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전자기기, 꼭 필요할까?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2월 말, 봄이 완연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본격적으로 개학을 하게 되면서 예비 고 1 학생들은 고등학생이, 1학년 2학년 학생들은 각각 2학년과 3학년이 됩니다. 개학을 하게 되면서 각종 준비물을 구매하기 시작할 시점이 지금인 것 같은데요, 부모님들께서도 문구점에서 아이가 필요하다는 준비물을 기꺼이 사 주시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많은 준비물들 가운데, 부모님들께서 흔쾌히 사 주시기 꺼려지는 물건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태블릿PC나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들이 바로 그것일 것입니다. 백 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이 부담되는 것도 부담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가 그 기기 때문에 공부에 방해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태블릿이나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학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많은 연구에서도 뒷받침해주고 있는 사실입니다. 특히 요즈음은 인터넷 강의, 기출문제, 학습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온라인 기기가 있다면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의 핵심은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자기기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당장에 저희와 함께 일하고 계신 멘토 선생님들도 처음에는 인터넷 강의를 목적으로 태블릿 PC를 구했다가 어느새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 자기를 발견하곤 했다고들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온라인 전자기기는 SKY 멘토 선생님들의 의지로도 쉽사리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혹성이 강한 물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아이들이 전자기기를 사달라고 할 때 동원하는 논리와, 이에 우려되는 사안들, 그리고 사 주더라도 유의해야 할 사안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인터넷 강의? 꼭 최신형, 휴대용 기기여야하나?

 

 아이들이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사 달라고 요청할 때 제일 먼저 꺼내는 근거가 바로 인터넷 강의입니다. 솔직히, 인강의 효율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강의력이라면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강사들의 강의를 화면 너머에서나마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지 ‘인터넷 강의’ 하나만을 목적으로 전자기기를 덜컥 사주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왜나하면, 인터넷 강의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고가의 최신형 태블릿 PC를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인터넷 강의가 버벅인다는 이유로 최신형 휴대기기를 사 달라고 요청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버벅이지 않고 잘 실행된다는 것은, 학업과 관련 없는 유튜브, 게임 등의 실행에도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터넷 강의의 성능이 문제일 경우에는, 차라리 영상 파일을 다운로드를 받아서 시청하면 됩니다.

 그리고 인강이 목적이라면 굳이 태블릿 PC나 노트북 같은 휴대용 기기일 필요도 없습니다. 인강을 시청하는 시간은 본질적으로 학생 본인이 공부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따라서 인강을 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강을 시청하려거든 집의 데스크탑 등의 환경에서 시청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휴대용 기기는 그 사용 시간의 제한과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한편 데스크탑 환경은 상대적으로 그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1. 주변 친구들도 모두 이용한다고? 타당한 근거인가?

 

 또, 학생은 주변 친구들 모두들 아이패드, 노트북을 이용한다고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논리는 조금 이상합니다. 다른 친구들이 다들 이용한다는 사실이, 자기도 그래야 한다는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하물며 ‘학습’과 ‘경쟁’이라는 관점에 한정해서 놓고 보면, 다른 아이들이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동안 본인은 그 시간에 공부에 열중하는 것이 더 비교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내 친구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어’ 하는 식의 요구는 너무나 영유아적인 요구입니다. 아이는 이런 방식으로 학생들 가운데서의 소외감을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부모님들을 설득하기 위한 타당하고 논리적인 근거가 아닙니다. 이런 전략은 초등학교 시절, 소위 말해 뭘 사달라고 ‘조를 때’나 통하는 전략이지, 이 요구에 부모님들이 응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심지어 그 물건이 아이의 학업에 방해가 될 공산이 더 큰 물건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1. 노트 필기? 굳이 태블릿 PC어야 하나?

