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M: (주)멘토의 ‘멘토에게 듣는다’. 국어 전문가 김현우 멘토를 모시고 계속 이야기 듣고 있습니다. 김현우 멘토는 수능특강 독서 사용설명서를 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신데요, 먼저 최상위권 학생들은 이미 스스로 공부할 능력이 있으니 국어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를 볼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는 게 낫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아주 최상위권은 아닌, 조금 불안한 1등급, 1-2등급을 오가는 수험생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현: 2부에서 제가 진행자분께서 말씀하신 것에 달았던 단서가 하나 있었죠. 지문 분석, 지문 이해를 짧은 시간 내에서도 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요. 그래도 최소 2등급 정도는 받는 학생이라면 어떤 글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 자체를 못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됩니다. 문제는 시간이죠. 제가 경험한 바, 불안한 1등급을 받는 학생들에게 국어 문제를 시간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면 많은 경우 만점도 잘만 나옵니다. 물론 대다수 학생들이 시간을 추가로 제공하면 국어 점수가 오르기는 하지만요. 어쨌든 이들은 대개 지문 분석이나 지문 내용 이해를 못 하는 게 아니고, 이걸 수능 시험 시간 내에 못 하는 게 문제입니다.

 

M: 시간 줄이기에는 수능특강 사용설명서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말씀이실까요?

 

현: 국어 문제를 푸는 시간을 줄이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공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어떤 지문, 어떤 문제가 나오든 빠르게 읽고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건 제가 보건대 대개는 한 수험생이 평생 접해온 텍스트의 총량과 비례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은 수험생은 수능 국어도 시간 내에 어렵잖게 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눈앞에 수능이 닥친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제 와서 국어 독해 속도를 올리기 위해 무작정 책을 읽으라는 말을 따르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까, 예를 들어 기존 교육청 기출 비문학 문제 , 평가원 기출 문제, 사설 모의고사 등등을 많이 풀어볼 수도 있겠죠. 장담하는데, 많이 읽고 풀어볼수록 빨라집니다. 속도뿐 아니라 정확도의 향상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겠죠. 허투루 풀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반면 두 번째 방식이 있는데요, 시험장에서 맞닥뜨릴 지문을 시험장 들어가기 전에 읽고 들어가는 겁니다. 사실 많은 고3들이 수능 국어 대비를 하며 EBS에 매달리는 이유가 이거 아닙니까? 시간 내에 다 풀 자신이 없으니까, 그래도 한 번 본 지문은 처음 볼 때보다는 문제를 빨리 풀 수 있겠지, 이거잖아요. 그런데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학생들은 시간이 문제지 지문을 해석하거나 지문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결함이 있거나 한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수능특강, 수능완성만으로도 충분히 수능에 연계될 지문들을 미리 접할 수 있는데 굳이 사용설명서까지 봐야 하느냐는 거죠. 지문을 이해는 하는데 충분히 빠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라면, 차라리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여러 차례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 내용이 남도록 하는 게 낫지 지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설명을 들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알아서 할 수 있잖아요.

 

M: 불안한 1등급 정도의 학생은 대체로 시간 내에 문제를 정확히 풀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고,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제 그 아래의 점수를 받는 학생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앞의 상위권 학생들은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좋다고 하셨는데, 그 밑으로는 보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맞습니까?

 

현: 예, 그렇습니다. 일단 수능특강 독서 사용설명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여기서는 비문학과 문학에서의 오답률이 비등하거나 아니면 비문학을 더 많이 틀리는 수험생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상정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예컨대 비문학은 무조건 다 맞는데 유독 문학에서 오답이 많이 나와서 2-3등급의 벽을 못 넘는 학생들은 논외로 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학생들은 비문학 공부 고민할 시간에 문학 공부를 한 줄이라도 더 해야죠.

하여튼 문학만 이상하게 어려워 하는 수험생들은 제하고, 나머지 수험생들 중 계속 2-3등급에 머무는 학생들 있죠? 이 수준부터는 어딘가 독해 능력에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뭔가 마땅한 예시를 바로 떠올리기가 좀 어려운데…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을 해보겠습니다. 예컨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지문이 있다고 쳐요. ‘푸코와 사르트르는 동시기 프랑스의 사유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몇 줄 아래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푸코는 홀쭉이 대머리였다.’ 그리고 또 몇 줄 아래에는 이런 말이 나오겠죠. ‘한편, 사르트르는 통통한 안 대머리였다.’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M: 죄송합니다(웃음). 너무 웃음이 나와서… 물 한 모금만 마시고(웃음)... 뭐라고 하셨죠? 대머리랑 안 대머리만 기억이 나네요.

 

현: 여기서 홀쭉이와 통통이도 기억이 나시면 안정적으로 1등급을 받으실 수 있을 텐데요(웃음). 어쨌든 본문에서 홀쭉이 대머리 대 통통이 안 대머리, 이렇게 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파악하셨죠?

 

M: 네, 그랬습니다.

 

현: 2-3등급을 넘어서지 못하는 학생들은 많은 경우 이게 안 됩니다. 물론 ‘푸코는 홀쭉이 대머리다’, ‘사르트르는 통통이 안 대머리다’, 이 문장들을 읽을 때는 이해에 하등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글을 읽는 동시에 머릿속에 쌍방의 대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그려지지 않는 겁니다. 제가 지금은 예시로 고작 세 문장만 말했으니까 쉬워지지만 조금만 복잡한 지문이 출제되면 어떻게 될까요? 글의 요지 파악이 안 되고, 문항과 선지의 파악도 안 되고, 그러니 복잡한 지문, 어려운 문제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되니까, 설령 맞추더라도 글을 부분 부분으로, 두서 없이 이해를 했으니까 자꾸만 지문으로 돌아가서 내용 확인을 해야 하니 다른 문제를 풀 시간이 사라지게 되고, 뒤에서 맞출 수 있었던 쉬운 문제를 못 맞추기도 하고요.

