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혁 멘토 / 연세대 천문우주학*물리학과 졸업
"올바른 목표설정은 공부의 시작"
손준혁 멘토는 학창 시절 어떻게 공부했는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전교 1등을 목표로 잡았다. 전교 1등이 무척 하고 싶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내 공부법이 옳은 지 증명하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좋아하던 여학생 때문이었다. 그 아이에게 고백할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전교 1등을 한다면 떳떳하 게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중간고사를 한 달 앞두고 스케쥴러에 '나는 한 달 뒤에 전 교 1등이 된다.'라고 적었다. 붉은 글씨로 크게 써놔서 멀리서도 보였는지 친구가 그걸 보고는 내 의지에 감탄하는 동시에 정말 가능하겠냐며 나를 놀렸다. 그 문장 앞에 부끄럽고 싶지 않 았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한 달을 치열하게 보내고 시험을 5일 앞둔 새벽에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려니 하고 등교했는데 너무 아파서 보건실에 기어갔다가 응급실에 실려 가니 맹장염이었다. 수술을 받고 병실에 앉아있던 3일 동안 수학 문제집을 한 권 통으로 풀었다. 신기하게도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3일 후 퇴원하여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시험을 쳤고 바라던 대로 전교 1등을 했다. 하지 만 좋아하던 여자애에게 고백은 못했다. 첫사랑은 실패했지만 그 시절 처절하게 공부하고 달콤한 결실을 얻었던 경험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대학원생이 된 지금까지도 공부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때로는 공부가 재밌지만, 보통은 어렵고 힘들었다. 그래서 '전교 1등'이나, '전교 1등을 하면 고백하기' 같은 목표를 두고 공부를 했었던 것 같다. 바로 코앞의 시험에는 이런 방법이 통할 수 있지만 몇 년을 두고 준비해야 하는 수능이나 대학원에서의 공부를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뚜렷한 목표'는 참 중요하다. (물론, 가능하다면 공부하는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게 가장 좋은 거 같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경험하기 힘들다) 고등학교, 재수, 대학을 거치며 확고한 목표 설정은 공부의 시작이라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훌륭한 멘토는 학생이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게끔 돕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이 공부 자체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 겉보기에 내키지 않았던 음식이 막상 먹어보면 맛있을 때가 있다. 나는 지난 과외경험을 통해 공부가 사실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재밌는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걸 학생이 깨닫도록 노력해왔다.
늘 어려웠던 수학, 좋은 선생님을 만나 시련을 극복하다
나는 항상 지식 자체보다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았다. 정답보다는 정답에 이르는 생각의 과정에 관심이 많았다. 다른 과목들은 아는 게 많으면 문제가 쉽게 풀렸고 내용을 다 외울 때까지 여러 번 보기만 하면 됐지만 수학은 예외였다. 선생님들은 수학은 그저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게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는 일반적인 접근 방식을 찾고 싶었다. 쉽든 어렵든 문제 하나를 풀 때 내가 어떻게 해서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된 건지 집요하게 추적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면 내가 어떤 접근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되었을까 고민했다.
나는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이런 방식으로 수학을 공부했지만 수학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적어도 수학 ‘시험’을 잘 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노력과 별개로 성적이 떨어지자 수학이 싫고 두려워졌다. 수학 시험을 치는 날이면 걱정과 불안 속에서 새벽 6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과학을 사 랑했지만 수학을 못 하니까 원래 꿈인 물리학자를 포기해야하나 고민했다.
돌아보면 나는 고등학생 때 고집만큼은 전교 1등, 아니 지역구 1등이었던 것 같다. 나만의 학 문제 풀이 방식을 고안한답시고 주변 수학 선생님들 말을 안 들었고, 고등학교 3년 내내 수학과 씨름했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그랬던 내가, 재수를 하며 학원에서 만난 수학 선 생님 덕분에 달라졌다. 선생님은 내가 그 때까지 만난 어떤 사람보다 똑똑했고 정말 창의적인 방식으로 수학 문제를 푸셨다. 수학과 물리를 정말 사랑하셨다. 어려운 문제를 보면 소년처럼 눈빛이 반짝거렸다. 선생님은 학생들과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했다. 정말 존경스러운 어른이었다. 문제를 잘 못 푸는 나를 볼 때 안타까워하셨어도 답답해하신 적은 없었다. 선생님과 물리와 수학에 대해서 토론했던 시간은 재수 생활의 큰 위로가 되었다.
그에 대한 존경이 마음에 자리 잡으니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에는 더 이상 내 고집을 부리지 않게 되었다. 선생님 가르치시는 대로 수학을 공부하니 점차 문제 풀이 실력이 늘었고 수학을 좋아하게 되었고 성적은 자연스럽게 올랐다. 이후로 나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 선생님들, 어른들이 하는 조언 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었다. '나만의' 방식보다는 '올바른' 방식을 택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며 교사가 갖춰야 하는 덕목들을 배웠다.
하나, 교사는 인격적으로 훌륭해야 한다. 학생은 인격적으로 훌륭한 교사를 신뢰하며 지식은 학생이 교사를 신뢰할 때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다.
