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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내신 대비법]

웹툰으로 시작하는 국어 독해: 독서를 시작하는 새로운 방법

 

정혜림 멘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스마트폰으로 독서하기?

하는 만큼 오르는 ‘수학’, 외우는 만큼 느는 ‘영어’에 비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공부를 해도 해도 늘지 않는 과목이 바로 ‘국어’다. 다 아는 한국말이고 다 읽을 수 있는 한글인데 왜 누구는 ‘국어’를 잘 하고 누구는 ‘국어’를 못 하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지민이(가명)의 ‘국어’ 실력을 야금야금 키워주었던 재미난 비법을 하나 소개하려 한다.

 

‘국어’를 잘하는 비법은 ‘독서’란 말, 정말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평균 독서량은 월에 0.8권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바쁜 아이들이 더더욱 책을 멀리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겨우 생긴 휴식 시간엔 스마트폰만 만지는 아이를 보며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걱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스마트폰으로도 할 수 있는 즐거운 독서 행위가 있었으니 바로 ‘웹툰’이다.

 

이런 말을 했을 때 지민이의 부모님은 깜짝 놀라셨다. 보통 만화는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오락물, 심지어는 유해 매체로까지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웹툰’도 때로는 학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멘토는 다년간의 멘토 활동을 통해 여러 아이들을 만나 국어 과목을 지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 친구들에게서 발견한 한 가지 재미있는 특징이 있었는데, ‘웹툰’을 비롯한 만화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국어 실력이 아주 좋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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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네이버 웹툰

 

 

지수의 국어 비결, 웹툰 읽기

멘토가 만났던 또 다른 친구인 지수(가명)가 있다. 멘토를 만났을 때 지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모의고사도 내신도 평균 5등급 이하를 맴도는 중하위권 친구였다. 그런데 국어만 신기할 정도로 성적이 높았다. 내신은 2-3등급, 모의고사에선 컨디션에 따라 1-2 등급의 성적을 받았다. 어쩜 이렇게 국어 성적만 좋은지 궁금해서 국어 과목을 어떻게 공부하는지 물어봤더니 국어는 거의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신기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수의 국어 비결은 몇 주 뒤에 알 수 있었다. 지수가 수업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웹툰을 즐겨보느냐는 제 질문에 지수는 처음엔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스마트폰을 숨기려고 했다. 하지만 ‘나도 그 웹툰 다 봤어.’라는 말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수는 웹툰과 만화책을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지수가 만화를 보는 걸 싫어하셨고 만화책은 걸리는 족족 내다 버리셨다고 한다. 지수는 웹툰은 엄마 없을 때만 몰래 보고 만화책은 침대 밑에 감추는 등의 방법으로 엄마의 감시를 피해왔다고 했다. 멘토는 지수의 상황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 이야기가 결코 남 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멘토도 어릴 적엔 만화책에 푹 빠져 살았던 만화광이었다.

 

 

웹툰과 문학의 공통점 (1) 행간 읽기

웹툰은 분명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의존하는 시각적인 매체지만 글로 된 문학과 두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 웹툰과 문학 모두 '읽는다'라는 서술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읽는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지만 웹툰은 '읽는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는 웹툰에서 무엇을 읽는 걸까? 일단 웹툰에는 이미지와 대사, 글자로 된 효과음이 등장한다. 웹툰의 대사와 효과음은 아이들에게 '글자를 읽는다'는 행위를 친숙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웹툰의 대사에서 읽는 건 이 '글자'만이 아니다. '상황'을, '문맥'을, '행간'을 함께 읽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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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다시 지민이의 얘기로 돌아가, 문학 작품을 가르칠 때면 지민이는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운수 좋은 날>에서 김첨지가 아내에게 밥을 처먹으라고 하잖아요. 아내한테 막말을 했는데 왜 김첨지가 아내를 사랑한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생각보다 이런 류의 질문은 굉장히 자주 나온다. '왜 이 시에서 화자는 슬픈가요?', '왜 여기서 이 대사가 해학성을 갖나요?' 이러한 질문은 모두 '행간'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질문이다. 웹툰은 '행간'이 중요한 장르이다.

