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는 아이의 인생을 바꿉니다.

[멘토링]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 공부를 해 본 적 없던 멘티가 공부에 흥미를 붙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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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멘토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이제 막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된 은솔이(가명)의 이야기이다. 자기주도학습 멘토링을 하기 전에는 문제집을 풀어본 적도 없고, 공부를 해 본 적도 없었던 은솔이. 멘토와 처음 만났을 땐 수학은 과외로, 영어는 학원을 다녔지만 정작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을 했다. 평소의 성적은 70점대, 시험 문제가 어려우면 50점대를 받았다고 했다. 공부를 아예 안 하는 것치곤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온다고 생각했었는데 학교 시험이 워낙 쉽기 때문에 이 정도의 점수가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멘토는 처음 은솔이를 봤을 때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책상 앞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은솔이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공부에 대한 기본이 아예 안 되어 있었고, 특히 영어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영어로 된 짧은 대화를 듣고 그대로 받아쓰는 공부를 시켜보았지만 아주 간단한 “Hello"나 ”How are you?" 이외의 말은 아예 따라 쓰지 못했다. 그러나 멘토는 좌절하지 않았다. 공부를 해 본 적 없던 은솔이기에 멘토는 '매일매일' '조금씩' '천천히' 방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공부하겠답시고 한꺼번에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양을 하면 과부하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차근차근히 나아가기로 한 것이다. 쉬울 땐 조금 더 하고, 어려워서 힘들 땐 양을 조금 줄이면서 자신이 벅차다고 느껴지지 않도록, 자신에게 맞게 부담 없이 공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 학교에서 배운 과목들을 조금씩 공부하고 문제를 풀도록 했다. 소단원을 기준으로 매일매일,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공부를 시작해나가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처음에는 책상 앞에 잠시라도 앉아있기 힘들어 하는 은솔이었지만, 점차 공부에 흥미를 붙이게 되고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 멘토는 은솔이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유독 공부를 힘들어 하는 날이면 수업을 빨리 끝내주기도 했고, 공부에 관련된 것들 중에 은솔이가 흥미로워 할 만한 자료들을 찾아와서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방학 동안 영어 문법책 한 권을 다 볼 수 있었다. "선생님!! 저 영어 문법책 다 본 거 이번이 처음이에요."라고 말하면서 씨익 웃던 은솔이. 스스로도 영어 문법책을 다 끝낼 거라곤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겐 별 거 아닌 일일 테지만 은솔이에게 첫 성취의 경험은 더욱 큰 의미였다. 처음으로 영어 문법책을 다 끝내고 나니 은솔이는 자신감이 생겼고 공부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집에 가선 은솔이가 얼마큼 공부했는지, 공부를 하니 뿌듯하다고 자랑도 했다고 한다. 어머니도 은솔이만큼이나 은솔이의 변화에 기뻐하셨다. 그렇게 날마다 조금씩 천천히 공부를 하다 보니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노트 정리를 잘한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아예 해 본 적이 없다보니 무엇이 장점이고, 단점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공부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노트 정리를 잘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장점도 발견하고 자신감도 가지게 된 은솔이는 지금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공부를 안 해봤다고 해서, 공부에 자신이 없다고 해서 포기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멘토와 함께 차근차근 공부해 나간다면 누구나 달라진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의 많은 은솔이들에게 오늘도 작은 응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