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는 아이의 인생을 바꿉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멘토 윤나영입니다. 학생들과 부모님들의 가장 첨예한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당연하게도 공부입니다. 소위 국영수에서, 가장 학생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과목은 역시 수학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글에서 수학 공부에 접근하는 바람직한 공부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수학은 그 공부 방향을 잘 잡으면 재미있게 음미할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과학고, 영재고를 준비한 입장에서, 그리고 하나고에서 심화 수학을 공부한 입장에서, 제게 수학은 늘 흥미와 재미의 대상이었습니다. 아마 이런 제 생각에 공감하거나 동의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현재 수학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도 있겠지만, 수학에 접근하는 방식, 이른바 공부법에 까닭을 두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수학 공부법, 수학을 잘 하고 좋아하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나이에 걸맞는 수학 공부를 하라 - 선행학습에 대한 우려

흔히들 영재고, 특목고 준비를 한다고 하면 수학 선행학습을 많이 나가는 것을 생각하곤 합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이 이미 고등학교 기하와 벡터 수업을 듣거나, 미적분을 듣는 것을 보면, 학생도 부모님들도 조급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대치동 일대에서는 교육과정상 몇 년씩이나 지나서야 배워야 할 내용을 선행학습을 나가는 것을 당연하다고까지 여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원에서 수학을 다 배워 오고, 학교 수학 시간에서는 ‘이미 배운 내용인데 뭘’ 하며 건방진 태도로 앉아 있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중학생 때 과고 영재고 준비를 위해 선행학습을 많이 나간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하나고를 다니면서 제가 느낀 것은, 선행학습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친구들 가운데에서도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요컨대 선행학습을 나가지 않더라도, 학교 수업만 듣고서도 수학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제가 선행학습이 불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 교육과정은, 학생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치 하에 편제되기 때문입니다. 즉, 고등학교 2학년 때 미적분을 배우는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정도의 인지능력과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미적분을 이해할 수 있다고 기대되는 까닭입니다. 물론 아주 어렸을 때부터 미적분을 이해하고 기하, 벡터를 활용할 수 있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사실 이 경우는 명석한 두뇌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원래부터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때 분수를 이해하지 못했고, 단원평가를 보면 늘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았으니, 소위 천재나 영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꿋꿋이 공부를 하고, 성취의 경험을 누적하면서 공부를 하는 방법 자체를 더 세련해왔습니다. 지성의 우수성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닙니다. 노력과 경험으로 머리를 쓰는 법을 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위와 같이 수학 공부법을 세련하기 위해서는, 작금의 대치동 유행과 같이 선행을 많이 나가는 것 자체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 또한 중학교 때는 학원에서 빠르게 코스를 나가고, 더 선행을 많이 하는, 이른바 고급반에 올라가고 싶었던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시험을 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상 문제를 외워서 월말평가를 보고, 고급반으로 올라가는 형태로 공부를 했습니다. 이래서는 이도저도 아닌 지식만 겉돌게 됩니다.

수학의 심화 공부법: 정의의 의미를 파악하는 수학 공부법

선행 학습은 선택이되, 필수가 아닙니다. 한편, 제가 수학 공부에서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개념이 가리키는 정의(definition)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는 대학 수학을 공부하면서도 느끼는 것입니다.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정의와 기본법칙, 그리고 공리들로 시작한 만큼, 정의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개념의 정의를 충분히 곱씹고, 문제에 활용해야 합니다.

정의를 잘 파악한다는 것은, 언어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는 것과 더불어 그것을 시각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제 경우에는, 필기를 할 때 개념의 정의와 예제를 중심으로 필기하고, 노트필기를 통해 세세하게 풀이를 시각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나고 수학 시험은 100% 서술형으로 이루어진 만큼, 공부를 할 때도 시험을 보는 것처럼 풀이를 작성하며 연습했습니다.

[윤나영 멘토의 수학 필기 공부법 노트]

이런 점에서 중학생의 경우, 학교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왜냐하면 경시대회는 보통 시험과는 달리, 꼼꼼하게 식을 풀어 써야 하고, 식과 식 사이의 사고과정을 논리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수리적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솔직히 당장 주어진 교육 과정 수준에 맞는 수학 문제를 이렇게 꼼꼼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보는 연습이, 선행학습을 나가는 것보다도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나이에 걸맞는 공부법을 익혀야 합니다. 저도 한때는 이런 식으로 식을 풀어 쓰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고, 쓸 데 없다고까지 여긴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고등학교 수학, 또 대학 수학을 거치며 느끼는 바는, 지금 당장 주어진 교육과정 수준을 똑바로 이해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입니다.

특히, 기하 과목의 경우, 중학교 3학년 과정과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이 이어집니다. 중학생 때 경시대회에 참여해서 기하 문제를 풀었던 경험이 고등학교 때 기하 문제를 풀 때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만약 기하를 선택과목으로 할 학생들이라면, 선행을 나가는 것보다도 중학교 과정을 복습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미리 복잡한 수식이나 개념들을 공부하고 이해하지 못한 채 진학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배웠던 내용을 다시 복습하며 공고히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도, 고등학교 때 기하 과목을 공부할 시간은 많이 없었는데, 중학생 때 공부해 둔 경험 덕분에 시간을 많이 쏟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받곤 했습니다.

문제 풀이의 전략화 - 세밀한 우선순위 설정

수학 시험의 골치 아픈 부분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시간 관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또한 학교 시험은 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궁리를 거듭했습니다. 이른바 ‘나만의 공부법’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부끄러운 것이지만, 수학 시험에서 시간 관리를 위해 제가 선택한 것은 문제 풀이를 전략화 하는 것입니다.

문제 풀이를 전략화한다는 말은, 시험지를 받아들었을 때 빠르게 문제들을 훑어 보고 풀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세세하게 설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모르는 문제는 넘어가라’ 하는 입시 공부계의 오랜 격언을 극단적으로 발달시키는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를 틀리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모르는 문제가 나오거든 당황하거나 그 문제를 붙잡고 있는 대신, 다른 문제들로 과감히 넘어가야 합니다. 한편 시험에서 아는 문제를 틀리는 것은, 그야말로 ‘손실’입니다. 저는 최대한 전략적이고 손실 없는 시험을 보고자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훈련을 거듭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르는 문제가 나타나도 넘기고 다시 돌아오면 다시 풀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저도 이런 전략화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여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모르는 문제와 조우하면 당황하곤 했습니다. 수학이나 과학은 문제를 마주치자마자 풀이 전개가 떠오르지 않으면 동요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시험의 압박과 동요가 합쳐지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인데도 틀리게 됩니다. 그러니 시험의 전략을 잘 세우는 것 또한 수학 공부를 하고 연습을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흥미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제 전공을 선택할 때에도, 반도체 연구 가운데 플라즈마에 흥미가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때는 일반화학과 일반물리를 배우며 지식이 쌓여가는 느낌을 좋아했습니다. 이렇듯 공부가 흥미로울 수 있는 것은, 공부가 사람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학생 때 가장 간단하게 자기의 가치를 올리는 일은 공부입니다. 공부를 통해 자기의 가치를 올리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