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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대 수학과 진세인 멘토입니다.

저는 서울대에 수시로 진학했고, 지금도 여러 대학에 수시 진학을 생각하며 생활기록부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돕고 있습니다.

그런데 멘토링 활동 중에서뿐만이 아니라 과거 학원에서 일하거나 과외를 하던 시기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생기부를 작성할 때 공통적으로 실수하는 사안이 하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너무 어렵게 쓴다는 것입니다.

 

너무 어렵게 쓴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뜻할까요?

우선 제가 단순히 생기부 내용이 어려우면 안 된다고 말하는 대신 너무 어렵게 쓰는 것이 학생들이 저지르는 실수라고 말했다는 점에 주목해주시길 바랍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너무”를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학생들이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지나치게 어렵게 쓰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주로 입학에 높은 성적대를 요하는 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서 이런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곤 하는데, 어렵다는 것은 달리 말해 전문적이라는 것입니다.

수능은 “수학 능력 시험”의 줄임말이고, 그 이름대로 수능 성적은 학생이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입니다.

마찬가지로 생기부 또한 학생이 대학에서 학업에 어떻게 임할 수 있을지 평가하는 데 활용되는 자료이니, 생기부를 통해 본인의 학업상 전문성을 보이고 싶다는 방향성 자체는 당연히 타당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열의가 과하게 앞선 나머지 생기부 내용이 너무 어려워질 때 생기부는 오히려 학생의 대입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생기부가 너무 어렵다는 것은, 해당 생기부가 드러내고자 하는 전문성에 이르는 데 필요한 기초가 학생에게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력을 넘어서는 내용을 언급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이 생기부에서 갈루아 이론을 언급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어디까지 이론적으로는 수학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이라면 갈루아 이론을 접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갈루아 이론을 공부했다거나 심지어는 이해했다고 쓴다면 어떨까요?

역시나 불가능한 사안은 아닙니다만, 갈루아 이론을 학습하기에 앞서 사전에 공부해야 할 내용이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군, 환, 체의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에 익숙해져야 할 뿐만 아니라 관련된 선형대수학 내 내용도 알아야 갈루아 이론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을 텐데, 모두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과정을 벗어나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갈루아 이론을 언급한 생기부를 보는 수학과 교수들은 다소 의아해하거나 심지어는 학생을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갈루아 이론은 대개 대학에서도 2년 정도에 걸쳐 대수학 강의를 들은 후에 공부하게 되니,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고등학생이 쉽게 다룰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 자명합니다.

그러니 학생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생기부를 작성했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입시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악의적으로 알지도 못하는 내용을 기입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생기부를 작성할 때 악의적으로 임하지 않고, 자기 딴에는 아는 내용을 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류 심사에서 이런 평가를 받는다면 억울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절대 다수의 학생이 자신에게는 너무 어려운 내용을 생기부에 기입한다는 점입니다.

설령 서류 단계에서는 일단 학생을 의심하지 않고 붙여주더라도, 이후 면접에서 검증차 갈루아 이론과 관련된 내용을 물어본다면 학생은 어떻게 될까요?

분명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빈틈을 들키고 말 것입니다.

 

물론 제가 예시로 든 갈루아 이론과 같은, 학부 수준에서도 만만치 않은 사안을 고등학생이 이해하고 있다면 이는 명백히 훌륭한 일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고등학생은 기껏해야 자신이 알고 있다고 착각할 뿐, 그것을 정말로 잘 알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니 일반론적으로 말하자면, 생기부를 작성할 때는 자신이 관심 있고 잘하는 분야에서 약간만 중등교육 과정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탐구했다는 식으로 작성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진세인 멘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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