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보다 중요한 것, 기초 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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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서 멘토(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
실력에 맞는 수업이 중요하다
수학 지도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요청을 받습니다.
“그냥 선행해 주세요.”
“진도 좀 빨리 나가주세요.”
하지만 선행이 정말 ‘지금’ 필요한 걸까요?
멘토가 경험한 두 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선행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중학교 1학년이지만, 초등 개념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한 학생은 중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사교육 경험도 없었고, 초등학교 때 수학공부를 거의 하지 않은 상태였죠.
분수, 소수, 사칙연산이 아예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부모님은 단순히 “중1 수학 진도만 나가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중학교 수학은 초등 개념 위에 세워지는 건축물과 같습니다.
기초가 없는데 어떻게 벽돌을 쌓을 수 있을까요?
멘토는 학생과 대화를 통해 설득했고, 초등 교과서를 따로 구해 빠르게 개념을 훑는 작업을 병행하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시험이나 내신으로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긴 어려웠지만, 분명한 건
아이의 수학적 기초 체력이 쌓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숙제를 안 해오는 고1, 구멍 난 중등 수학
다른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수업 태도는 괜찮았지만, 숙제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8번의 수업 중 7번 숙제를 안 해왔어요.
숙제를 일주일 단위로 내주는 방식을 포기하고, 하루 단위로 문제를 풀게 한 후 직접 사진을 찍어 보내게 했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공부를 지속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였죠.
그러다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겨울방학 동안 고등과정 진도를 나가고 있었는데
3월 모의고사에서 중등 과정이 범위였는데 6등급을 받았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고1이지만, 사실상 중학교 내용이 비어 있던 상태였던 겁니다.
그래서 중등 내용을 다시 복습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전환했습니다.
고등과정을 따라가는 척하면서, 실은 중학교 과정을 다시 학습한 거죠.
공백이 있는 채로는 선행해도 의미가 없다
이 두 학생의 사례에서 확인하게 된 건
기초가 뚫려 있는 상태에서는 진도를 나가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수학은 누적 과목입니다.
덧셈을 모르면 곱셈을 못하고,
방정식을 모르면 함수 단원은 이해조차 되지 않죠.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선행을 한다는 것은
기초공사 없이 건물부터 올리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냉정한 진단이 시행착오를 줄인다
멘토는 학생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한 뒤, 그에 맞는 학습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학생이 이를 납득하지 못하면, 결국 시간과 비용이 모두 낭비됩니다.
상위권이 아닌 학생일수록,
특히 중하위권일수록,
기초 개념의 공백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단원이 바뀌었다고 실력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
수학공부는 단순히 ‘진도’를 나가는 작업이 아닙니다.
학생의 실력에 맞는 출발선을 찾아
학습 경로를 다시 설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아이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그 판단이야말로 멘토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