여담이지만 전 푸코가 좀 패트와 매트를 닮은 것 같은데…(웃음) 자, 빠박이 푸코는 잊기로 하고, 다시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로 돌아와보죠.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는 이 지문 분석을 자기가 다 해주고 있죠? 심지어 구조도까지 그려주고 있죠?

 

M: 네, 그렇지요. 그런데 잠깐만요, 방금 말씀하시기로는 수능특강이 지문 구조를 잘 파악해준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이런 비문학 지문 파악이 안 되는 학생들이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를 보면 안 된다고요? 다소 이해하기 어렵군요.

 

현: 수능 시험날 지문을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수험생 본인입니까, 아니면 EBS 교재 집필진입니까?

 

M: 그야 학생이지요.

 

현: 예, 옳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조금 다르게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수학으로 예화를 들어보면 좀 이해가 쉬울 것 같네요. 사실 저는 비문학 공부도 수학 공부랑 어느 정도 닮은 면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학생은 수학 문제 하나를 붙잡고 몇 시간씩 붙잡고 고민하면서 풀어보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결국 답은 못 썼습니다. 반면 다른 학생은 그냥 바로 해설지를 읽어봤습니다. 둘 중 어느 학생의 수학 실력이 늡니까?

 

M: 스스로 풀어보려고 고민한 학생입니다.

 

현: 제 말씀이 바로 그거예요! 지금 당장 지문의 구조를 완벽하게 분석할 수 없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해야 지문의 완벽한 구조도를 그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나중에는 어떻게 해야 손을 움직일 필요도 없이 글을 읽는 동시에 머릿속에 내용이 구조적으로 정리될 수 있을까요? 다소 막막하고 어려워도, 혼자 힘으로 글을 해석하려 해보고, 이 내용이 다른 내용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고민하고, 이 대목에서 이 내용이 왜 언급되는 것인지를 생각하고, 스스로 각각의 정보를 배열하려고도 해보고, 단락별로 내용을 간명하게 요약하려고도 해보고! 이런 시간들 속에 비문학 구조 독해의 실력이 길러집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문제는 제가 아까 말했죠? EBS 수능특강 독서 사용설명서가,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잘 만든 교재라는 겁니다. 이미 비문학 구조 독해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해서 스스로 낑낑대며 그 실력을 키워야 할 학생들에게, 수능특강의 지문들을 모두 너무 친절하게 떠먹여주고 있어요. 그러니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를 보면 참 편하고 좋겠죠. 그러면 뭐 합니까? 자기 실력은 전혀 안 늘고 있는데. 수능 날 수험장에 EBS 교재 집필진을 모시고 가서, 송구하지만 저를 위해 이 지문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시겠어요, 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잖습니까!

이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를 고3 때 본다고 해보죠. 옆에 해답지를 펼쳐놓고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상황과 똑같습니다. 그게 문제를 푸는 겁니까? 푼다고, 풀린다고 착각하는 겁니다. 1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오히려 자기 실력에 대한 착각만 생기기 십상입니다. 이 착각 속에서 평가원 모의고사를 풀며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다가 수능 성적이 나오면 현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M: 봄이 왔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김현우 멘토의 열정적인 말씀 때문일까요? 대담을 진행하고 있는 이곳이 어느덧 후끈후끈합니다. 시간을 상당히 썼으니 빠르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어 4-5등급을 받는 학생들에게는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를 권하시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현: 빠르게 말씀드리자면, 대개 상대적으로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겪는 문제들은 그보다 낮은 성적을 받는 학생들도 겪습니다. 그러니 4-5등급을 받는 학생이라면 시간도 부족하고, 지문 분석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당연하고, 여기에 더해 다른 문제들이 또 있을 겁니다. 보통 4등급이나 5등급쯤까지 내려오면 이 구간의 학생들부터는 예컨대 어휘도 문제가 되어요. 어떤 내용이 여기 왜 나오지, 를 넘어서 그 내용을 그 자체로도 이해 못 한다는 거죠. 단어를 모르니까요. 고로 앞서 말한 바와 같은 견지에서 가능하면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를 보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휘 알려줘, 구조 분석해줘, 글이 술술 읽히는 기분이 들겠죠. 그런데 수능 시험장에서는 혼자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보다도 더 아래의 성적을 받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지요.

 

M: 열정 넘치는 김현우 멘토와 함께하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만 수능특강 독서 사용설명서에 관한 논의는 마무리하기로 하고 4부에서는 수능특강 문학 사용설명서 이야기를 해볼 텐데요, 그래도 마지막으로, 혹시나 수능특강 사용설명서를 보라고 권하고 싶은 학생의 유형이 있으실까요?

 

현: 음…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학생, 평소 받던 국어 모의고사 등급이 낮고, 안 그래도 혼자서는 비문학 지문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황급히 EBS 연계 지문의 내용을 최대한 빠르게 머릿속에 넣어두겠다는 학생이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혼자서 수능특강을 보고 있는 것보다는 낫겠죠. 그러나 일종의 벼락치기 극약 처방이지, 이것이 국어 실력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M: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김현우 멘토가 말하는 수능특강 독서 사용설명서를 보지 말아야 할 이유들을 들어보았습니다. 4부에서는 수능특강 문학 사용설명서에 관한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주)멘토의 ‘멘토에게 듣는다’를 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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