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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

잘못된 공부 방법을 고수하는 고집 센 아이, 무엇이 문제일까?

 

차아름 멘토(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노트정리하라고 암만 말해봐도 눈으로 훑고 끝이에요"

"계획 좀 세워서 하라니까 말을 안 들어요"

 

수종이(가명)는 손으로 쓰는건 죽어도 안 하기,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기, 틀린 문제 다시 보기 싫어하기 등 안 좋은 공부습관을 골고루 갖춘 남학생이었다. 어머니의 하소연처럼 멘토의 지도를 따라오지 않고 기존 방법을 고집하는 수종이를 보면서, 공부하는 태도나 습관에 문제가 있어 멘토와 함께 하나씩 교정해나갔던 아이들을 하나 둘 떠올려보았다. 그 아이들도 처음부터 멘토의 지도를 잘 따라왔던 건 아니었다.


"왜 우리 애는 내가 하라는대로 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는 어머니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고집, 잘 써먹으면 뚝심있게 한 우물 파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집 있는 아이들이 비효율적인 공부방법을 버리고 짧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효율적인 공부가 가능하도록 바른 공부방법과 습관을 키우게 되는 과정을 수종이 얘기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공부방법 바꾸기 1단계 - 인정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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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이의 시험대비 계획

 

공부방법이 잘못 잡혀 있는 아이들일수록 자신의 공부방법을 고집하며 새로운 (효율적인) 방법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수종이의 잘못된 공부방법 중 하나는 특정 과목에 편중하기. 좋아하는 과목(수학)만 공부하고 나머진 그냥 내버려두는 습관 때문에 중간고사 기말고사 때마다 벼락치기하기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절대적인 공부량이 부족했고 그만큼 성적도 안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중간고사를 앞두고 주요 과목 복습 중심으로 골고루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계획을 잡았다.

 

실행 결과는? 역시나 수학 과학을 제외하곤 낙제점이었다. 하지만 <안 한 부분부터 지적>하고 들어가면 아이는 방어적으로 나오면서 자기 공부방법을 고수하려고 들었다. 그래서 멘토는 수종이의 수학 문제집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구체적으로 칭찬을 해줬다. 좋아하는 과목이지만 성적이 안 나오는 과학의 경우, 공부해온 것들을 놓고 과정과 논리에 대해 물어보면서 공부한 것을 점검해보았다. 좋아하는 과목이다 보니 즐거운 기색을 띠면서 멘토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못하는 것> <하기 싫은 것>을 안 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중학생, 특히 남자아이들에겐 100% 그릇된 접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부터 "오, 잘하는구나" 하면서 접근하면 어느 새 아이도 멘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갖추게 된다. 멘토에게 공부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다시 한번 반복을 통해 기억을 강화시키는 건 덤으로 붙는 시험대비 공부효과!

 

 

공부방법 바꾸기 2단계 - 효율성 체험하기

수종이는 국어와 역사를 싫어했다. 공식을 알면 계산해서 답이 딱딱 나오는 수학과 달리 외울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아서 재미가 없다고 했다. 과학 공부하듯이 역사책을 읽고 사건의 배경과 원인, 결과를 묻고 들어가니 역시나. 실행률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매일 정해진 분량을 노트 정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는데도 요약된 것만 외우려 하고 교과서도 안 갖고 오고... 요리조리 빠져나가려고 했다. <인정해주기> 다음 단계에 들어갈 때였다. 스스로 이러한 공부방법의 효율성을 납득하게 하는 것. 멘토 옆에서 교과서 단원을 읽고 학습목표에 따라 주요 사항을 정리하는 공부를 시켰다. 처음엔 몸살을 앓았다. 하기 싫은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는 건 당연했고 말이다. 하지만 멘토가 시키는대로 정리해보니 무턱대고 외운 것보다 훨씬 기억이 잘 나고 멘토의 질문에 대답하기도 수월하다는 걸 느끼며 수종이는 바뀌어 갔다.

 

'뭐하러 손으로 쓰나 눈으로 읽기만 해도 되는데' 라고 고집피우는 아이라면, 거꾸로 아이가 하고 있는 <눈으로 읽는 공부>의 효과가 얼마나 적은지를 확인시켜줘야 한다. 수종이 역시 훑어보기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 후론 손으로 써서 정리하는 공부를 안 하려고 딴전 피우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공부방법 바꾸기 3단계-기다려주기

어른들도 한 번 결심한 것을 여러차례 번복하게 된다. 금연이다, 다이어트다, 연초에 세운 목표를 7월이 된 오늘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살펴보면 작심삼일이라며 한숨을 쉬게 된다. 하물며 중3 남학생이 새로운 공부방법의 효율성을 느꼈다고 하루 아침에 전교1등 모범생 우등생으로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멘토는 태도의 변화가 습관으로 이어지도록 기다려주는 단계가 제일 어렵다고 생각한다. 저도 모르게 '느꼈으니 이젠 잘 하겠지' 기대를 걸고 '해봤으니까 이대로만 하란 말야' 하고 다그치게 되기 때문이다. 공부는 결국 아이가 하는 것인데 멘토가 조급하다고 자꾸 다그치게 되면 다시 원래 방식을 고집하며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에 인내하면서 다시 또 설명해주고 기다려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렇게 3단계를 거친 결과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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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이의 중간고사 정오표로 보는 성적향상 성과

 

3단계를 거친 수종이는 빠른 시간 내에 눈에 띄는 점수 향상을 만들어냈다. 과정과 논리를 물어보는 멘토의 질문에 대답하며 공부한 결과, 과학은 70점대 성적에서 100점을 받았고 암기력 대신 이해력 중심의 반복 질문으로 역사는 95점, 국어도 93점으로 대폭 향상되었다. 

 

시험기간에도 수학과학만 붙들고 있던 수종이가 문과 과목까지 고르게 (그것도 평소에!) 공부한 것만도 큰 변화이지만 달라진 공부방법이 성적향상까지 이어졌으니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얕게 외우고 잊어버리는 공부'에서 '논리와 과정을 생각하며 왜 그럴까를 고민하는, 깊이 있는 공부'로의 전환이 완전히 몸에 밸 때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성격의 문제(고집)일까? 이에 멘토는 단언코 "아니오"라고 대답하겠다. 고집이 있는 것 자체가 공부방법의 문제로 이어지는건 아니다. 다만 잘못된 공부방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접근을 잘못하면 그것이 고집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멘토처럼 한 단계씩 접근하다 보면 분명 아이의 태도와 공부방법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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