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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날씨가 포근해지며, 중간고사가 끝나는 시기가 찾아왔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했던가. 중간고사의 끝을 알리듯 그 벚꽃들도 다 지고, 시험이 끝난다는 설렘과 기쁨이 교차한다. 시험 때문에 못 하던 운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고, 친구들과 놀러 가기도 하고, 오락을 하기도 한다. 또, 5월의 날씨는 나돌며 놀기에도 참으로 좋다.

 

 하지만 이 시기는 포근한 날씨, 나돌기 좋은 시기와는 참으로 대조된다. 여느 학생이든 그렇겠지만, 중간고사 성적 발표는 항상 불안하고 떨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개 그 결과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대가 높았던 것일까, 혹은 결과가 형편없었던 것일까. 이유가 뭐가 됐든 결과가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사실만이 남아 있다. 각오를 가다듬고 기말고사 준비를 시작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책 없이 놀러 다니는 아이도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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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책 없는 아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의 큰 과업이 지나갔으니, 쉬고 싶고 놀고 싶은건 당연한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이에 속이 타는 건 다름 아닌 부모님이다. 부모님의 머리속에는 '얘는 시험을 그렇게 보고서 놀 생각이 드는가?' '우리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저 자식이 정신을 차릴까?' 하는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건강하게만 잘 자라다오'라는, 유아기 때의 바람은 어디 가고 , 대책 없이 놀러만 다니는 아이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런저런 잔소리도 해보고 학원도 보내 보지만 여전히 공부에 흥미 없는 아이에게는,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래가지고 어디 변변찮은 대학이나 가겠나'하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이에게 있어 대학이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건장한 청년에게 대뜸 노년기의 계획을 물어본들 막연하게만 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부모님은 학창시절도 겪어보고, 대학 입시도 겪었으며, 대학 생활도 겪어보았다. 마치 영화 필름을 되감아보듯, 과거 시점에서 취했어야 할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는 것은 참 쉬운 일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그 과거 시점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지금의 시기를 놓침으로써, 미래에 잃게 될, 또는 잃을 지도 모르는 많은 것들이 자동으로 머리속에서 재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이의 지금 이 순간은 필름 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단 한 번의 인생을 살듯,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의 지금이란 과거 필름의 한 지점이겠지만, 아이에게는 계속해서 나아가는 오늘이다. 그리고 오늘은 지나가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고, '내일'이 오늘이 되어 아침을 맞이한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오늘을, 지루한 책을 쳐다보거나 문제집을 풀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는 게 당연한 사람 마음이다. 그 당연한 사람 마음에 대고 조언을 해봐야, 잔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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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까닭에, '대책이 없는 아이들'은 중의적인 표현이다. 첫째로 아이들이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에 정신이 팔려 대책 없이 놀러만 다닌다는 점에서 대책이 없고, 둘째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 아이가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놀러다니는 것만큼의 흥미를 붙이는 것 이외에는 대책이 없다. 그러나 다들 잘 알다시피, 이것은 너무나 어려운 이야기고, '엄마 친구 아들'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마 그 '엄마 친구 아들' 도 놀러 다니는 게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여기서 정말로 취할 수 있는 선택지란 없는 것일까? 답답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그저 뒷목을 잡는 일 말고는 없는 걸까? 방법이 단 하나 있다면,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아이를 질책할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대책을 세울 필요를 느낄 수 있게끔 차분히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사실 공부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가장 큰 것은 바로 학생 본인이기 때문이다. 욕구가 있다면 행동이 따르기 마련이듯, 지금 당장 성미에 차지 않더라도 묵묵히 믿고 기다려주면 언젠가 아이가 스스로 깨닫게 되는 날이 온다. 너무 조급한 마음에 아이에게 무리한 과업을 내려서, 잘 하고자 하는 욕구마저 끊어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꽃을 피우는 과정과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급한 마음에 거듭해 물을 준다면 결국 뿌리는 썩어버리고 꽃을 피우는 데 실패하고 만다. 반대로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방치하면 꽃은 시들어버린다. 정성을 다하되, 믿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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