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시작은 언제든 늦지 않다

 

 안녕하세요, 고려대 철학과 멘토 이태윤입니다. 학생들과 만나다보면, ‘저는 고2(혹은 고3)인데, 공부를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을까요?’ 하는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솔직히 고등학교 2학년 이후에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면, 학생들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님까지도, 늦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오히려 늦었다는 생각에 주저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할지 고민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은 제 학창시절의 경험에서 기인합니다. 저도 고등학교 2학년 막바지까지도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 중학생 때는 전국단위자율형 중학교를 다니면서, 긴 시간의 자율학습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 시간동안 허송세월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교생 110명 가운데 97등으로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LOL’이라는 게임에 빠져 2학년 때까지 게임만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은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입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고, 3학년이 되기 직전에서야 목표가 하나 생겼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자’

 

뚜렷한 목표는 아니었지만, 맨날 게임만 하던 제게는 큰 목표였을 뿐만 아니라, 저를 공부하게끔 만든 시발점이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중,고등학교 시절을 통틀어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그 필요성 자체를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고2 11월 모의고사를 보고 새삼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름대로 혼자 공부를 하고, 학원에서도 수업을 들어가며 시험을 봤는데도 국어는 70점이었고, 수학은 37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본격적으로 혼자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이 전에도 ‘공부는 결국 혼자 하는 것이다’하는 말은 질리도록 들어왔지만, 실천하지 않은 것은 그럴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적당히 학원을 다니면서 하라는 숙제를 하고, 그게 끝나면 게임 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앞서 말한 계기를 시작으로, 다니던 모든 학원을 그만두고 혼자 공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메가패스를 수강하고 독서실에 등록해서 혼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기 직전에서야 저의 수험생활은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학습 분위기의 조성,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라

 

 제가 공부를 시작하고 제일 먼저 한 것은, 제가 공부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주위에 실컷 말하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휴대폰을 스마트폰에서 피쳐폰으로 바꾸었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도 서울로 대학을 가지 못하면 재수를 할 것이라 선언했습니다. 자습실에서는 일부러 모두가 저를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해서 자습 시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켰습니다.

 공부의 결심은 마치 다이어트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이어트도 혼자서 마음을 먹고 ‘자, 오늘부터 다이어트 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금새 실패하기 쉽습니다. 맛있는 음식의 유혹이 있을 때, 그 유혹에 넘어가더라도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금부터 나 다이어트 한다!’ 하고 선언했다고 생각해봅시다. 맛있는 음식이 있더라도, 이미 다이어트를 선언해놨기 때문에 유혹을 뿌리쳐야만 합니다. 다이어트를 선언해놓고 머지않아  피자나 치킨 등을 먹는 모습이 주변 사람들한테 보여진다면, 그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식으로 주변에 공부를 결심했다는 사실을 선언한 것이 저로 하여금 공부가 하기 싫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공부를 안 하던 학생이라면, 공부하기로 다짐했더라도 주변에서 ‘네가 무슨 공부냐’하며 유혹하기가 더 쉽습니다. 그런 유혹을 떨쳐내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자기 다짐을 언표하고, 그럼으로써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스스로를 밀어 넣어야 합니다.

 

 학습 플래너, 계획일 뿐만 아니라 기록이기도 하다

 

 제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변한 것 가운데 하나는, 플래너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솔직히, ‘플래너 같은 걸 쓰면 멋이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남학생들 중에서는 플래너나 노트 필기 등을 거의 안 하는데도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도 꽤 많다 보니, 그런 아이들에게서 멋있음을 느끼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제 경우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똑똑한 일부 아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본격적으로 공부의 양이 많아지면 플래너가 필요하게 됩니다.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공부해야 하는 과목은 많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있는데, 학습 계획이 잡혀있지 않으면 특정 과목 공부만 너무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과목의 공부는 대충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또, 상황에 따라 학습 시간과 과목의 수를 탄력적으로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하루에 10시간 정도씩을 매일 공부하면서, 인터넷 강의 등 수업을 듣는 시간을 제외하고 6시간 정도씩은 매일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려 했던 것 같습니다. 

 학습 플래너는 이처럼 체계적인 계획으로서도 중요하지만, ‘기록’으로서도 중요합니다. 모든 수험생들이 그렇겠지만, 수험생활에서는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한 시험에서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그냥 괜히 공부가 하기 싫어질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과거에 썼던 플래너를 들추어 보는 것이 그런 고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저는 고3 올라가기 직전 겨울방학 때 매일 10시간씩 공부하면서, 3월 모의고사를 전력으로 준비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공부에 걸음마를 뗀 입장이다 보니, 3월 모의고사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좌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공부에 있어 좌절할 만한 순간들이 올 때마다, 학습 플래너를 펼쳐 공부했던 기록을 되돌아보며, ‘그래, 이만큼 공부했었지’ 하고 마음을 바로잡았습니다. 공부해놓은 게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단권화 공부법과 백지 공부법, 효과적인 초반 개념 공략법

 

 고등학교 3학년에서야 공부를 시작한 입장에서,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과목별 개념이었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 탐구 할 것 없이 모든 과목에는 문제 풀이에 앞서 개념 학습이 필수적입니다. 국어와 영어에서는 문법과 어휘가 개념일 것이고, 수학에서는 도형의 정의, 함수의 성질 등이 그것입니다. 실제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가장 조급해하는 것이 이 개념학습이기도 합니다. 남들보다 늦게 공부를 시작한 까닭에, 빠르게 문제 풀이에 돌입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들기 때문입니다.

 개념 학습을 위해 권장하고 싶은 공부법은 단권화와 백지 복습입니다. 사실 고등학교 3년을 통틀어 실제로 익혀야 하는 개념의 양 자체는 많지는 않습니다. 특히 사회탐구나 국어 개념의 경우, 노트 한 권으로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이른바 백지 공부법과 더불어 활용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먼저 책을 1~2회정도 쭉 정독한 후,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백지에 쓰는 것입니다. 먼저 큰 갈래의 개념을 적고, 그 하위 분류의 개념들을 나열하듯 적습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100% 적을 수는 없습니다. 이 때, 기억이 날듯말듯한 내용이 있고 아예 기억이 나지 않는 내용이 있을 것입니다. 전자의 내용은 파란색 볼펜으로 채워넣고, 후자의 내용은 빨간색 볼펜으로 채워넣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단권화 노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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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환경 조성에 따라 입시의 성패가 정해진다

 

누차 강조하지만, 공부를 시작하면서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는 공부의 양과 질과 직결됩니다. 제 경우,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 스스로를 내몰았고, 플래너를 작성함으로써 체계적인 학습 계획을 짜고 학습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고3 때는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죽치고 앉아 선생님들에게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기를  거의 매일 반복했습니다. 이렇듯 제가 공부를 시작하고, 주변 사람들을 비롯한 환경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냥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겠다’ 하는 막연한 목표에서, 구체적으로 정시 최상위권을 목표로 삼게 된 것도, 주변 환경이 제 공부를 돕고 실제로 성적에서도 제 노력의 결과물이 반영된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까닭에 더 독하게 마음을 먹고 독한 환경에 스스로를 몰아넣었지만, 예비 고1 학생들이나 고1 학생들이라면 더 여유로운 상황에서 미리 좋은 환경을 만들고 공부 습관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그렇게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고 어떤 관리 하에 스스로를 두느냐로서 입시의 성패가 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순히 특정 과목에 대한 지도에 그치지 않고, 종합적으로 학생에게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성적 향상의 로드맵을 개척하는 멘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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