 

 다음으로 학생들이 동원하는 논리는 아이패드와 스마트펜을 이용한 노트 필기의 필요성입니다. 확실히,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해당 기능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시험 하나당 전공 서적이나 자료들의 양이 최소 200페이지, 많게는 10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시험 범위가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태블릿 PC 하나만 있으면 이 자료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으니 분명히 학습에 편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연 중학생, 고등학생 수준에서 태블릿 PC로 노트 필기를 해야 하는지는 회의적입니다. 우선 중고등학교 수준에서는 시험 범위가 그렇게 방대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교과서 하나당 50~100페이지 남짓이고, 교과서 자체가 그렇게 무겁지도 않습니다. 충분히 시험 기간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정도만큼의 시험범위만이 주어집니다. 따라서 굳이 태블릿 PC가 필요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더구나, Mueller, P 와 Oppenheimer의 2014년 공동 연구에 의하면, 펜으로 직접 필기하는 것이 키보드나 태블릿으로 필기하는 것보다 더 학습 효과가 뛰어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뇌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만큼, 손으로 직접 필기를 하는 것을 저희는 더 권장하고 싶습니다. 


 

  1. “전교권에 들어가면 아이패드 사주세요” : 공부를 담보로 한 협상?

 

 어떤 학생들은 전자기기를 사달라고 이야기할 때, 반 몇 등을 하면 사달라, 전교 몇 등을 하면 사달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 이는 부모님들이 가장 쉽게 설득을 당하고 쉽게 약속하는 요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공부를 가지고 협상을 하는 행위입니다. 학생이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한 본분입니다. 그것을 잘 하게끔 환경을 조성해줘야하는 것이지, 공부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아서는 안 됩니다. 부모님들은 때로 아이가 성적이 올랐으면 하는 바람에 이런 요구를 덜컥 수락하고 맙니다. 그러나 이래서는 궁극적으로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 성적이 오른다고 한들, 그건 아이패드를 보상으로 받기 위한 일시적인 노력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와 재미를 붙이고 본격적으로 제대로 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보상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전교 10등을 하면 아이패드를 사 주기로 약속했다면, 전교 1등을 하면 자동차라도 사 줘야 할까요? 이렇듯 단기 보상으로 공부를 하게끔 하고 책무를 지게 하는 것은, 자꾸만 더 큰 자극과 보상으로 협상을 해야만 하는 문제와 직면하게 됩니다. 실제로 저희가 접하는 학생들 가운데, 공부를 가지고 협상을 하는 학생들은 쉽사리 이러한 태도에 빠지는 것을 거듭하여 봐 왔습니다.

 이런 식의 접근은 아이의 학습 동기부여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아이의 품성 교육에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온전히 다해야 할 책무를, 일차적인 욕망의 충족이나 금전적인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방기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1. 그렇다면, 올바른 전자기기 사용 요령은?

 

 앞서 전자기기에 너무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태블릿PC와 노트북이 학습에 백해무익하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본의아니게 학생들이 동원하는 논리와, 그것을 논박하는 형태가 되었지만, 위 근거들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전자기기 이용을 통제하지 못하는 한, 가능한 전자기기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태블릿PC, 노트북 등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요령은 없을까요? 태블릿 PC의 경우,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의 사용 시간 관리 어플을 설치해서 정해진 시간동안 정해진 어플만을 활용할 수 있게끔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메신저는 가급적 설치하지 않게끔 함으로써, 인강 시청 도중 알림이 오는 등 방해를 받는 일이 없게끔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기기를 관리하게끔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이 협조하여 전자기기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반드시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만을 할 수 있게 관리해야 합니다. 아이가 처음부터 자제력을 발휘하여 알아서 학습 환경을 통제하고 스스로 전자기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게 가능한 학생들은 극소수입니다. 

 저희는 아이들을 제약하고, 아이들의 자유를 박탈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다만 자유와 방종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아이가 태블릿 PC,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시청을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면, 공부에 지장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공부 또한 아이들이 져야 할 책임입니다. 책임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써 책임을 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어불성설입니다. 저희가 전자기기 이용을 강력하게 제한 및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아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책무를 다하여 어른으로서 성장할 수 있게끔 돕기 위함입니다.

 

 저희와 함께하는 학생들 가운데 한 아이는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부모님의 권유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불편하진 않니? 스마트폰으로 바꿀래?” 

 

그 때마다 “아니요, 스마트폰이 있으면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아요. 수능 끝나고 바꾸고 싶어요.” 하고 대답했습니다. 이 아이가 특별히 우수하거나, 투철한 의지의 소유자라서 그랬던 것이 아닙니다. 유혹을 뿌리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혹을 참는 게 아니라 유혹으로부터 스스로를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http://www.mentor.or.kr/board_tHBb60/8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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