일은 곧 아이가 자발적으로 노트필기에 습관을 들이는 길입니다.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바로, 격려와 칭찬입니다.

 

특정한 공부법이나 습관에 대한 강요보다는, 격려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글씨가 이게 뭐니? 제대로 좀 써 보렴' 하는 대신에 '글씨를 반듯이 써야 하는 이유는 이렇단다. 그러니 다음엔 좀 더 반듯이 적어보자.' 하고 거듭해야 합니다. 물론 아이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이에게 큰 소리를 치거나 화를 내는 일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다소 더디고 답답하더라도 격려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그러다 아이가 조언에 따랐을 때 진심으로 칭찬해줌으로써, 아이 스스로도 멘토의 조언과 보상 사이의 관계와 소장 가치가 높은 노트 필기의 가치를 깨닫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번씩 상담을 오신 부모님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노트필기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하나요?'

이 물음에 대한 저희의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트 필기의 습관을 교정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프로그램을 통해서가 아닙니다. 학생을 향한 진심어린 격려, 칭찬, 비판을 통해 학생 스스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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