둘,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문에 애정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교사는 수업을 통해 학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가르치지는 않지만 학생은 교사 곁에서 자연스럽게 그것을 배운다. 교사가 학문에 대하여 가지는 열정은 학생들 마음에 옮겨 붙어 타오른다. 재수할 때 은사님도 그러했고, 대성 학원 수학 강사 한석원이 있다. 수학 지식이야 어디서나 얻을 수 있지만 한석원 선생이 보여주는 수학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다른 데선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런 열정적인 선생들을 보며 학생들이 공부할 힘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대학 입시를 준비한 과정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과학동아리에 가입하였다. 중학생 시절 계속 영재교육원에서 공부하였기 때문에 과학동아리 입단은 내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친구들과 놀면서 실험하는게 재밌었고 열심히 활동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후배 두 명과 팀을 꾸려 헬륨 기구로 성 층권을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하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용산 상가를 돌아다니며 전자 장비를 물색하고, 돈을 아끼려 쓰레기장에서 부품을 구하려 다녔다. 방학 내내 프로젝트에 매달린 끝에 마침내 기구를 하늘로 띄웠다. 비록 성층권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수 km 상공에서 구름을 내려다보는 영상은 확보할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날 동생들과 비 오듯 땀을 흘리며 떨어진 기구를 찾아 헤매던 때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프로젝트 전 과정을 소상히 기록하여 작성한 탐구보고서로 교내 과학탐구대회에서 받은 금상은 내게 그저 덤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서술이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빛나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경시 대회나 토론 대회, 과학 경진 대회 등에 나가서 수상했지만 헬륨 기구 프로젝 트가 나의 전공과 가장 크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전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초가 있었다. 한 달 내내 고시원에 틀어박혀서 참 힘들게 자기소개서를 썼던 것 같다. 입시 담당 선생님이 원서 지원 날짜를 잘 못 알려준 걸 마감 당일 날 확인하고 부리나케 학교에 찾아가 추천서를 받고 마감 5분 전에 야 자기소개서를 완성했었다. 내가 깨달은 것은 입시는 학생 본인의 인생이 걸린 일이며 모든 상황을 학생 스스로가 파악하고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을 100%믿고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 교내에 서 여러 활동을 하며 수시를 준비했던 나의 경험들이 멘티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 한다.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과 나의 철칙들
대학 생활 동안 줄곧 과외를 해왔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30대 일반인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가르쳤다. 나의 첫 제자였던 김은혜(가명) 학생은 고등학교 3학년 문과였다. 은혜는 고3 3월 모의고사에서 수학을 30점대를 받았다. 은혜는 2점, 쉬운 3점 문제를 제외한 다른 문제들은 풀지 못했다. 개념이 많이 부족했고 문제를 푸는 기술도 거의 알지 못했다. 우 리의 목표는 수능 전까지 안전한 2등급을 받는 것이었다. 나는 은혜에게 두 가지를 약속해달 라고 부탁했다.
하나, 할 수 있는 만큼만 숙제를 내 줄테니 꼭 숙제를 다 해오기
둘, 모르는것들을절대넘어가지말고수업시간에다질문하기
고3이고 첫 과외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매일 일정한 개수의 문제를 풀게끔 한 결과, 은혜는 점점 더 많은 양의 숙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6월이 되자 하루에 100문 제씩을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게 되었다. 신뢰를 쌓으려 노력한 결과일까, 말수가 참 적은 학생이었는데 점차 질문도 많이 하고 본인이 공부하는데 어려운 점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날 믿고 잘 따라오는 학생이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은혜의 수학 성적은 자연스럽게 올랐다. 은혜가 처음으로 모의고사 2등급을 받았을 때 나는 내 일인 것 마냥 기뻤다. 은혜는 결과적으로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 가고 싶은 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다음 해에 스승의 날에 내게 고맙다며 보낸 선물에 참 오랫동안 마음이 뿌듯했다.
다음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내가 지켜온 철칙들이다.
하나, 학생과 교사 사이에 신뢰가 있도록 해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할 수 없다. 그의 지식은 받아들여지지 못 한다. 선생도 학생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은혜는 숙제를 못 한 것이나 모르는 개념들에 대해서 솔직했고 나는 그에 맞추어 수업 방식을 조정할 수 있었다. 이후에 가르쳤던 한 학생은 몇 달 동안 숙제를 베껴 오고 모르는 것을 안다고 했다. 학생을 순진하게 믿었던 내 자신이 한심했다. 속인 것에 대해 용서하기로 했지만 그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오래지않아 끝이났다. 그 이후 가르치는 학생에 대해 의심 아닌 의심으로 철저히 점검하였다. 선생에대한 학생의 신뢰만큼, 학생의 대한 선생의 신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호 신뢰 없이 가르침과 배움은 있을 수 없다.
둘, 내가 내준 숙제들은 직접 내가 다 풀기
학생에게 내주는 문제들 중 간혹 푸는 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들이 있었다. 나는 내가 내주는 모든 문제들을 수업 전에 미리 다 풀고 분석하며 수업 준비를 한다. 문제해결과정을 거쳐 풀이의 포인트를 아는 상태에서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되니, 학생도 전보다 이해를 잘 하였다. 이후로 학생에게 내준 숙제들을 수업 전에 직접 다 풀고 모범 답안을 숙지하고 수업을 하는 것이 내 철칙이 되었다. 학생의 숙제만큼 내 숙제도 많아져서 때로 버겁지만 내가 가르치는 데에도, 학생이 수업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데에도 효과가 크다.
연세대 천문우주학, 물리학 졸업
연세대 천문우주학 대학원 석사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