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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플래너(학습 계획표), 그 이름만 들어도 참 고리타분한 이름입니다. 
다들 입버릇처럼 '학습 플래너를 써야 한다'고 말을 하지만, 뭘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큼직한 계획을 먼저 짜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모두 다 정답입니다. 중요한 건 '쓰는 행위' 그 자체라고 알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아이가 있습니다. 이 학생은 원래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전교 200등대의 아이였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했고, 맨날 밖에서 운동하고 노는 게 좋았던 아이였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공부에 썩 흥미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졸리면 자고 싶고 놀고 싶은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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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학생은 고등학교 입학 후 단 3년만에 성적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서, 서울대에 당당하게 합격합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엄청난 자기주도학습 시간이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요? 너무 뻔한 이야기인가요? 맞습니다. 자습 많이 하는 게 최고라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공부법에서 중요한 건 '왜' 나 '무엇을' 이 아니라, '어떻게'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 학생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자습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요?

 

 

 

이 플래너는 학생이 실제로 쓰던 플래너에서 시험기간 부분입니다. 이 학생은 플래너를 '플래너'로서 쓰지 않았습니다. 학습 계획을 짜려고 플래너를 쓰는 것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을 보며, 학습 계획을 짜는 것보다 그냥 자습을 한 시간 더 하는 게 유익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학습 계획을 세세하게 짜는 것보다, 그날 공부한 내용과 시간을 적는 것으로 플래너를 구성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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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을 맞춘 부분은 '균형'과 '절대적인 시간'이었습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다 보면, 수학이나 과학 같이 특정 과목에 집중을 하느라 정작 다른 과목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역사, 사회 같은 암기과목은 급하지 않으니까 평소에는 공부를 안 하다가, 시험기간에 바짝 당겨서 하는 안 좋은 습관이 기본으로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은 플래너를 쓰면서, 모든 과목을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씩은 공부하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사회나 역사처럼 암기가 주가 되는 과목도, 하루에 한 시간 정도씩은 기록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은 균형보다도 중요합니다. 플래너를 '계획'을 목적으로 쓰는 게 아니라 '기록'을 목적으로 쓴 이유였습니다.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하루를 보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학생은 이렇게 하루에 최소 6시간, 주말에 시간이 많이 날 때는 16시간씩 순수한 자습시간을 확보했습니다. 학원이나 과외를 많이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매일매일 공부하고 플래너를 덮는 순간은, 스스로 얼마나 멋있고 잘난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일주일 순수 공부시간을 매주 일요일 저녁에 자기 전에 계산하면서, '이만큼이나 공부했구나'하고 스스로 고양감에 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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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학생이 이야기하길


“주말은 48시간이잖아요? 제가 하루에 6시간 정도를 자고, 밥 한 끼에 1시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먹고 자는데 18시간을 쓰는 셈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언제 한 번 플래너를 썼는데 주말 공부시간을 합치니까 26시간이더라구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주말 26시간 공부라니, 멘토도 내심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말은 훨씬 더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4시간이 아깝더라구요. 어디서 낭비됐는지, 4시간이면 꽤 많은 걸 할 수 있는데..”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아, 이 아이는 공부 습관이 잡혔구나.' '얘는 서울대 가겠구나.'하고. 당연하게도 학생이 취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학생은 당당하게 서울대에 합격했고, 선생님에게 전화하여 합격 소식을 전하며 서로 뜨거운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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