 

한 웹툰에 이러한 장면이 등장한다. 여주인공 A, A를 싫어하는 여자 B, A가 호감이 있는 남자 C가 함께 있다. 그런데 B가 C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A 정말 예쁘지 않니?' 이 상황에서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다음에 B가 할 말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장면에서 B가 생글생글 웃으며 이야기 한다. '쌍꺼풀 하더니 더 예뻐졌어. 고등학교 때보다 훨씬 낫다. 남자들한테 인기도 많구. 친구로서 너무 보기 좋다!' 이때, A와 B, C라는 인물의 관계를 이해하고 각 인물의 욕망과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 B의 대사가 결코 칭찬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문학 작품에서 행간을 읽어내는 법도 똑같다. 김 첨지의 대사 하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대사의 앞뒤 상황, 그 대사가 나온 내적, 외적 문맥이 중요한 것이다.

 

지민이는 점차 웹툰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행간 읽기를 배웠다. 어려운 국어 공부 없이도 자연스레 독해력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웹툰과 문학의 공통점 (2) 스토리텔링

둘째, 웹툰과 문학은 둘 다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요즘 스토리텔링이란 말이 유행이다. 이제는 광고도 이야기, PR도 이야기 모두 이야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야기'의 특징은 쉽게 말하자면 남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재미있는 서사 구조로 포장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주제를 <흥부와 놀부>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학 작품'이라고 하면 공부해야 할 것 같고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이야기'라고 하면 쉽고 재미있어 보인다. 문학작품 <구운몽>은 한 남자가 여덟 여자와 썸 타며 영웅까지 되었는데 알고보면 모두 꿈이었다는 이야기고 <운영전>은 사랑해선 안 되는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이렇게 설명해주면 아이들도 모두 재미있어 하는데 문학 작품에 선뜻 손을 뻗기 힘든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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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가 읽기 시작한 판타지 웹툰 <신의 탑>

 

웹툰으로 시작한 독서 습관

독서는 습관이라고들 한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책을 읽지 않은 아이들이 갑작스레 책 읽는 취미를 갖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때, 웹툰은 책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지민이는 멘토의 권유 이후에 <신의 탑>이라는 네이버의 판타지 웹툰을 읽기 시작했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지민이에게 그럼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어 보았냐고 물으니 영화만 봤지 책은 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 짬날 때 한 번 읽어봐. 신의 탑 좋아하면 분명 재밌을 거야!'라고 권하니 지민이는 처음엔 심드렁하게 알겠다고 했다. '<해리포터> 봤어?', '<해리포터> 읽었어?' 몇 번이나 더 물었을까, 어느 날 지민이가 멘토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선생님, 저 <해리포터> 읽고 있어요.' 저는 어쩐지 긴장되는 마음으로 물어봤다. '어땠어?' 지수는 대답해 주었다. '아, 재밌어요! 또 비슷한 거 없어요?'

 

멘토는 어릴 때 만화 <세일러문>으로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을, <꾸러기 수비대>로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외우며 자란 세대이다. 이렇듯 이야기는 어려운 것을 쉽게 배우게 한다. 멘토가 국사를 가르쳤던 또다른 친구 연주(가명)은 역사를 외워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 무척 싫어했다. 하지막 만화로 된 <조선왕조실록>과 역사와 픽션을 결합한 소설 <뿌리 깊은 나무>를 읽고는 역사에 재미를 갖게 되기도 했다. 나중에는 멘토보다도 조선의 역사에 해박해지고 재미있게 읽은 역사책을 추천해주기까지 했다. 무작정 '좋은 걸 읽어야 해!'가 아니라 재미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읽게 한다면 아이들은 조금씩 책과 친숙해 질 것이다. 웹툰에서 출간된 만화책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내용과 비슷한 소설책으로, 그게 점점 좋은 문학 작품 독서로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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