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갑자기 늘어난 학습량에 당황하곤 합니다. 대다수 학생들은 이 학습량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벅차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고득점을 받고 최상위권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단지 학습량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체적으로 공부하고, 나아가 공부해야 하는 내용을 장악해내야 합니다. 

 특히 고등학교의 공부는, 크게 암기와 응용으로 나뉩니다. 이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 여러 노하우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학생들을 지도할 때 강조하는 두 가지 공부법, “구조화”와 “시나리오” 공부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특히, 수학과 과학 과목의 사례를 들어서 보면 좀 더 전달이 용이할 것 같습니다.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조화를 통해 개념 암기를 정복하고, 시나리오를 통해 문제풀이에서 개념이 응용되는 것을 정복하는 것입니다.

“구조화” 공부법 : 무작정의 암기보다는, 테마별 분류를 통한 암기

 중학교 2학년 과학 과목에서는 천체의 이동 방향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태양을 비롯한 각종 천체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어떻게 운동하는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다루어집니다. 문제는 외워야 할 내용이 많다보니, 아이들이 금방 외우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외울 내용이 많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암기해야 하는 기본 개념을 대하는 태도는, 무작정 외워야 할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 더 문제입니다. 무엇이든 무작정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재미가 없고, 외울 수도 없습니다. 반면 공부해야 할 것의 나름대로의 테마를 만들고 그에 맞게 암기한다면, 방대한 양의 내용도 쉽게 외울 수 있습니다. 결국, 구조화란 내용들 간의 서사(narrative)를 재구성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인기 게임인 LOL(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수는 163개입니다.  거기에 챔피언별 주요 기술이 4개, 각 챔피언마다 상성이 있으니,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외워야 할 규칙들이 수천수만 가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몇십 쪽짜리 시험범위를 외우지 못해 쩔쩔매는 학생들도, 이 게임의 규칙들을 모두 잘 숙지하고 있고, 어렵지 않게 게임을 해나갑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라서도 있지만, 알아야 하는 정보들을 구조화하여 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 정보의 카테고리를 만들어두고, 그에 맞게 정보들을 분류하고 있기에, 어렵지 않게 정보의 서사를 재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중학교 과학의 천체로 돌아와서, 천체의 운동 방향 등을 무작정 외우려고 하면 당연히 외우기 힘들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아래와 같이 테마를 나누고, 그에 맞게 서사를 재구성해서 공부한다면 어렵지 않게 내용을 외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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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자료들은 천체의 움직임을 크게 여섯 가지 테마, 즉 공전과 자전, 일주운동, 별자리 연주 운동, 달의 위치 변화,  일식과 월식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개별적으로 정보들을 나열하면 외워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천체 움직임의 큰 줄기인 공전과 자전에 대한 내용을 먼저 외우고, 나머지 다섯 가지 테마에 해당하는 보조 서사를 재구성함으로써, 외워야 할 내용은 압축되고 구조화됩니다. 

“시나리오” 공부법 : 문제에서 개념이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위와 같은 방식으로 개념을 숙지했다면, 이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문제 풀이 과목으로는 수학이 있겠습니다. 수학을 어려워 하는 대부분 학생들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한다면, 문제가 무엇을 물어보려 하는지 고민하기 전에 무작정 문제에 달려든다는 점입니다. 암기 때와 마찬가지로, 무작정 공부하기 전에 좀 더 스마트한 방법을 고민해 봅시다.

 모든 문제들은, 결국 물어보고 싶은 게 정해져 있습니다. 학생이 개념을 얼마나 제대로 숙지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단지 학생을 괴롭히기 위한 문제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따라서, 문제를 만났을 때 해야 할 것은, 어떤 개념의 어떤 점을 확인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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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유리함수에서 선대칭, 점대칭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묻는 문제들을 풀이한 것입니다. 평소 유리함수를 공부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개념들을 미리 생각해 둡니다. 위 사진이라면 대칭성에 대한 개념이 고려해봄직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나왔을 때, 이 문제 풀이의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가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 것 같고, 그렇다면 활용할 수 있는 개념은 무엇이 있고, 그것을 활용해 문제풀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그 일련의 시나리오를 먼저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난 후에 문제에 접근하면 간결하게 문제풀이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공부법, 핵심은 실천이다

 앞서 암기와 응용을 위한 두 가지 공부법을 소개했는데요, 사실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부법의 실천입니다. 사실 무슨무슨 공부법은 인터넷이나 책에서 널려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다 그 효과가 입증된 것들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의 문제입니다. 

인기 웹툰 <화산귀환>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하루 중 반 이상을 공부하고, 남은 시간에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부모를 진심으로 봉양하고, 약자를 기만하지 않으며, 재물을 탐하지 않고, 위로는 예를 다하되, 아래로는 존중을 잃지 않고, 친우를 진심으로 대하며, 나라에는 충성을 다하며 살라고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나?”

“왜 못해? 그것만 지키면 군자가 되는데.”

 이처럼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가 뻔히 아는 것도 실천하면서 살지 못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아무리 좋다는 공부법을 알고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아~ 그렇구나~’하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직접 실천하고 연습해보면서, 자기만의 공부법을 가다듬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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